글쎄

그런데, 어떤 사람이었어요 우리 엄마는? 아이는 그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너무 빤히 쳐다보는 눈 때문인지 입으로 물어본 건지 아니면 눈으로 물어본 건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는 글쎄, 라고 운을 띄웠다. 시간을 좀 벌어볼 요량이었다. 아이의 엄마는 정말, 어떤 사람이었지? 기억을 더듬어보았으나 딱히 떠오르는게 없었다. 생각해보니 얼굴을 마주쳤던 시간은 다 합쳐봐야 사나흘이 될까말까할 정도였다. 아이는 계속해서 그를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뭔가 그럴싸한 대답을 해줘야만 할 것 같은데 정말 희미한 쪼가리들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나마도 아이가 계속 빤히 쳐다보는 바람에 기억하기 힘들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애초에 그렇게 희미한 종류의 것들이었는지도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이는 계속해서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by bluexmas | 2008/08/28 12:18 |  | 트랙백 | 덧글(1)

 Commented at 2008/09/0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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