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다
.그리고 이번엔 특히나 더 그렇다. 정말 가게 되는 걸까? 회사는 미친 듯이 바쁘고 어제 늦게 잔데다가 흩뿌리는 비에 출근 시간은 한 시간 반도 넘게 걸렸고 나는 대체 뭘 잘못먹은 건지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커피를 마시고 물을 마시고 또 레드불을 마시고 물을 마신 다음에 화장실에 갔다와서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하루 종일. 최악의 경우엔 비행기표, 기차표, 그리고 여권만 들고 가는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나를 안심시키려 애쓰지만 나라는 사람은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게 가장 큰 문제. 언제나 문제는 뭐 빼먹은게 없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가시지 않는다는 것… 차분하게 앉아서 생각이라고는 할 시간이 없으니까. 떠나기 전에 부모님이랑 전화통화도 좀 제대로 하고 가고 싶은데 막상 집에 전화를 거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이 안 나왔다. 엄마, 내일 다시 전화할께요. 요즘 말을 잘 못하는건 약간 만성이 되어서 집에 자꾸 전화를 못 걸고 있다. 전화를 걸어도 말을 잘 못한다.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도.
어제는 짐을 챙기고 있었는데, 열 한시 반에 J가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열 시 반에. 다급한 목소리로 내가 만든 파일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하다가 아, 찾았어 걱정마 Never Mind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는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더니 그 시간에 사무실에 있었다. 아,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메일을 보내서 어느 폴더에 저장해놓았는지도 알려줬고 아예 만든 PDF도 첨부해줬다. 그러나 못찾는 상황을 이해는 한다. J에겐 일이 너무너무 많다. 덜어주고 싶어도 솔직히 엄두가 안 난다.
늘 이렇다, 아무래도 도망가야 할 것 같다. 이제 하루 남았는데 기대를 마음껏 하기에 어디엔가 무엇엔가 또 누구한텐가 미안한 마음이 자꾸 생기는 기분이다, 그럴 필요 없는데, 이건 내가 애써서 얻은건데. 나에겐 이것 말고는 없는데.
# by bluexmas | 2008/08/27 14:03 | Life | 트랙백 | 덧글(4)
저는 주변에 착하고 책임감 강한 친구가 블루님처럼 떠나면서 못내 미안해 하거나 마음에 걸려하면 짐짓 냉정하게 이야기 해주죠.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은 너 하나 없어도 잘 돌아가거든. 그러니 걱정말고 가서 잘 놀고 쉬기나 해!” 라고. 블루님도 주변에 저처럼 가슴에 대못박아 넣어줄 못된 친구 (사실 알고보면 좋은 친구인거라구요!) 없으시면 스스로 그렇게 가슴 속에 못 하나 박아 넣으시고, 일단은 편하고 즐겁게 다녀오세요!!! Stop Thinking! Just be ready to enjoy!
그리고 어머니께도 꼭 전화하고 가세요~ 그래야 여행 내내 마음에 걸리지 않고 편안하실 꺼예요. 블루님, 모처럼의 여행 행복하게 건강히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