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거지
영화도 없고(또한 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장도 볼 필요가 없는, 아주 오랫만에 맞는 느긋한 토요일 아침에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Weezer의 공연이 집 근처 경기장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같이 연주하는 밴드는 그럭저럭 좋아하는 Angels and Airwaves. 이번 달은 일주일만에 적자로 돌아섰지만 뭐 이런 때 공연 가 주는거지, 라고 생각하고 낼름 표를 사주고 나니 Sigur Ros가 미국 몇몇 도시를 돌면서 공연을 하는데 당연히 이 동네는 안 오고, 정말 보고 싶다면 어디 다른 동네로 날아가서 봐야되나, 라고 생각만 하다가 바빠서 까먹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인터넷을 뒤졌다. 날아가서 볼 수 있으려면 당연히 주말에 공연이 있어야 되는데 후보지로 점찍어 놓았던 미니아폴리스(미네소타)는 목요일… 보니 덴버(콜로라도) 공연이 주말에 있어서 표를 사고, 내친김에 비행기표도 샀다. 토요일 아침에 날아가서 그 날 밤에 열리는 공연을 보고, 그 다음날 아침에 날아서 돌아오는 일정. 덴버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의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이라, 분위기가 잘만 하면 Heima에서 본 느낌과 비슷할 것 같기도 하다.
요 몇 주 동안 시규어 로스의 판을 거의 다 샀는데, 솔직히 모든 곡들이 다 내 취향도 아니고 절반은 지루하지만 그래도 공연이 보고 싶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가서 봐야 되는 공연의 표를 사다니, 내가 지금 미친거지. 내친김에 내려가서 Heima나 한 번 더 돌려봐야겠다.
# by bluexmas | 2008/08/24 14:17 | Life | 트랙백 | 덧글(4)
미국사는 분들이 부러운 이유 중 하나. 전 뉴욕에서 살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문화적으로 다양한 것들을 누릴 수 있어서 인데 그 중 큼직한 공연들이 많다는 것도 크거든요. 전혀 미치지 않으셨어요^^ 잘 하셨어요~^^ 즐겁게 즐기시면 되어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shin님: 믈론 그건 아니구요. 동네에 아이스하키 마이너 리그팀이 쓰는 다목적 경기장이 있는데 여기에서 공연을 많이 해요. 메탈리카도 그곳에서 해서 봤었거든요. 저 역시 땅파먹는 노예직장인이라 형편이 별루지만 피 뽑아가면서 이렇게 가끔 공연 본답니다.
비공개님: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드릴께요…^^ 그 시규어로스의 기타는 알려진대로 기타를 첼로 활로 켜서 내는 소린데 딜레이도 걸고 해서 상당히 약먹은 듯한 소리를 만든 다음에 악기들을 배치할 때 맨 뒤에다 두어서 소리가 가지는 느낌을 극대화시킨다는 느낌이에요. 말씀하신 두 곡 모두 너무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