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화기
그냥 때가 맞았다. 지난 4년간 써왔던 전화기의 액정화면이 이젠 거의 사용불능 단계에까지 갔기 때문에 어차피 전화기는 사야되고, 그렇다면 뭐 아이폰 한 번 써주지 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뭐 바쁜 일도 없겠다, 금요일 저녁 여덟시쯤 느지막하게 동네 상가의 애플 대리점에 가서 두 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이렇게 새 전화기를 가지게 되었다. Early Adapter? 어릴때는 남자애들이 다들 그렇듯이 남땜해서 라디오도 만들어보고 그걸로 대회도 나가보고 또 아버지 계산기를 대책없이 뜯었다가 다시 조립하지 못하는 등 기계에 관심도 많았던 것 같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카메라며 컴퓨터며 또 기타 관련 장비까지 이것저것 잔뜩 가지고 있지만, 설명서를 들여다보고 공부해서 쓸 만큼의 시간조차 투자하지 않는다. 직관을 이용해 쓸 수 있는 범위가 아니면 귀찮아서 건드리지도 않으니까.
참, 기록을 위해서라도 간단히 몇 자 적자면 애플 대리점에서의 경험은 나름 재미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자기 차례가 오면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그럼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쓰는 것 같은 휴대용 단말기를 든 점원 애들이 차례대로 다가와서 한 사람씩 데려다가 원하는 기종과 색 (8기가와 16기가짜리가 있고 16기가짜리는 검정과 흰색이 따로 있다. 8기가는 그냥 검정만)을 묻고 제품을 가져가다 activation을 시키고 카드를 긁어서 물건 값을 치른다. 어떻게 시스템을 고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처럼 AT&T(아이폰 은 얘들을 통해서만 쓸 수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를 쓰던 사람이 아니면 그전 통신회사의 정보만으로 바로 번호 이전이 가능하다. 그전 통신회사에 전화해서 계정을 닫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 이런게 되는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신기한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이런거 되지 않나? 워낙 이동통신이 발달했으니까.
솔직히 나에게 전화는 그렇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다. 걸데가 별로 없으니까. 그래도 가지고는 있어야 한다. 만약에 대비해서- 라는 말이 있듯이. 그런 나에게 그야말로 최신의 아이폰이라니 좀 우습기도 하다. 당연히 돼지발의 진주지 뭐… 그러나 한 가지 좋은 건 이걸 이용해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므로 회사에서 메일 온 건 없나, 누가 덧글은 안 달았나, 또 야구 스코어는 어떤가 확인하기 위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컴퓨터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요즘 회사에서 인터넷 쓰지 말라고 난리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나쁜 김에 군기도 잡겠다는 뭐 그런 지극히 조직적인 사고방식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전화번호는 안 바뀌었다. 상자를 포함해서 사진 한 백 장 정도 찍어 ‘리뷰’ 라도 해야 되는 건 아닐까 생각 중.
# by bluexmas | 2008/07/14 12:32 | Life | 트랙백 | 덧글(5)
블루님 글씨예요? 글씨 너무 귀여워요.
그나저나 새 전화기 감축드려요. 저는 2002년 3월에 구입한 전화를 아직 사용중인데요(애니콜 놀라워요). 아이폰 국내출시를 애타게 기다렸건만.. ㅠ.ㅠ
새로운 제품 구입하게 되면 생활에 변화가 생겨 그것도 신선하고 좋은 듯해요.
3G폰 나오기 전부터 KTF에서 출시한다더니 아직까지 소식없는 거 보면 된대도 내년이 아닐까 싶은.. 그래서 가을에 옴니아 구입하려고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