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E (2008): 기계가 회복시키는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
요즘엔 귀찮아서 영화를 봐도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이 영화를 보고는 뭔가 쓰고 싶어졌다. 그러나 써야될 말은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다. 일단 뭐 픽사가 빚어낼 수 있는 작화(말하자면 그래픽)의 질 따위를 언급하는 건 그야말로 시간 및 정력낭비일테니까.
언제나 심심하면 씹어대는 ‘Cars’를 빼놓고는 가면 갈수록 모든 면에서 기존작을 뛰어넘어왔던 픽사의 이번 작 Wall-E가 약간 과장을 보태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들이 지금까지 만들었던 만화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작품을 기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궈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라고는 하나도 등장하기 않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이 만화영화에서는 꽤나 많은 인간들이 등장하는데, 그 인간들의 삶에는 인간적인 요소가 빠져있고 그것이 결국에는 인간이 만들어 쓰다가 버린 로봇에 의해 회복된다는 설정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언젠가 어떤 만화영화를 보고 등장인물의 개인기로 돈 벌려는 만화, 이야기로 돈 벌려는 만화가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한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이 만화영화는 아주 자세한 부분까지 잘 짜여진 이야기가 개인기 뛰어난 등장인물을 표정까지도 빚어내서 화면에 던져준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말하자면 이 만화영화의 주인공인 Wall-E는 너무나도 귀엽지만, 그 귀여움만으로는 이 영화가 이런 느낌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전작 Ratatouille도 뛰어났지만, Wall-E를 보고 나니 상대적으로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 by bluexmas | 2008/06/30 12:43 | Movie | 트랙백 | 덧글(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