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E (2008): 기계가 회복시키는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

요즘엔 귀찮아서 영화를 봐도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이 영화를 보고는 뭔가 쓰고 싶어졌다. 그러나 써야될 말은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다. 일단 뭐 픽사가 빚어낼 수 있는 작화(말하자면 그래픽)의 질 따위를 언급하는 건 그야말로 시간 및 정력낭비일테니까.

언제나 심심하면 씹어대는 ‘Cars’를 빼놓고는 가면 갈수록 모든 면에서 기존작을 뛰어넘어왔던 픽사의 이번 작 Wall-E가 약간 과장을 보태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들이 지금까지 만들었던 만화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작품을 기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궈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라고는 하나도 등장하기 않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이 만화영화에서는 꽤나 많은 인간들이 등장하는데, 그 인간들의 삶에는 인간적인 요소가 빠져있고 그것이 결국에는 인간이 만들어 쓰다가 버린 로봇에 의해 회복된다는 설정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언젠가 어떤 만화영화를 보고 등장인물의 개인기로 돈 벌려는 만화, 이야기로 돈 벌려는 만화가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한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이 만화영화는 아주 자세한 부분까지 잘 짜여진 이야기가 개인기 뛰어난 등장인물을 표정까지도 빚어내서 화면에 던져준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말하자면 이 만화영화의 주인공인 Wall-E는 너무나도 귀엽지만, 그 귀여움만으로는 이 영화가 이런 느낌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전작 Ratatouille도 뛰어났지만, Wall-E를 보고 나니 상대적으로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by bluexmas | 2008/06/30 12:43 | Movi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보리 at 2008/06/30 12:51  

쿵푸팬더는 못+안봤지만 왈리는 꼭 보러가려구요. 기대되네요…

 Commented by 산만 at 2008/06/30 14:28 

앗 저것을 “왈리”라고 읽는 건가요? 훔훔. 트레일러에서는 어떤 캐릭터인지 잘 파악되지 않지만, 전 이 포스터보고 저 왼쪽 위에 45도 각도로 푱 날라가는 아이에 마음을 뺏기어..

 Commented by Josée at 2008/06/30 21:17 

아앗 이거 보고 싶은데- 한국에서 개봉함 봐야겠어요

 Commented by blackout at 2008/07/01 06:31 

저도 봤습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나…싶었어요. 왠지 돌아오면서 쇼핑그만두고, 리사이클을 열심히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스포일러가 될수도 있으니까 말은 못하겠지만, 이건 정말 러브스토리였어요…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7/01 12:09 

보리님: 쿵푸팬더도 봤는데, 잭 블랙이 다였죠. 이건 꼭 보세요^^

산만님: 45도 각도로 푱 날라가는 아이는 여자주인공이에요. 거기까지만^^

Josée님: 꼭 보세요, 꼭이요…

blackout님: 아이들에게는 또 나름 다가오는 점이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쇼핑은 계속해도 리사이클은 나름 열심히 한다는… 정말 러브스토리죠. 전 사실 마지막에 눈물이 막 나오는 걸 간만에 극장에 사람이 꽉 차서 참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