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al Service – Give Up (2003)

평소엔 별로 관심도 가져보지 않았던 밴드들이 새 앨범을 낸다면 그냥 예의상 관심을 가져주는 경우가 가끔 있다. 판 한 장 사본 적 없던 Death Cab for Cutie가 새 앨범을 낸다고 몇 달동안 시끌벅적하길래 이거 예의상이라도 판 사줘야 되는 것 아닐까, 라고 한참 생각만 하다가 관심은 엉뚱하게도 밴드의 보컬 Ben Gibbard가 2003년에 발표한 프로젝트 그룹 Postal Service로 기울었다. 그리하여 유튜브에서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니 나오는 첫 번째 노래, Such Great Heights의 전주가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면서 나오는 걸 듣고 있노라니 몸은 가만히 있는데 마음이 슬그머니 몸을 빠져 나와서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 노래, 지난 몇 년간 몇몇 광고들에서 전주만 지겹도록 들었는데 너무 매끈한 느낌이 그야말로 광고음악 같아서 그냥 광고 노래일거야, 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앨범을 틀어 놓으면 이게 무슨 장르의 음악인지를 생각해보기 이전에 곡들 자체가 너무 좋아서 처음부터 마지막곡까지 멈추지 않게 듣고는 또 듣고 또 듣게 되는데 귀찮아서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기원이 대체 어디쯤인지 알 수는 없어도 애초에 쪼개지 말고 만들자고 합의를 보고 만들었는지 어쨌는지 노래들이 요즘의 전자음악들이 비해 굉장히 단순하게 들린다. 그게 뭐 2003년에 나왔으니 그런게 아니겠느냐…라고 누군가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훨씬 전에도 마음만 먹으면 이것보다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아무래도 그건 정답이 아닌 것 같다. 하여간 거기에다가 소리 자체도 80년대 아타리 컴퓨터에서나 나왔을 법한 옛날 냄새 풀풀 나는 것들을 섞어놔서 듣다보면 정겹기까지 하다. 기타나 이런 진짜 악기들은 사람이 연주하고, 프로그램으로 찍을 수 있는 소리들은 실제 연주한 웨이브파일 같은 걸 쓴게 아니라 그냥 누가 딱 들어도 전자음인지 알만한 것로만 쓴 모양인데 이게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 알 재간은 없지만 이상하게도 듣다보면 마냥 좋게 들린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원래 좋은 멜로디에 비교적 미성인 Ben Gibbard의 목소리, 거기에다가 아주 약간 컨트리의 슬픈 느낌이 묻어나는 Jenny Lewis의 목소리가 번갈아 들리면 왜 이 좋은 노래들을 막 나왔을때는 몰랐을까, 라는 아쉬움에 빠지게 된다. 그랬다면 지난 5년간 지금 이것보다 아주 약간은 더 행복했을 것 같은데, 라는 쓸데없는 기분도 함께.

요즘 꽂혀서 들으며 찾아보니 새 앨범 낸다낸다 말만 있다가 적어도 2010년까지는 못 내지 않을까… 로 슬쩍 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고.

 by bluexmas | 2008/06/24 13:19 | Music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나녹 at 2008/06/25 04:20 

나오자마자 우연한 기회에 사서 들었던 앨범이네요. 제 주변사람들도 많이 좋아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Commented by 나녹 at 2008/06/25 04:23 

아니 그보다 백보컬이 제니 루이스인 거 지금 처음 알았다는-_-; 라일로 킬리랑 솔로 프로젝트 다 갖고있으면서 저는 대체…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6/27 11:50 

곡 자체가 너무 좋아서 그런지 뭐 그냥 술술 계속 듣게 되더라구요. 여자 보컬은 제니 루이스 말고 또 누군가 더 있는데, 제니 루이스 목소리는 딱 들으면 알 수 있지 않던가요? 라일로 카일리 새 앨범은 그냥 좀 그렇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