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에 관한 기억
어찌어찌하다보니 정말 뜬금없이 이런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러나 사실 쓸 얘기는 별로 없다. 애완동물이라는 걸 키워본 기억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늘 아파트에 살아서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다는 건 우리나라의 상황을 놓고 볼때 핑게에 가깝다.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또 원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개든 고양이든 키우고야 마니까. 그러나 나의 가족들은 원래부터가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어왔고, 나이를 먹으면서 동물, 특히 개를 좋아하게 된 나와는 달리 가족들은 아직도 개든 고양이든 동물이 가까이 오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믿고 살아왔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그 ‘무슨 수’를 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좁은 공간에서 키우기 위해서 뭔가 특단의 조취를 취하는 것… 그냥 동물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하여간, 그렇게 애완동물을 키워보지 않았어도 뭔가 살아있는 걸 키워본 기억이 있다(물론 식물은 언제나 넘쳐났다. 집은 거의 온실에 가까웠으니까… 주말마다 화분 옮기던 기억이 끔찍해서 지금 내 집에는 물 100년 안 줘도 살아남는다는 선인장조차 없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나는건 새다. 문조라고, 그것도 하얀 애들은 백문조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몸이 하얗고 부리가 빨간(맞는지 모르겠는데 확인하기 귀찮다)… 대체 부모님이 무슨 계기로 새를 집에 들여다 놓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꽤나 오랫동안 집에 새장이 있었다. 새장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새도 있었겠지, 또 한 마리만 있으면 외로우니까 짝으로 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 다니면 낮에 집에 없으니까 대체 언제 짝짓기를 하는지 볼 새는 없었지만, 애들은 뭔가를 이뤄냈는지 금방 알을 낳았다. 만약 녀석들이 알을 잘 품어서 새끼새라도 태어났다면 적어도 생명탄생의 신비라는 과정을 보여주는 교육적인 목적 하나 정도는 이뤄봤을 수도 있겠지만, 몇 개 낳지도 않은 알을 엄마새가 자기 발로 밀어 떨어뜨려서 깨뜨리는 바람에 그 소박한 교육적 목적도 이뤄보는데는 처참히 실패했다. 알을 낳은게 한 번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마 낳는 족족 깨뜨렸던 것 같다. 부모님이 이상해서 이리저리 알아본 바로는 아마 무정란이라서 깼을 거라는…뭐 그런 대화를 어깨 너머도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어쨌거나 그런 일을 몇 번 겪은 후 새들은 곧 사라졌다, 새들만 사라지면 뭐하니까 새장도 함께.
그리고는 아마 금붕어를 몇 번 키워봤던 것 같다. 이 금붕어들이 학교 앞에서 파는 100원짜리 족보 없는 놈들이었는지, 아니면 동네 온실에서 파는 500원짜리 족보 있을 것도 같은 놈들이었는지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뭔가 조금만 못마땅하면 배를 홀랑 까뒤집고 세상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보아 족보가 있을 법한 놈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금붕어는 웃겼던게 또 죽어도 하루에 두 마리씩 죽지도 않았다. 꼭 한 마리씩만 죽었는데, 대부분 아침엔 멀쩡하게 뻐끔거리다가도 꼭 학교를 갔다오면 죽어있었다. 보통 학교를 세네시쯤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의 학원에서 퇴근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장을 봐서 집에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게 너댓시쯤에 집에 돌아오면 꼭 한 마리씩 죽어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하나 남은 놈까지 죽은 다음에는 다시 어항을 채우지 않았다.
학교 앞에서 아저씨가 상자채로 들고와서는 100원에 팔았던 병아리, 나도 딱 한 번 키워본 적이 있다. 일단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집과는 너무 먼 곳으로 학교를 다녔던지라 가뜩이나 비실거리는 병아리를 그 먼 길을 헤치고 집까지 데리고 오는 것도 모험이었지만 집안 분위기 자체가 그런 걸 키우게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단 한 번도 병아리를 사 본 적이 없었는데, 몇 학년때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냥 미친척하고 들고 왔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예상과는 달리 부모님은 뭐라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건 그렇게 데려온 병아리는 곧 죽을게 뻔하니까 굳이 뭐라고 말씀을 안 하셔도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어린애들은 어차피 그런 죽음을 보면 상처받기 마련인데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전에 뭐라고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셨다는 얘기겠지. 뭐 어쨌든 100원짜리 병아리의 운명이 다 그러하듯 나와 어머니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병아리는 병아리 태를 벗기도 전에 세상을 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초등학교 6년 다니는 동안 그렇게 팔린 병아리가 수천만마리였을텐데, 그게 병아리 태를 벗은 건 누군가의 집에서 딱 한 번 봤던 것 같다. 왜 그 병아리도 닭도 아닌 그 어정쩡한 단계… 그건 정말 말하자면 kilogram baby(1킬로그램도 안 되었을때 세상에 태어난 초 미숙아… 이십여년 전인가 Reader’s Digest의 특집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태어나서 몇 년 건강하게 살아남는데 성공한 아기는 지금도 잘 살고 있으려나, 뜬금없이 궁금-)가 온갖 걱정과 우려를 딛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서 Sweet Sixteen 잔치를 하는 경우과 같이 않았을까. 물론 그 병아리는 잘 자랐다면 그 여름에 먹혔겠지만.
이런 얘기는 언젠가 썼던 것도 같은데…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말고 애완동물, 특히 별로 유지 관리가 필요없는 고양이라도 키우라고들 하던데 나는 고양이과의 사람도 아닌데다가 개는 주인이 데리고 나가지 못하면 우울증걸린다고 해서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 뭐 키울 돈은 있냐 따져보기도 전에.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먹고 싸는 뭔가는 어떻게든 별로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자식이라면 뭐 그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하겠지만(사고만 안친다면 뭐…).
# by bluexmas | 2008/06/24 12:36 | Lif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