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1)
이 노래가 끝나면 샤워를 하고 나갈 생각이다. 일단 서점에 가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차에 기름을 넣고 간단히 장을 보고 들어올 예정. 노래가 지속되는 8분 31초 동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주변의 이러저러한 상황들이 풀리는 것을 지켜보며 이제 좀 마음만이라도 느긋해질 수 있을까, 라는 작은 소망을 아침마다 품으며 살기 시작한지 이틀만에 조금은 황당한 일이 터졌다.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은 아닌데 결과가 나쁘면 지금까지 이루려 애써왔던 것들이 그냥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뭐 그런 황당한 일이었다. 그래서 잠시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락 내리락하는 걸 느꼈다. 일은 다행스럽게도 잘 해결되었지만, 그런 기분으로 하루 종일 일을 했더니 퇴근무렵에는 온몸이 곧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요즘은 뭐랄까, 만성이 되어서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자꾸 생기는 것일까, 라든지 이젠 좀 잠잠할때도 되지 않았을까, 라는 멍청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벌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잠시 멍해지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여러 방향으로 생각을 해 본 다음에 해결책을 찾는다. 그럴 때 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본다. 지금의 이 상황이 완전히 최악으로 갔을때 나한테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게 내가 지금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답이 나오면, 그 순간부터는 마음이 차분해진다. 일이 다 해결된 저녁 무렵 너무 물렁한 모습만을 보여줬구나, 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했다. 싸우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던게 아니다. 다만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두었던 것 뿐인데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언젠가부터 증오나 복수같은건 유치하고 소모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삶은 그런 감정을 품고 살기엔 너무 짧다고 생각해왔으니까. 좋은 사람들한테 잘해주기도 바쁜게 짧은 삶인데 다들 왜 그러는 걸까, 찡그린 얼굴이 싫어서 거울도 찡그린 얼굴로 쳐다보지 않으려는 나에게 왜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끄집어내려는 걸까. 어떤 일이 벌어져도 바꾸고 싶지 않은 나의 일부가 바뀌어 가는 것을 계속해서 보게 된다, 그러나 잃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되는 것일까.
8분 31초가 다 되었다.
# by bluexmas | 2008/06/22 00:51 | Life | 트랙백 | 덧글(3)
비공개 덧글입니다.
골때리는 문제들은 일단 해결 봤어. 나중에 전화라도 하면 얘기해줄께. 나는 사실 딸린 식구도 없고 그래서 뭔가 사회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그나저나 둘째 많이 컸을텐데 사진이라도 좀 메일로 보내줘봐. 궁금하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