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 없이 간단한 저녁-Grilled Brie Sandwich
월요일 아침마다 열리는 웅변대회같은게 있다. 원고는 일요일 오후에 선생님이 직접 가져다주신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원고를 안 가져다주셨다고 해서 걱정해야 될 이유같은건 애초에 없다. 원고는 어차피 매주 똑같으니까. 언제나 그렇듯 이 원고에는 나가서 발표해야 될 내용뿐 아니라 강조를 해야 될 부분이나 손을 치켜올려야 될 부분들까지 아주 상세하게 표기가 되어 있어 마치 연극의 지문과도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몇 달이며 몇 주를 같은 원고만으로 반복하다 보면 나중엔 재미도 느낌도 없어진다.
… 열에 여덟 정도, 일요일 점심 때가 지나면 이런 기분이 든다. 맨날 똑같은 월요일. 월요일이라서 똑같은 것일까, 아니면 그냥 느낌이 그런 걸까… 하여간 다가오는 월요일을 생각하면 식욕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쓰고는 싶지만 그건 너무 과장이고 오늘은 어찌하다보니 점심을 네 시에 먹어서 저녁을 제대로 먹을 이유가 애초에 없었다. 게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부엌을 청소하고 나니 가스불을 켜는 것조차 귀찮았다. 아니, 사실은 도마와 칼을 꺼내 샌드위치에 넣을 치즈를 썰기조차 싫었다. 그래서 여느 때 같으면 그릴팬에 구웠을 샌드위치를 그냥 토스터 오븐에 구워서 먹었다. 접시에 담기도, 먹고 난 다음에 닦기도 싫어서 그냥 식탁에 냅킨을 깔고 먹었다. 이런 와중에 신기하게도 사진은 찍고 싶었다는 게 참…
샌드위치에 쓴 치즈는 Brie, 뭐 따지고 보면 제일 좋아하는 종륜데 사실은 St. Andre-치즈라기보다는 정말 거의 버터에 가깝더라-를 쓰고 싶었으나 어딘가에서 맛을 보고는 너무 짜서 그냥 코스트코에서 싸게 파는 브리를 집어왔다. 브리는 치즈치고는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언제나 가장 작은 덩어리를 사기 위해 진열대를 까뒤집게 된다. 사실은 토마토와 basil 잎을 함께 끼워 먹으려 했으나 그것도 귀찮아서 그냥 대충 썰어서는 손으로 집어 먹었다. 거기에 어제 마시고 남은 싸구려 보르도 2005년 산을 마셨다.
# by bluexmas | 2008/06/16 14:10 | Taste | 트랙백 | 덧글(8)
저는 엊그제 파마산치즈를 사면서 가장 작은 덩어리산다고 한~참 뒤적이다가 개중 가장 작은 것(=가장 싼 것)을 집어왔는데…피자 구우면서 넣으려고 냉장고에서 꺼내보니까..로마노 치즈인지 뭔지 ㅠ_ㅠ 그 옆에 있던 걸로 잘못 가져왔어요. 흑흑. 영수증버렸는데…ㅠ_ㅠ
OTZ
笑兒님: 전 두 치즈 모두 먹어본 적이 많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샌드위치 많잖아요. 이삭토스트 뭐 이런 것도 있고…^^
Josée님: 치즈의 왕은 파마지아노 레지아노라고 하던가요?^^
likenoone님: 뭐 그렇죠, 버터와 거의 비슷…
blackout님: 펜탁스 특유의 색깔 hot해지는 현상이죠. 어두울때 찍어서… 홀푸드에는 정말 작은 조각도 팔아서 부담없으실거에요. 종류도 엄청 많던데. 거기엔 살균 안한 생우유 브리도 있는 것 같더라구요. 미국 FDA에서 금지하는건데…
Smila님: 그거 뭔지 알아요! 그거 사려다가 제가 산 게 더 작은 조각으로 팔아서 샀죠… 브리치즈랑 무화과랑 잘 어울리는거 아시는지…샌드위치 만들어 먹으면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