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지난 일요일 Iron Chef America에서, 마리오 바탈리는 쌀을 재료로 한 다섯 가지 요리의 마지막을 돌솥비빔밥으로 장식했다. 돌솥을 꺼내놓는 걸 보고 설마…했다. 언제나 바탈리와 모리모토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자기만의 탄탄한 영역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바탕으로 다른 영역의 음식을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었고 오랜만의 출연(물론 미리 녹화된 것이지만)에서 그는 또 한 번 그만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뭐 눈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맛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보기에 그가 요리한 비빔밥은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그것과 전혀 다를 바 없어보였다. 심사의원들은 생전 비빔밥을 못 먹어봤는지(별로 기대는 하지 않지만…), 너무나도 창조적인 음식이라고 밥알이 튀길 정도로 칭찬을 해 댔지만, 그건 창조적이라기 보다는 완벽하게 원래의 그것에 가까운 것으로 보였다. 하여간 근소한 점수차이로 바탈리의 승리. 상대방 역시 리조토를 바탕으로 하여 완벽한 이탈리아 음식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였지만,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지는 못했고, 거기에서 승부는 갈렸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처럼 한국음식의 세계화에 대한 생각을 잠깐동안 했다. 나도 먹기 싫은 미국에서의 한국음식을 미국인들에게 먹으라고 권하게 될까.
2. 어제, 아버지가 이메일을 보내셔서는 이러저러한 곳에 인터뷰를 다녀오셨다고 하셨길래 결선에 뽑힌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는 건가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고 1등으로 뽑혀서 가셨던 것이라고… 언제나 새벽에 일어나서 읽거나 쓰신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또 만인을 위한 것들은 아니었지만 관련서적도 몇 권 내셨던 터라, 게다가 이렇게 늘 잡소리라도 써야 직성이 풀리는 아들놈을 봐서라도 피 속에 뭔가 흐르는 것이 뻔한지라 늘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살았는데 1등, 이라니 참… 사실은 옛날옛날에 이런저런데에 내신다는 글을 봐드린답시고 난도질했다가 본의 아니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뒤로는 아버지가 쓰신 글을 잘 안 보게 되어서 이 소식을 접하고는 만감이 교차했다. 특히나 죄송스러운 마음이.
하여간, 몇 번의 이메일에서 어렴풋이 얘기를 하신 것 같아 이제 기억이 나려하지만, 우리나라가 어렵던 시절에 통일벼를 개발하던 상황을 주제로 글을 쓰셨다고… 뭐 생각해보니 이것도 결국 쌀에 관련된 얘기라서. 어쨌거나 다 필요없고 이 양반이 당신 즐거운 일 하셔서 인정받는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할 뿐이다. 단지 한비야와 정이현 같은 사람들이 심사위원이었다는게 영 마음에는 들지 않을 뿐.
# by bluexmas | 2008/06/05 13:22 | Life | 트랙백 | 덧글(8)
Iron chef과제로 취나물, 참나물 이런것을 던져주면 어떨까요…^_^;;
비공개 덧글입니다.
笑兒 님: 지금 한국에 계시지 않나요? 돌솥비빔밥 많이 드시고 오세요^^
turtle님: 그렇지 않아도 현미찹쌀이랑 멥쌀을 다 같이 샀더니 나가는 돈이… 우유값도 오르고 요즘 심상치 않네요. 쩝…
passerby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늘 들러주시는 그 분이신가요? 말투는 그런 것 같은데…^^
비공개님: 사실 아버지께서 직접 그 분야의 일을 하신 것은 아니에요. 물론 같은 일을 쭈욱 하시다가 은퇴하시긴 했지만…
blackout님: 저는 아버지를 별로 닮지는 않았답니다 사실…^^
intermezzo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