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멈추지 않을 세찬 바람
거기가 어디였더라? 지도를 찾아보기 귀찮으니 그냥 Los Angeles에서 San Francisco의 2/3 지점 정도라고 해두자. 몇 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어두워진지가 오래였고, 나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도로를 몇 시간째 운전하고 있다가 화장실도 들를 겸, 길도 물어볼 겸 어느 주유소에 들렀다. 잘 먹지도 않는 초콜렛을 사면서 Highway 1을 다시 타려면 어디로 가야되느냐고 물었더니 계산대에 있던 아가씨는, 길은 찾기가 쉽지만 너무 밤이 깊어서 위험하다고 했다. 작년에도 누군가가 이 시간쯤에 운전해서 올라가다가 떨어져 죽었다면서… 나보고 계속 갈 거냐고 물어보았다. 그 말에 겁을 먹은 나는 주유소를 나와 지도를 펼쳐보았다. 혹시 고속도로와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을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고속도로를 타고 남은 길을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도상으로 나는 대체 얼만큼 가야 고속도로를 탈 수 있는지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지점에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시차가 세 시간이나 있기는 했지만 아직 동부도 자정으로 향하지는 않았던 시간, 나는 작년에 같은 길을 여행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체 어땠냐고 물어라도 보고 싶었지만,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될까… 잠시 생각하다가 나는 다시 차를 몰고 애초에 가기로 마음먹었던 길위에 다시 올랐다. 이만큼 왔으니 그냥 가던대로 가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라고 생각하면서. 죽을 수도 있어, 라는 환청이 들리는 듯 했다. 그러나 그걸 몰라서 이 길에 다시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때는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시 접어든 Highway 1에서는 한참동안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2. Next morning the Scarecrow said to his friends:
“Congratulate me. I am going to Oz to get my brains at last. When I return I shall be as other men are.”
“I have always liked you as you were,” said Dorothy simply.
“It is kind of you to like a Scarecrow,” he replied. “But surely you will think more of me when you hear the splendid thoughts my new brain is going to turn out.” Then he said good-bye to them all in a cheerful voice and went to the Throne Room, where he rapped upon the door.
“Come in,” said Oz.
The Scarecrow went in and found the little man sitting down by the window, engaged in deep thought.
“I have come for my brains,” remarked the Scarecrow, a little uneasily.
“Oh, yes; sit down in that chair, please,” replied Oz. “You must excuse me for taking your head off, but I shall have to do it in order to put your brains in their proper place.”
“That’s all right,” said the Scarecrow. “You are quite welcome to take my head off, as long as it will be a better one when you put it on again.”
So the Wizard unfastened his head and emptied out the straw. Then he entered the back room and took up a measure of bran, which he mixed with a great many pins and needles. Having shaken them together thoroughly, he filled the top of the Scarecrow’s head with the mixture and stuffed the rest of the space with straw, to hold it in place.
When he had fastened the Scarecrow’s head on his body again he said to him, “Hereafter you will be a great man, for I have given you a lot of bran-new brains.”
The Scarecrow was both pleased and proud at the fulfillment of his greatest wish, and having thanked Oz warmly he went back to his friends.
Dorothy looked at him curiously. His head was quite bulged out at the top with brains.
“How do you feel?” she asked.
“I feel wise indeed,” he answered earnestly. “When I get used to my brains I shall know everything.”
“Why are those needles and pins sticking out of your head?” asked the Tin Woodman.
“That is proof that he is sharp,” remarked the Lion.
* * * * *
아홉시 반에 딱 맞춰 출근할 수 있는 시간에 눈을 떴다. 물론 그건 아침을 회사에서 먹는다는 가정하에서였다. 어제 밤, 아니 오늘 새벽에 냉동실에서 꺼내어 놓은 머핀 마지막 두 개 가운데 하나를 주섬주섬 챙겨서 회사로 향했다. 다리가 좀 아팠지만 그렇게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차가 고속도로에 막 접어들 때쯤 아이팟 충전을 위한 아답터를 안 가지고 나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전지는 이미 빨간색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늘쯤 주문한 씨디가 오기로 되어 있었으니 씨디 플레이어를 가지고 왔더라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것도 빼먹고 나온 듯 했다. 늦은 밤에 돌아와서 허겁지겁 준비한 다음 날치고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단 하나 어그러진 것이 치명적으로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언제까지 일할지 모르는데 음악이 없다면 꽤나 괴롭겠다는 생각을 하며 출근했다. 왜? 일은 많은데 딴 생각을 할 게 뻔하니까.
집이 아닌 어딘가를 미친듯이 피곤하게 쏘다녀서 집을 낯설게 만들어 놓으면 처음 며칠동안은 아무런 변화가 없도록 짜여진 삶이라도 죽여주게 행복하기 마련이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이 그렇다. 피곤해서 영어가 잘 안 들리기도 하고, 일에서 작은 실수가 빚을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삶이라는 것에 불만을 느끼지 않게 된다. 말하자면 마음의 평안함 따위, 요즘에 쉽게 얻을 수 없는 그런 것을 다만 일주일 정도라도 가지고 살 수 있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번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평안하고 행복해보였지만, 아니 사실 그랬지만, 속에서는 거센 바람이 계속해서 불고 있었다. 거의 언제나 바람은 밖에서 안으로 불어들어오기 마련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문이며 창문을 꼭꼭 닫아서 안쪽 세계의 가냘픈 안정 같은 것이 유지되도록 애써야만 했지만, 이렇게 아주 가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문이며 창문을 꼭꼭 닫아두어야만 하는 것은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밖에서 불어들어오든 안에서 불어나가든, 이쪽 세계에서 생기는 것은 저쪽 세계로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게 나의 생각이어왔으니까. 생각보다는 덜했지만 그래도 피곤해서 점심시간에 차에서 잠시 낮잠을 자고는 돌아와서 책상에 앉아있는데, 오후 세 시쯤에는 누군가 옆에 와서 말을 하는걸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센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냥 잦아들때까지는 아무런 해결책이 없으니 이를 악물고 앉아서는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이었을까, 라고 나 자신에게 물었다. 그러나 답은 단 하나 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무엇인가가 없다면 기억이라도 먹고 살아야만 할 것 같았다. 언제나 입버릇처럼, 살다보면 남는 건 기억 밖에 없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그런 순전히 기억-태생이 과거시제일 수 밖에 없는-이 아닌, 연속적인 성질을 가진 무엇인가를 지니고 살 수 있는 상황을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설사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심했던 것들도 나중엔 그냥 기억으로만 남아왔으니까… 그렇게 이유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걸 입에 담을 수는 없었다. 그건, 나에게는 아직까지 아니어도 분명 누군가에게는 삶에서 화제로 다루어져서는 안되는 금기와도 같은 것일테니까. 그래서 나는 분명히 아주 오래전부터 기억이 아닌 다른 것으로는 자리잡을 수 없도록 설정된 듯한 무엇인가가 빛을 타고 어둠속으로 자취를 감출때까지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보고 있었다. 나의 걱정과는 달리 택시는 쉽게 잡혔고, 플러싱에서 야구 경기가 있었지만 차는 하나도 막히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기억으로밖에 남을 수 없었던 그 무엇인가는 사실 30분 정도의 여유를 더 가지고 있었던 셈이었다. 저녁을 먹을만한 시간대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아주 조금 아쉬웠다. 어쨌거나 이것 밖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알고 있으니까 놔두라고 말하고는 뒷마당쪽으로 난 창문이 금방이라도 떨어져나갈 듯 덜컹거리는 소리를 우두커니 서서 듣고 있었다. 일을 주러 자리에 들른 J가 괜찮아? 라고 묻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고, 나는 그냥 살짝 웃기만 했다.
*2의 출처는 여기.
# by bluexmas | 2008/05/28 12:22 | —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