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요.”

“…..?!”

오래 전에 수명을 다한 14번을 뽑고 돌아온 저녁이었다. 너무나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14번이 있었던 자리, 그러니까 13번의 뒷쪽 벽과 15번의 앞쪽 벽을 혀로 건드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이상한 기분이었다. 14번이 제대로 있었다면 절대 내 혀로 건드릴 이유가 없는 부분들, 내 몸의 일부분이지만 멀쩡한 경우라면 절대 만질 이유가 없는 부분들, 그러므로 만졌을 때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부분들… 나는 그런 부분의 일부를 혀로 건드리고 있었고 그 때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에요, 15번.”

“…..!!”

가만,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건 소리가 아니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울림과도 같은 것이었는데, 그건 내가 혀를 이에 댈때마다 느껴지는 것이었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두개골을 따라 진동을 전달해서 귀에 대거나 꽂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헤드폰 광고를 본 기억이 났다. 그와 같은 이치로 진동 가능한 표면을 음의 매체로 삼는 앰프도 있다고 들었다. 흡착판 같은 걸 유리로 된 식탁 같은데 붙이면 그 유리면이 스피커가 된다던가.

“왜, 섭섭해? 14번은 벌써 오래전에 죽었잖아. 나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었을텐데.”

“네, 맞아요. 크라운을 쓴지도 벌써 10년… 그래도 그만하면 오래 버텨준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6개월 동안은 밤마다 고통으로 우는 소리에 저희들도 잠을 잘 수가 없었거든요. 주인님도 마찬가지 아니었나요? 요즘 계속해서 밤이면 얼굴이 떨렸을텐데.”

그런 것이었군. 언제나 알 수없는 꿈을 꾸는 덕에 잠을 아주 편안하게 자 본 적 없는 지난 몇 년이었지만, 요즘의 기분은 그것과는 또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원인일 줄은 몰랐다.

“사실 그 고통의 몸부림이라는 것도, 이렇게 막판이 되니까 들리는거지, 그렇지 않으면 아마 알아차리리가 쉽지 않았을거에요. 그 크라운이라는게 저희한테는 다스 베이더의 마스크와 같은 것이거든요. (재료는?) 따라서 아주 심해지기 전까지는 밖으로 그 울림이 새어나가지 않아요. 크라운이라는게 애초에 그런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거니까요. 게다가 14번은 신경도 끊어져 있었기 때문에 주인님께서 통증을 느낄 기회도 애초에 차단되어 있었고…”

그래서 의사는 이가 죽어가고 있는게 꽤나 오랜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통증을 느끼지 못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by bluexmas | 2008/05/10 00:35 |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