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 날
4월의 마지막 날, 세상에서 가장 미워했던 그 누군가도 단숨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쁨으로 맞이했던 이 달은 마지막 날이 되면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사람과 심하게 다투고 헤어진 것과 같은 슬픔으로 막을 내린다. 머릿속은 쓸데없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으며, 그 덕분에 이젠 끝. 이라는 말도 겁없이내뱉을 수 있었고 여름이 다가오는 순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이 쌀쌀한 아침에 어이없는 접촉사고로 달달 떨기도 했다. 드디어, 아주 오랫동안 구부러져 있었던 것들이 드디어 조금씩이나마 펴질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던 4월, 하얬던 꽃잎들이 파란 잎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보면서 나름 삶의 다음 장(章)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나무가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각에 빠져 시큰둥했었다. 오늘, 4월의 마지막 날에.
# by bluexmas | 2008/04/30 23:59 | —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