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생활과 K 교수님
어제 퇴근하고 머리를 자르러 미장원에 들렀는데, 다른 잡지가 없어 뒤적거린 주부생활(뭐 따지고 보면 저도 퇴근하면 주부나 다름 없으므로 주부생활 못 읽을 이유는 없는거죠-_-;;;)에 낯익은 얼굴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그 얼굴의 주인공은 지난 10년간 저의 치아 교정을 맡아주신 모 대학 치과병원의 K 교수님… 제가 워낙 싸가지 없는 인간이라서 누굴 보고도 본받고 싶다거나 닮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해본 적이 없는데, 10년간 찾아갈 때마다 늘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셔서 정말 공부도 못하고 적성에도 안 맞아서 치과 의사는 못 되겠지만, 사람됨됨이라도 저분 닮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늘 생각했던 분이었거든요. 출처를 알 수 없는 귀띔들로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셨다고 들었는데 잡지 기사를 보니 작년 겨울에 찾아 뵈었을때 느껴졌던 세월의 흔적-그 전에는 절대 그렇게 크게 느낄 수 없었던-이 다 이유가 있었음을 알 수 있겠더라구요. 저 개인적으로는 뭐 주부생활 같은 잡지에 사생활이 나오는 상황이 그렇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뭐 그런 걸 다 떠나서 저렇게 좋은 분께 그렇게 힘든 일이 많이 생겼었다니 믿을 수 없네- 라는 생각을 압도적으로 하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앞머리가 제가 원했던 것보다 길었음에도 얘기할 생각을 못하고 그냥 집에 돌아왔죠. 그렇지 않아도 임플랜트가 다 끝나면 교정기를 다시 만들어야 되는데 겸사겸사 연락이라도 한 번 드려야 되겠더라구요.
뭐 저 개인적으로도 지난 몇 년간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나서 느낀 건데, 살다보면 정말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너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건 안 생길만한 일이 생긴다기 보다는 생길 수 있는 일들이 생길 뿐인데 저같이 미욱한 사람이 깨닫지 못하는 것 뿐이겠죠. 하여간 K 교수님 같은 분께는 더 이상 힘든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네요. 세상에 뭐 불행으로부터 100% 안전한 사람은 없겠지만, 정말 그 분은 그래도 될 것만 같은 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by bluexmas | 2008/04/19 13:09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