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and Greed
얘기하기도 듣기도 즐겁지 않은 군대 얘기. 그러나 갑자기 꺼내고 싶어졌어요. 요즘 권력다툼이 한창인 것 같아서…
갔다온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군대라는데가 계급이 있다보니 짜증나는 일이 참 많죠. 소위 말하는 명령이라는 걸 무시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 명령이라는게 일에 관련된 것이라면 짜증이 나더라도 복종을 해 줘야만 하는게 예의겠지만, 사실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명령은 일에 관련되지 않은 것일 확률이 높은게 바로 군대라는 곳의 특징아닌 특징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일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최악이라고 느끼는 것은 사람을 개처럼 부려먹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병장이 이등병한테, “야 이 개##야, 이리 좀 와봐.” 라고 불러서는 물을 떠오라고 시킨다거나(뭐 양반이죠 이 정도는…), 코 푼 휴지를 버리라고 건네 준다거나(그래도 예의 좀 있는 개##들은 잘 접어서 버리는 사람 손에 콧물이 묻지 않게 하는 정도의 아량은 베풀었더랬죠), 아니면 필터 바로 앞까지 피우던 담배를, 그것도 불이 붙은 채로 주면서, 꺼서 버리라고 한다거나…
뭐 이런거 여기에다가 늘어놓기 시작하면 오늘 밤 새워 써야 된다는거, 아시는 분들은 아실테죠.
네, 뭐 이런거 다 진짜로 겪은거죠(어디 저런 일 뿐일까요, 대한민국 군대라는 곳에서!). 저 이등병때 저 말고도 소위 말하는 ‘동기’ 라는 애들이 서넛 더 있었는데, 이런 일 당하고 나면 다들 나중에 몰래 숨어 모여서 담배 피우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일 시킨 놈들 욕하기 바쁜거야 너무나도 당연하죠, 사람으로 취급을 안 해주는데 기분이 당연히 나쁘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같이 모여서 욕하던 애들 거의 대부분이 막말로 짬밥 좀 먹고 나서는 자기가 당했던 그대로 아랫사람들에게 시키더라구요. 그것도 아주 기다렸다는 듯이, 뭐 완전 데자부인거죠. “야 이 개##야, 이리 좀 와봐” 부러 시작해서 물 마신 컵 갔다 놔라, 코 푼 휴지 버려라, 담배꽁초 꺼서 버려라… 이제 돌아보면 한 없이 새파란 나이인 스물 두서넛에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가지게 되는 권력도 권력이라고 남들 부려먹고, 괴롭히고… 정말이지 굳게 마음을 먹지 않으면 이렇게 어설프게 그리고 알량하게 가지고 있는 힘을 어떻게든 써 먹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날 수가 없더라니까요. 그리하여 나중에 제대를 하고 나면 뭐랄까, 이 도저히 끊을래야 끊을 수도 없는 아주 사악한 권력의 대물림 고리에 공헌하기 위한 족적을 남긴 것 같아서 정말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기분이 더럽죠. 원하지 않았음에도 공범자가 된 것 같으니까.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 선거 했다고 그러고 보니 뭐 별별 사람들 다 국회의원 되었다고 나오는 걸 보고 있으려니 이런 옛날 생각이 나더라구요. 저렇게 군대 같은 데서 새파란 20대 어린 애들끼리도 어떻게든 권력을 가지고 남을 부려먹지 못해서 안달인데, 진짜 권력, 그러니까 정치적인 힘 같은 것들에는 또 얼마나 사람들이 환장을 하게 될지… 뭐 모든 사람이 단지 힘을 가지기 위해서 국회의원에 출마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참으로 다 맞다고 생각하시는 어떤 양반들께서 저런 식으로 정치적인 힘들 가진 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람들을 바꾸려고 하고, 그렇게 그들이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저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정말 한 없이 우울해질 때가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측은하지만 무서운 사람들이 바로, 자기가 모든 부분에서 다 맞다고 생각하는, 그러니까 인간으로써 당연히 가질 수 밖에 없는 불완전성에 대한 인식을 환전하게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를 눈 멀게 한 그 신념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꾸려고 안달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와서 이제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한 여름에 흐르는 땀처럼 제 감정의 목덜미를 타고 줄줄 흐르고 있네요.
# by bluexmas | 2008/04/10 12:54 | Lif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