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 Rush
같은 회사를 3,4년째 다니고 있으려니 저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이 겪는 변화를 보면서 상대적으로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느낌을 주는 건 아가들인 것 같아요. 워낙 학교 근처에 있는 회사를 다니다보니 같은 학교 출신들이 많은데, 6,7년 전 학교 다닐 때부터 알던 애들이 결혼하고 또 시간이 지나서 아이를 낳아서 회사에 데려오는 걸 보고 있으면 느낌이 참으로 묘하더라구요.
비단 학교 동창 같은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계속해서 회사의 누군가가 아이를 가지고, 또 낳고 있어서 사무실을 어슬렁거리면 배부른 예비 엄마들 하나, 둘 정도 보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고 또 잊을만하면 회사 전체 메일로 누가 아이를 낳았는데 키는 얼마도 몸무게는 얼만데 엄마랑 아이랑 다 건강하다… 라는 소식을 듣게 되죠. 저랑 같이 입사한 경력직 디자이너 하나도 같은 팀에서 일할 때 결혼하는 걸 봤는데 배가 한참 불러서 돌아다니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니 입사하고 교육을 받을 때였는지, 아니면 같이 마감을 위해 달릴때였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 않지만 ‘결혼은 할 건데 애는 별로…’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결혼하고 애를 가지는 걸 보면 뭔가 알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 같은 것이 별로 애 같은 걸 낳고 싶지 않아도 생각했던 사람들도 엄마나 아빠가 되도록 만들어주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뭐 아니면 어느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학이 덜컥 배달을 해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구요.
하여간, 금요일 아침에 학교 다닐때부터 알던 친구 하나가 채 두 달도 안 된 갓난쟁이를 회사에 데려와서 인사를 했는데 피부가 하얗고 깨끗한게 엄마 뱃속에 있는 흔적은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지만, 얼굴 윤곽이 뚜렷하지는 않은 아기가 한 눈에 봐도 너무 길다는 걸 알 수 있는 손가락을 가지고 있는 걸 보고는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손가락을 보고서는 피아노를 배워야 겠다고 한마디하고 돌아서는데, 저렇게 부모가 스스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때부터 자기 자식의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에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자기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던 그 첫 날, 울음소리며 그 작디 작은 손가락과 발가락, 처음 걸음마를 떼던 그 날, 엄마라고 말하던 순간… 그런 기억들은, 부모는 가질 수 있지만 정작 자식은 그 자신에 대한 기억이면서도 아직 의식이 형성되지 못해서 간직할 수 없는 것일테니까요. 자식도 커 가면서 부모에 대한 기억을 하나, 둘씩 가지게 되겠지만, 그래봐야 자기를 세상에 내놓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기억을 가지지는 못하겠죠, 그러니까…
어쨌든 그런 것들을 계속해서 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시간이 멈춘 집 안에 머물면서 두 배속으로 빨리 돌아가는 풍경을 보는 것 같아요. 다들 어떤 식으로든 공기 속에 섞여 있는 변화를 숨쉬고 있는 모습을 창 너머로 지켜보고 있는거죠. 집 안의 공기에는 그 변화라는게 없어서 그런지 왠지 건조한 느낌이에요. 오늘 밤에도 수분 크림을 더 많이 바르고 자야되는거죠. 그래야 또 똑같은 내일의 아침에도 얼굴이 지나치게 당겨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을테니까요. 아무리 변화없이 지루한 삶을 산다고 해도 새 날은 다가오니까, 그 새 날의 아침에는 웃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by bluexmas | 2008/04/06 13:10 | Lif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