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ton Hears A Who! (2008) – 개인기의 화룡점정

그동안 쌓아둔 점수로 얻은 공짜표와 뭔가 단순하고 즐거운 것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저를 극장으로 인도해 Horton Hears Who!를 보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계속 들었음에도 별로 내키지 않았었는데, 거의 매주 가던 극장에 몇 주 안 가니까 허전하기도 하고, 곧 기간이 만료되는 공짜표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만화 Horton Hears A Who!(이하 Horton)은 미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고 이미 영화화도 여러 번 되었던 Dr. Seuss 시리즈 가운데 하나입니다. Horton은 그 등장 인물 및 동물 가운데 하나인 코끼리구요. 뭐 줄거리는 단순해서, 평화로운 숲 속에 사는 덩치 큰 코끼리 Horton은 평소와 다름 없는 어느 날, 떠 다니는 작은 점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를 듣게 되고 그 점이 Who들이 사는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Horton이 사는 세계에 비하면 정말 엄청나게 작은 하나의 점에 집중된 세계가 다칠 것을 염려한 Horton은 이 작은 세계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고 하는데, 숲 속의 어느 누구도 그를 믿어주지 않아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뭐 다들 아시겠지만 3차원 만화 영화에서 그래픽의 완성도와 같은 기술력을 논하는 것은 이미 헛짓거리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 이러한 종류의 만화영화는 정말 참신한 소재에서 빚어진 줄거리 및 등장인물로 차별화를 구하는 것이 흥행의 비결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봤을때 일단 Dr. Seuss 및 Horton은 참신하지 않아도 워낙 잘 알려진 만화 주인공들이기 때문에 3차원 만화영화로 제작되었을 때 어느 정도의 안전성은 확보되는 셈인데, 거기에 무엇보다 화룡점정격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일 부가적인 요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이러한 생각을 제작사에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취한 전략은 코미디계의 잘 나가는 배우들을 대거 목소리 연기자로 써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기로 만화 영화의 질을 높이려는 것이었는데, 워낙 뛰어난 배우들을 섭외한 덕분인지 이 영화는 그 부분에서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합니다. 주인공인 코끼리 Horton역의 Jim Carrey를 비롯해서, 요즘 잘 나가는 Steve Carell, Seth Rogen, Isla Fisher, 그리고 Jonah Hill 등이 주역들의 목소리를 맡았는데, 제가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3차원 만화 영화에서보다 목소리 연기가 뛰어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Jim Carrey의 목소리 연기는 정말 뛰어나서, 극 전체를 이끌고 나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에다가, 영화의 공동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Steve Carell을 압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최근에 보았던 Jim Carrey의 실제 연기들보다도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워낙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줄거리에다가 3차원 만화 영화라는 것이 대부분 환상 세계를 묘사하는데 강점을 가지고 있어서, 이 만화 영화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다른 만화 영화들 보다 무엇이 딱히 낫다, 라고 얘기하기는 좀 어렵지만 이러한 영화들을 보려는 궁극적인 목표가 즐거움 찾기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영화는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라면 모두 함께 보기 딱 좋은 만화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by bluexmas | 2008/04/03 11:22 | Movi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blackout at 2008/04/04 06:02 

저도 최근에 레모니 스니켓의 불행한 사건을 봤는데, 역시 짐 캐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황당한 의상이 왜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외다리 선장역할은 진짜 최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4/04 13:39 

레모니 스니켓은 저도 봤는데, 솔직히 별로 재미 없었어요. 그러나 짐 캐리의 그 과장된 연기는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