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initely, Maybe(2008)-근육남과 세 여자
로맨틱 코미디는 공포물과 더불어 제가 즐겨보지 않는 양대 영화 장르 가운데 하나입니다. 뭐 공포영화는, 저랑 이름 두 자를 나눠 쓰는 그 분께서 비아냥거리듯 그런 감정을 느끼기 싫어서 보지 않고(뭐 겁이 많다고나 할까요-_-;;;), 로맨틱 코미디는 혼자서 보기 조금 뻘쭘한 장르이기 때문입니다(99.99% 혼자 보는 사람은 저 뿐인 경우가…-_-;;). 결국 공포영화는 싫어서 안 보지만, 로맨틱 코미디는 사실 좋아하는 편인데, 그 이유인 즉슨 별다른 특수효과 같은 것도 없이 영화를 두 시간 가량 이끌어가려면 결국 배우의 연기나 이야기 자체로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그 둘 가운데 하나, 아니면 그 둘 모두가 좋은 영화를 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물론 둘 다 아닐 경우엔 배우 얼굴발로 승부를 거는 쓰레기가 되는 것이죠…).
그런 기대를 가지고 오랜만에 본 로맨틱 코미디 Definitely, Maybe는 Blade III 등의 액션물에서 근육을 자랑하러 나왔던 Ryan Reynolds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Little Miss Sunshine의 Abigail Bresiln인데, 생각보다 비중은 그저 그런…)을 가진 이혼남으로 출연, 근육 아닌 연기로도 배우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는 영화입니다. Wimbledon이나 Bridget Jones Diary 2편을 쓴 Adam Brooks가 쓰고 감독한 이 영화는 주인공이 딸에게 그가 만나왔던 세 명의 여자-아이의 엄마 포함-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지난 시절의 애정사를 회고하는, 또 그러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랑이 어떤 것인가 (마음만으로라도) 찾아보려고 애쓰는, 제 기억에는 접해본 적이 없는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여간 근육과 더불어 잘생긴 얼굴 덕분인지 라이언 레이놀즈는 세 명의 미녀와 인연을 가지게 되는데, 십 년 가까운 시간과 이 세 명의 여자 사이를 넘나들며 생기는 이야기는 한 여자와 또 특정한 시간대에 얽힌 얘기가 긴장감을 잃을 때 쯤이면 다른 여자와 시간대로 넘어가면서 워낙 별로 지루할 구석도 없는 영화를 덜 지루하게 만들어줍니다(오히려 딸과 아빠가 현재 시점으로 얘기를 나누는 부분이 별로 재미없습니다).
하여간 지지리 복도 많아 세 명의 미녀와 얽히는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등장인물은 결국 주인공과 맺어지는(스포일러!죄송합니다-_-;;;) Isla Fisher(포스터에서 맨 오른쪽)입니다. Borat의 Sasha Cohen과 실질적인 부부관계(최근에 아이도 낳은 것으로…)인 그녀는 Wedding Crasher등등의 코미디 영화에 출연했는데, 비단 코미디물이 아니더라도 아주 남자의 얘기를 잘 들어줄 것 같은 인상과 표정을 가지고 영화에 출연, 은근히 ‘주인공과 맺어지는게 그녀였으면-‘ 이라는 소박한 기대를 가지게 만듭니다. 뭐 지나치게 눈물을 짜거나 세상이 뜬금없이 조금 더 아름다운 것이라는 따위의 과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않아 마음에 드는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를 두려워하는 저조차도 오랜 금기를 깨고 극장에 가게 만들었으니, 원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단, 저처럼 혼자 보지만 않으신다면…
# by bluexmas | 2008/03/25 11:02 | Movi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