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Kind Rewind (2008)-헛공들인 공드리

미국 뉴 저지주의, Passaic이라는 이름을 가진 평범하다면 평범할 동네에 아직도 비디오 테입을 빌려-1불에 하루 대여-주는 가게가 있습니다. 이름하여 ‘Be Kind Rewind.’ 요즘 같이 DVD도 죽어가고 있는 시대에 비디오 테입이라니, 가뜩이나 구닥다리 같은 느낌이 풀풀 나는데, 그 비디오 가게가 자리잡고 있는 장소마저 시가 정한 안전조례에 어긋나는, 다 쓰러져가는 건물입니다. 그러나 그 건물이 다 쓰러져감에도 불구하고 나름 존재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유는, 가게 주인이 말하기를 유명한 흑인 피아니스트 Fats Waller 가 실은 뉴욕이 아닌 그 가게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하여간 개축을 위해 가게를 팔고 옮기라는 시 당국의 회유스런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가게 주인 아저씨(Mr. Fletcher, Danny Glover 분)은 뉴욕에서 로스 앤젤리스로 가서 연주를 마치고 돌아오던 기차 안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Fats Waller를 기리는 음악제에 참가를 하게 되고, 자리를 비운 사이 가게의 운영을 같이 일하던 Mike(Mos Def 분)에게 맡기게 됩니다. 영화, 배역 불문하고 사고만 치는 친구 Jerry(Jack Black 분)을 절대 가게에 들이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그러나 여차저차한 이유로 자석이 되어버린 제리는 비디오 가게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모든 테이프를 지워버리게 되고 바로 들어오는 영화 Ghostbuster의 대여수요… 궁리끝에 마이크와 제리는 자기들의 방식대로 영화를 찍어서 일단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데, 그 시도가 성공을 거두면서 영화 전체를 끌어나가는 사고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영화를 만드는 얘기, 그리고 이 최첨단 디지털 매체 시대에 아직도 은퇴못한 VHS, 거기에 잭 블랙과 영화든 뮤직비디오든 ‘공들여’ 찍는다는 미셸 공드리까지… 대박나게 재미있는 판타지(환타지? 아직도 자체 해결을 못 봤는데 인수위원장님께 발음 자문을 구해야겠네요. 이제 인수위원회 활동도 끝났을테니 한가하실테고…)까지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쏠쏠한 재미정도는 있어야 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재미를 못 느꼈습니다. 안타깝게도. 꼭 보려고 원래 보려고 했던 다른 영화도 제쳐두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극장에 지도까지 뽑아서 차를 몰고 가는 정성마저 들였건만. 아주 재미없고 또 그래서 돈이 아깝다… 이런 정도는 아니었지만, 영화 내내 별로 몰입이나 공감이 되지 않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에 실로 저 자신에게 의외였습니다.

사실, 저 자신을 돌아보면 단 한 번도 미셸 공드리의 열렬한 팬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불붙은 궁금증으로 지금은 없어진 타워 레코드에서 두 장짜리 한정판을 사서 보는 공을 들였음에도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에 아주 큰 감흥이 없었고, 한참 스파이크 존즈 등등과 뮤직비디오로 같이 잘 나가던 십 여년 전의 그때도 전 차라리 Weezer의 Undone: the Sweater Song’ 등등을 연출했던 존즈 형님을 더 좋아했으니까요. 그러나 Spotless와 이 영화가 둘 다 그냥 그랬다고 해도, 그런 느낌을 가졌던 이유는 정 반대편에 있습니다. Spotless 같은 경우엔 그 줄거리는 마음에 들었지만 그만의 독특한 영화적 표현 방식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고(취향의 차이니까 팬 여러분들은 분노를 삭히시길^^), 이 영화 같은 경우엔 영화의 표현 방식-영화에서 영화를 다시 만들어 표현하는 그 방식-이 마음에 들어서 그것만 보여줘도 그냥 영화 내내 즐거울 것 같았는데 극적인 요소와 마지막에 만들 영화에 대한 정당성을 조금 더 부여하고자 줄거리의 흐름을 너무 많이 집어 넣은 것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미셸 공드리의 팬이 아니어도, 영화 속에서 창조-그것도 아날로그 비디오 테입으로-되는 그들만의 유명 영화들은 정말 그가 지금까지 표현해왔던 영상세계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좀 더 보고 싶었던 것인데, 그런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만하면 끼어드는 줄거리의 흐름 자체는 영화가 영화같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할 수 있는 있겠지만 그냥 볼거리로서의 재미는 깎아내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끼어드는 줄거리는 다소 억지스러웠습니다.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게 인상깊지 않았습니다. 먼저 Jack Black부터 말하자면, 그보다 이런 역에 더 잘 맞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느낌 자체가 이제는 물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처음 몇몇 장면에서는 계속 School of Rock 생각이 나더군요. 그영화가 발표되었던게 벌써 5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그 이후로는 계속 그냥 그랬던 것 같습니다(Margot at the Wedding은 놓쳤는데 평은 그냥 그렇군요). 일단 잭 블랙은 그랬고, Mos Def는 계속 시큰둥한 느낌이었으며, 나머지 배역들도 뭔가 겉도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단 한 명, 두 주연이 옆 세탁소에서 발탁한 여자배우 Alma(Melonie Diaz)만이 그나마 좀 덜 시큰둥한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 느낀점들을 모두 조합해서 결론 아닌 결론을 내리자면, 아주 정말 꼭 극장에서 봐야 되겠다고 애초에 마음을 먹으셨던 분이 아니라면 다른 영화를 보시면서 DVD를 기다리셔도 그 기다림이 그렇게 헛된 것은 아닐 것이리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y bluexmas | 2008/03/01 15:51 | Movi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at 2008/03/04 02:2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3/05 14:22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