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반짝이는 겨울의 마지막 조각
아, 올해 겨울이라는 녀석은 정말 굉장한 심술쟁이로 기억될거에요. 여기는 뭐 2월 말이면 겨울의 끝이기 때문에 사실 ‘이제 봄이 오겠구나’ 라고 마음을 놓으면서 살아야 되는데, 꼭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 날씨가 굉장히 추워지더라구요. 벌써 그런 패턴을 몇 번이나 반복해왔는지… 언젠가는 날씨가 따뜻해서, 아침 출근길에 부모님한테 전화를 해서는 ‘금방 꽃 필 것 같으니까 사진 찍어서 보내드릴께요’ 라고 말을 했더니 그 다음날 기온이 바로 영하로 떨어지더라구요.
오늘은, 정말 추웠는지, 부엌에 서서 아침-회사 다니고부터는 아침을 서서 먹는 버릇이 생겼어요. 어차피 혼자 먹는데 들고 식탁으로 가서 먹을 시간에 잠이나 더 자는게 나을 것 같아서요-을 먹으면서 뒷베란다로 난 문을 열으니 싸락눈이 날리고 있더라구요. 정말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이죠. 싸락눈이라니, 그것도 내일모레가 3월인 이 마당에… 하여간 출근하려고 차고 문을 여니 생각보다 너무 날씨가 추워서 더플코트까지 꺼내어 입고는 차를 빼니, 차의 온도계가 갑자기 화씨 10도나 뚝 떨어지고… 출근을 하는데 하늘은 그 색깔이 정말 얼음조각처럼 차갑더라구요. 흔히 겨울의 빛깔이라고 할 수 있는 정나미 뚝 떨어지도록 차갑고 옅은 파란색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 아픈 사람들이 많았는데, M선배도 그 가운데 하나였어요. 같이 회사를 2년 가까이 다니면서 그렇게 아픈 걸 본 적이 없었는데, 보니까 열도 있고 해서 얘기를 하고 집에 가라고 했는데도 요지부동, 결국 직접 말을 안 하면 제가 가서 말을 하겠다고 협박을 해서는 끌고 나와서 집에 데려다줬어요. 항상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데 오늘 같이 추워진 날씨에 지하철로 집에 간다는게 참…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뭐 역에서 나오면 바로 동네도 아니고 허허벌판을 한참 걸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실 군대갔다온 남자분들이 그렇듯이, 아파도 말을 잘 안 하는게 버릇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 이 선배도 그렇고… 그렇지만 여기에서는 다들 아프면 얼씨구나 말을 하는 분위기고, 또 감기같은 경우 전염될 것 같으면 차라리 집에서 쉬라고 하거든요. 그러나 불굴의 한국인들은 말을 잘 안 하다보니 결국 모두 철인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고…하지만 M선배같이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뭐 가끔 안 아프더라도 엄살을 좀 부려야 회사에서 사람 귀한줄 안다는게 저의 기본 생각이거든요. 가끔은 한국 사람들을 호구로 아는 경우가 많아서…
어쨌든 그렇게 M선배를 집에 데려다주고 오면서, 하늘 색깔이 마음에 드는게 시간이 허락한다면 어디 공원에라도 잠깐 들러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당연히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운전하면서 몇 장 찍는 걸로 만족해야만 했죠. 회사로 돌아오니 저도 몸이 으슬으슬 떨려오는게, 잘 먹지 않는 타이레놀을 먹어야만 했어요. 아, 겨울 좀 빨리 갔으면 좋겠네요. 열흘 있으면 일광시간 절약제 시작하는데.
# by bluexmas | 2008/02/28 12:37 | Life | 트랙백 | 덧글(6)
비공개 덧글입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날씨는 춥지만, 듣기에는 마냥 따뜻할 것 같은 3월이 다가오는데 감기에 걸리면 어쩐지 억울하잖아요.
서울은 낮엔 봄, 아침저녁으론 겨울하며 계속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더니
요 며칠 봄한테 겨울이 지고 있습니다. 이제 추위는 몇 번 남지 않았다는 거
어김없이 봄이 돌아오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네요.
좋은 금욜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주말, 휴일 보내세요.
또 얼마나 맛난 거 드시고 사진 올려주실지 은근 기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