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맞는지도 모르는 취향분석

어떤 분의 블로그에 놀러갔다가 흘러가서 해 보게 된 취향분석인데, 주말에도 밖에는 안 나가고 집에 쭈그리고 앉아 파래무침 따위나 해 먹을 뿐인 궁상스러운 제가 무려 ‘지적인 척 우아한 여피족 취향’ 씩이나 된다니,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너무 고마워지려고 합니다. 저는 그냥 회사원의 탈을 쓴 가정주부일 뿐인데… 얼마나 가정주부스럽냐면, 지난 주에 먹고 남겨 냉장고에 넣어놓은 두부 반 모로 무슨 반찬을 해 먹을까 고민하느라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값싼 온정주의 따위 싫어하는 건 맞구요(기업 이미지 제고용 광고 따위에는 늘 토할 것 같아서 항상 밥 먹을 때에는 텔레비젼을 안 보려 했죠). 신파도 그렇고… 마케팅이라는 것 자체를 싫어하지 않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마케팅 전문가’ 라는 사람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 나쁜 편견이 있어요. 뭐 다들 그렇게 잘 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으니까. 아니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전문가로 불리는 것 같아서? 아니면 본인이 너무 싸가지 없어서 그냥 남들이 다 꼴보기 싫으니까? 뭐 어쨌든…

그리고 그 밑에 열정과 형식이 어쩌구 떠들어대는데, 서정주를 언급하는 건 좀 마음에 안 드네요. 그 분 뭐 행적이 거시기하신거 다 알지 않나요? 노천명도 뭐 결국 모가지가 길다보니 친일을 해서 슬픈 짐승을 노래하셨고…

하여간 절 혹시 아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걸 읽어보시고 얼마나 맞는가 확인해보셔도 좋고, 뭐 모르시는 분들은 얘는 이런 인간인가보다, 라고 생각하셔도 좋고 뭐 아니어도…

참! 오타쿠! 저는 아니지만 잘 아는 오타쿠도 꽤 있는데(전 돈을 많이 못 벌어서라도 오타쿠가 될 수 없어요).

지적인 척 우아한 여피족 취향

 

“교양있고 점잖은” 당신의 취향을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형용사입니다.

너무 나서지 않고, 너무 감상적이지 않고, 너무 세속적이지 않고, 너무 과격하지 않아야 당신의 취향에 어울립니다. 당신에겐 ‘진짜’를 가려내는 안목이 있습니다. 사기꾼이 만든 짝퉁, 싸구려 그림, 천박한 상업주의 음악, 모두 당신에겐 통하지 않습니다. 이런 고상한 분별력은 선천적인 것일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경험이나 교육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게다가 당신은 멍청한 감상주의에 넘어가지도 않습니다. 값싼 온정주의, 상투적인 가족주의, 뻔한 연애 신파극, 너절한 말장난, 이런 것들로 장사하려는 광고주, 마케터, 드라마 제작자들이 당신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무슨 CSI 반장님 사진이 나왔는데 짜증나서 지워버렸어요^^)

당신의 취향은 로마 시대에서 빅토리아 시대까지 서구 문명을 지배했던 문화적 품격, 데코럼(Decorum)에 기반합니다. 어울림 또는 적격(適格)이라고도 불리는 데코럼은 고전주의 시대 명작들이 준수해 온 완벽한 구성과 질서, 그리고 절제미였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데코럼의 추구는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 그리고 열정적인 창의성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당신의 취향은 때때로 속좁고 딱딱하며 부자연스러운데다 편견으로 가득하다는 비난을 들을지도 모릅니다.

좋아하는 것

기본적으로 당신은 열정(Passion)을 품격(Decorum) 안에 표현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즉, 형식이 자유와 다양성보다 우선시 되야 한다는 주의죠. 예를 들어, 지나치게 ‘독창적인’ 그림이나 시보다는, 아래처럼 절제력에 의해 품격을 갖춘 시를 선호하는 것이죠.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메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으련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詩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숫캐마냥 헐덕거리며 나는 왔다.

“자화상” 서정주

저주하는 것

21세기 들어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주제 모르는 키치 예술가가 당신의 혐오 대상입니다. 일탈적이고 파괴적인 팝 아트도 경멸의 대상입니다. 근본없이 ‘트렌드’를 만들겠다고 설치는 ‘예술가’들은 당신에게 반달리즘-문화 파괴행위로 보일 겁니다. 이런 것들이 그저 새롭고 신선하다며 좋아하고 추종하는 철 모르는 감상주의자, 오타쿠 매니아들도 당신에겐 경멸의 대상입니다.

 by bluexmas | 2008/02/28 12:14 | Lif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imagine513 at 2008/02/28 12:25 

저도 해보러가야겠어요 😉 좋은정보 캄사

 Commented at 2008/02/28 13: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ackout at 2008/02/29 04:25 

두부 반 모는 땅콩버터랑 우유랑 넣고 갈아서 콩국수 해드세요…^^ 오이 썰어넣고~

 Commented by blackout at 2008/02/29 14:18 

근데 저는 키치예술 좋아한다고 나왔네요… 정반대..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3/05 14:26 

imagine513님: 빨리도 해 보셨더라구요.

비공개님: 그…그렇군요. 저와는 정 반대신듯.

blacktout님: 두부는 금방 만들어 파는게 아니면 날로 안 먹으려구요. 어째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