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세일가로 산 말떼거리 폴로셔츠
말을 뻥뛰겨서 가뜩이나 지루하던 폴로셔츠라인에 변화 아닌 변화를 주고 있는 랄프 로렌, 요즘 이걸로 재미를 좀 보고 있는지 하늘이 높아지지 않아도 말들은 자꾸 살쪄만 갑니다. 스테로이드를 먹였는지 아니면 방사능을 쬐어서 돌연변이로 만들었는지 기존의 말보다 열 배는 큰 놈으로 시작했던 말뻥튀기 폴로라인은 이제 색색깔의 말로도 모자라서 말이 떼거리로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 말의 크기와 마릿수에 비례해 가격은 터무니없이 높아져만 갑니다. 아무래도 쓸만한 말을 끌어오기가 버거운 모양이죠.
하여간, 다른 건 하나도 다를 바 없는데 반짝거리는 금실로 상당히 세세하게 말을 수 놓은 이 폴로셔츠의 원래 가격은 $125로, 쓰지 못한 돈이 썩는다고 해도 쉽게 살 엄두를 못 내는 범위에 있습니다. 그러나 다들 말이 너무 크고 많아서 부담스러웠는지 데려가지를 않아서, 결국 $40이라는 비교적 저렴하지만 그래도 약간은 망설이는 가격에 명품매장보다 점원들이 오히려 더 싸가지 없기로 아틀란타에서 소문난 블랙라벨 매장에 널려있었습니다. 사실은 빨간색이 정말 괜찮았는데 저 바로 전에 가게에 들어갔던 중국인 커플이 사가는 바람에 닭을 집어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말이 한 마리만 뻥튀겨져 있을때에는 입어보고 영 어색하다는 느낌에 살 수가 없었는데, 오히려 여러마리 있으니까 말도 뻥튀겨졌다는 사실 자체에 부끄러움을 덜 느끼는지 그럭저럭 입을만 하더군요.
원래의 가격보다 75%정로를 깎아서 팔아치우는 이 상황을 보면서,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길 정도의 가격은 대체 얼마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랄프 로렌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요즘처럼 유럽브랜드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과연 퍼플이나 블랙라벨과 같은 고급라인은 어떤 소비층을 주 대상으로 잡고 마켓팅을 할까, 상당히 궁금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퍼플라벨 정장 같은 경우 한 벌에 $4,000정도 하는 것들도 있고, 또 구두 역시 이태리에서 수입을 해서는 $400정도의 가격에 팔지만, 사실 그 정도의 가격이라면 대부분 유럽브랜드를 선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타일이 다른데다가 저처럼 어차피 사 입을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이 걱정할 문제는 아니겠지만…
참, 말이 뻥튀겨지니 자전거도 질세라 뻥튀겨진다고, 우리나라 모 브랜드에서 말이랑 맞장뜰만큼 큰 자전거가 박힌 티셔츠를 내어 놓은 것 같던데, 이제 라코스테에서 악어를 뻥튀겨서 내놓기만 하면 되겠네요. 돌연변이 말과 악어, 그리고 자전거가 서로 맞장뜨며 싸우는 광경이 막 머리속에 떠오르는 걸 보니 저도 제정신은 아닌 모양이군요. 물론 악어가 다 집어삼켜서 이긴다는데 500원 걸겠지만, 갑자기 멧돼진가 뭔가를 삼킨 보아뱀이 생각나는 건 왜…
# by bluexmas | 2008/02/26 12:23 | Taste | 트랙백 | 덧글(10)
확실히 덜 지루하긴 하지만. 너무 큰 말들은 좀 민망해서-.-;;
정말 말이 떼로 몰려다니니 상당히 어색할 걸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물론 말씀하신것처럼 유럽쪽 브랜드를 선호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유럽 브랜드들도 잉글리시 수트라거나 이탈리안 수트가
라펠, 절개선, 벤트 등등 세세한 부분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랄프로렌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아메리칸 수트도
상당히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최근 브룩스 브라더스가 인기를 얻고 있는걸 봐도 알수 있겠죠. ^^;;
흥잰님: 지금 쟤들 경주중이에요!^^
보리님: 아, 정말 스테로이드 요즘 문제가 많아요…
지루박님: 네, 좀 어색한 것도 사실이죠. 말은 멋지긴 해도 귀여운 동물은 아니라서…
笑兒님: 곧 나올거에요. 티셔츠에 엄마 악어, 아빠 악어, 찢어진 악어가…
비공개 1님: 그렇죠? 읽은지 20년 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했어요. -_-;;;
비공개 2님: 그러나 저는 빨간색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사실은…그나저나 잘 지내고 계세요? 아무쪼록 지금 하시는 일 마무리가 잘 되어야 될텐데요^^
gene님: 네 퍼플라벨은 컬렉션이죠…우리나라에선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저는 잘 모르지만, 미국잡지들을 보면, 그 정도 가격들에 소개되는 정장들은 사실 대부분 유럽브랜드들입니다. 그리고 제가 랄프로렌의 정장을 보면 어느 정도 이상의 가격대에서는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미지의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말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느낌이더군요. 그리고 항상, 미국에서는 유럽에 대한 향수,시기, 뭐 이런 것들이 있다보니 어느 정도의 고가 브랜드는 유럽것들을 선호하거나 미국 브랜드더라도 유럽의 느낌이 더 강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브룩스 브라더스를 언급하셨는데, 솔직히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을 보고 놀란게 일단 여기에서도 거의 변하지 않는 재미없는 스타일인데다가 일단 사이즈가 우리나라 사람과 너무 달라서 과연 맞을지도 모르겠고, 또 $1000 이하의 정장은 대부분 미국에서 만드는게 아닌데, 그럴바에는 제일모직에서 라이센싱하는 빨질레리 등등을 좋은 감으로 맞춰 입는게 훨씬 낫다는게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물론 최근에 Black Fleece라고 컬렉션라인이 나왔지만 Thom Browne이 디자인했다고 해도 거기에서 $3,000짜리 정장을 사입지는 않을 것네요. 물론 돈도 없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3,000짜리 코트를 반액에 팔던데 한 번 시도해보심이…
사실 간단하죠 (…)
미국에는 별다른 패션 하우스가 없거든요.
일단 저도 7년째 미국에 있어서 우리나라에 브룩스 브라더스가
들어간걸 작년 겨울에야 가보고 알았네요 ^^;;
사실 랄프로렌을 제가 좋아하는 이유는 오래된 유럽 하우스 브랜드들에서
느끼기 힘든 위트가 풍부해서라는게 한가지 이유에요.
제가 작년에 산 벨벳 로퍼만 해도 랄프로렌 아저씨의 유머감각이 하악하악
유럽 브랜드 정장도 딱히 안 사보건 아닌데
작년에 구입한 반아쉐의 수트는 제 인생 최악이었네요…
말씀하신대로 한국 제일모직 옷을 구입하는게 나을뻔…
혹시 시간 나시면 랑방의 컬렉션 라인 한번 보셔요…
흔한 수트류의 디자인이 아닌데 그게 또 참 곱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