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팀원으로 낙인찍히는 법

참고로 *절대* 실화가 아닙니다.

등장인물

A: 옆 팀 ‘자칭 매니저’ 인도 여자애

B: 철수(가명)라 불리는 사나이

C: 곰치 선생

특별출연

해외 담당 부사장(대사 없음)

어느 목요일, 오후 두 시경

A(억지로 머뭇거리는 표정으로 B의 책상에 다가온다, 옆걸음으로): C가 그러는데 너 시간 있다고… 우리 내일 마감인데 좀 도와줄 수 있을까?

B(WTF!): 뭔데?

A: 어, 평면 몇 개 셋업하고 치수넣는건데… 내일 ‘저녁’ 때까지 해야되거든(‘오후’도 아니고 저녁이라니! 나보고 금요일에 다른 팀일로 야근을 하라는거냐 지금!)

B: 나 지금 이거 해야되는데… 빨리 끝내고 가서 도와줄께

A: OK.

그리고 오후 세 시 반, 일을 받아다 이미 시작한 B.

B(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로); 이거, 이 스케일에 이런 식으로 하면 다 그리고 나도 못 읽을텐데…

시험삼아 한 장을 출력해서 A에게 간다.

B: 이거, 이렇게 되어도 상관없는거야? 안 보일텐데…

A(돌아보지도 않으며): 어, 상관없으니 그냥 해.

여섯시 반, 정작 그 쪽 팀원들이 모두 퇴근한 걸 발견하고 끓어오르는 B.

B(열받은 분위기로 혼잣말): 아니 이 인간들이 대체 양심도 없나…

그리고 다음 날, 금요일 아침

B,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왼다리와 무릎의 통증에 시달린다.

B(투덜거린다): 젠장, 이래서 오늘 퇴근하고 운동 하겠나…

운동은 커녕, 퇴근시간까지 자리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자, 빨리 일을 끝내고 집에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미친 듯이 도면을 그려 완성을 한 시간, 오후 두 시 반, A에게 도면을 보여준다.

A: 어, 이거 하나도 안 보이잖아…

B: 거봐, 내가 안 보일거라고 그랬잖아.

A: (네 장 가운데 두 장을 끄집어 내며) 여기 세 건물들만 확대해서 새로 도면을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B: 그래? 근데 나 지금 다리도 아프고 하니까 오래 일 못해.

A(들은 척도 안 하며): 일단 이것 좀 해줘…

한 시간에 걸쳐 몇 장의 도면을 새로 만들어 낸 B, 도면을 A에게 가져다준다.

B: 자, 이제 여기 도면 새로 만든거 있고, 나 이제 진짜 가야 돼…다리 아파서 의자에 못 앉아 있겠다.

A(도면을 다시 내밀며): 여기, 이거랑 이것만 좀 해 주면 안될까?

B(열받은 말투로): 내가 세 번이나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어?

A: 응? 아프다고?

B, 씩씩거리며 자리로 돌아와 왼다리를 쭉 펴고 비스듬히 앉은채로 도면을 원하는 만큼 완성시켜준다.

B: 다 되었으니까 확인해봐…

A(돌아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일주일 뒤, A와 C, 같이 점심을 먹고 있다.

A: 지난번에 B한테 일을 시켰더니 계속 짜증을 내서…

C: 그래? 이놈시키, 일도 못하는 주제에… 그냥 놔두면 안 되겠군!

A와 C, 점심을 먹고 올라오기가 무섭게 부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한다.

C(흥분된 어조로): 오늘 A와 내가 이렇게 면담을 요청한 이유인 즉슨 다름이 아니라, B가 팀워크에 방해가 되는 인력이라는 판단이 들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 의견을 구하고자…

다시 한 번, *절대* 실화 아니에요. 제가 요즘 부조리극 쓰는 놀이에 심취해서…

 by bluexmas | 2008/02/23 11:34 | Life | 트랙백 | 덧글(1)

 Commented at 2010/08/0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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