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하루

늦게 오면 물이 끊긴다고 해서 정말 다섯시간 밖에 못자고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서 회사에 도착, 다 죽어가는 화분에 쫄쫄 흘러나오는 물을 간신히 주고 있는데 언제나 그래왔듯 제 화분에 물 주는 꼴을 못 봐주시는 곰치를 닮은 사공님께서 한 시간이나 늦게 출근하시자마자 근 육 개월간 싹도 제대로 나지 않았던 잡초화분을 억지로 끌어다가 물을 주라고 명령하셨죠. 저는 정말 아주 오랜만에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을 느끼고는 잡초화분은 물론 제 죽어가는 꽃마저 사공님 얼굴에 쳐 집어던져버리고는 개##야 사라져줄테니 잘 쳐먹고 잘 살아라… 를 외쳐주려다가 꾸우욱 참아야만 했죠. 물은 또 어찌나 쫄쫄 나오던지 네시 반까지 물줄 가치도 없는 잡초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서야 얼른 제 화분을 가져다 대 놓고 아홉시까지 기다렸다가 돌아오는데, 참 날씨 한 번 춥더라구요. 그래서 코트 품 안에 화분을 넣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아, 슬픈 하루였어요. 어찌나 슬픈지 말만 잘하는 저 같은 사람이 대체 설명도 못할 정도였으니까.

 by bluexmas | 2008/01/25 13:53 | Life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at 2008/01/25 13: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1/25 14: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han at 2008/01/25 20:45 

레옹이다

 Commented by 소냐 at 2008/01/25 22:10 

이거 비유인거 맞죠? 두번 읽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1/26 12:23 

비공개 1님: 너무 소식이 궁금했는데, 제가 이렇게 푸념이라도 늘어놔야 소식을 들려주시는군요! 종종 소식 좀 전해주세요. 알고보면 제 블로그 재개장의 동기를 부여하신 분인데(본인이 알고 계셨는지 모르지만)…

비공개 2님: 저한테 찍히셨어요.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chan님: 저 영화 안 봐서 내용도 사실은 잘 몰라요.

소냐님: ^^;;; 보스턴 추울텐데 건강하세요?

 Commented at 2008/01/27 03: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1/27 14:35 

비공개님: 눈치 안 보셔도 돼요^^ 소식 들어서 반갑습니다. 생일은 잘 보내셨나요? 저도 갔다와서 오랫동안 멍하게 살았죠.

 Commented by j at 2008/01/30 10:44  

토닥토닥~ 이젠 괜찮아지셨겠죠?

말도 못하고 재주도 못부리는, 곰처럼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1/30 15:53 

말하기 싫고 재주도 거짓말같아서 안 부리고 뭐 그런거죠. 속이는 사람들 미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