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하루
늦게 오면 물이 끊긴다고 해서 정말 다섯시간 밖에 못자고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서 회사에 도착, 다 죽어가는 화분에 쫄쫄 흘러나오는 물을 간신히 주고 있는데 언제나 그래왔듯 제 화분에 물 주는 꼴을 못 봐주시는 곰치를 닮은 사공님께서 한 시간이나 늦게 출근하시자마자 근 육 개월간 싹도 제대로 나지 않았던 잡초화분을 억지로 끌어다가 물을 주라고 명령하셨죠. 저는 정말 아주 오랜만에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을 느끼고는 잡초화분은 물론 제 죽어가는 꽃마저 사공님 얼굴에 쳐 집어던져버리고는 개##야 사라져줄테니 잘 쳐먹고 잘 살아라… 를 외쳐주려다가 꾸우욱 참아야만 했죠. 물은 또 어찌나 쫄쫄 나오던지 네시 반까지 물줄 가치도 없는 잡초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서야 얼른 제 화분을 가져다 대 놓고 아홉시까지 기다렸다가 돌아오는데, 참 날씨 한 번 춥더라구요. 그래서 코트 품 안에 화분을 넣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아, 슬픈 하루였어요. 어찌나 슬픈지 말만 잘하는 저 같은 사람이 대체 설명도 못할 정도였으니까.
# by bluexmas | 2008/01/25 13:53 | Life | 트랙백 | 덧글(9)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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