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lden Compass(2007)-겨울 판타지
사실 이런 종류의 영화(뭐 영화가 아니라도 이야기들, 오즈의 마법사랄지…)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해리 포터 시리즈조차도 신경 써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영화가 같은 종류의 다른 영화들과 비교될 때 어느 정도의 품질을 보장하는지 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이유는 니콜 키드만을 비롯한 배우들 때문이었는데, 언제나 무식쟁이로서 참고하는 평이 좋지 않아서 볼 생각을 접고 Atonement를 대신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Atonement는 제가 서울에 오기 전까지는 제한 개봉이라 저희 동네에는 걸리지 않았고, 저는 꿩 대신 닭으로 원래 꿩이었던 닭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만약 원작소설-영화를 보고 났더니 너무나 읽고 싶어지는-을 읽어봤더라면 혹시나 이 영화가 더 마음에 안 들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6불 정도 내고 보기에 이 영화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의 기대와는 달리 그 쟁쟁한 배우들은 이번 편에서 거의 비중이 없다시피 하고, 그저 맹랑한 여자아이 Dakota Blue Richards만이 종횡무진 활약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그러한 활약상은 어떠한 개연성이 없이 무슨 깨달음처럼 한 순간에 이루어지기 시작한 다음 계속해서 발전만을 거듭할 뿐이어서 한편으로 너무 뻔하다는 기분도 느끼게 하지만, 뭐 이런 부류의 영화가 다 그렇고 무슨무슨 영화처럼 트레이닝 과정을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그렇게 큰 불만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사실은 줄거리나 연기보다 저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Daemon의 존재였습니다. 이 Daemon은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늘 함께 붙어다니는, 제 2의 자아와 같은 동물들인데 어릴 때는 상황에 따라 고양이도 되었다가 새도 되는 등 모습을 바꿀 수 있지만 주인공이 성인이 되면 한 가지의 동물(곤충도 있습니다)로 정착하게 됩니다. 또한 그렇게 되었을 때 이 동물들은 주인의 성격을 보여주는 역할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영화에서 약간 교활한 역할인 니콜 키드먼에게는 원숭이가 따라다닌다던지, 다니엘 크레익에게는 사자랄지…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저는 성질이 급하지만 Daemon을 가진다면 느리고 또 느린 나무늘보나 팬더를 데리고 다니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맨날 꾸물럭대는 나무 늘보를 발로 찬다던가, 팬더와는 다크서클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 다른 상표의 아이크림을 나눠 써 본다던가…
그리고 또 한 가지, 워낙 눈을 좋아하는지라 겨울 배경에서 벌어지는 영화의 전개 역시 줄거리와 아무 상관없이 저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영화에서는 Ice Bear라는 백곰 부족이 떼로 나오는데, 몇 년 전까지 저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던 코카콜라의 곰들과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혹시라도 코카콜라에서 협찬을 했거나 떼거지로 싸움을 하고는 코카콜라를 마시며 ‘캬-‘를 연발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지만, 모든 자막이 다 올라갈때까지 코카콜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영화이야기 같지만 사실 영화 정보는 별로 담지 않은 잡설만을 줄줄 늘어놓다보니 영화 줄거리도 입에 담지 않았는데, 뭐 그거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넘어가겠습니다. 저처럼 눈이나 동물, 특히 북극곰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보셔도 될 것 같고, 해리포터보다는 훨씬 밋밋한 관계로 그 쪽의 팬이시라면 넘어가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Dust의 존재에 대한 설명은 영화 자체에서도 그렇게 만족할만큼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 by bluexmas | 2007/12/16 11:24 | Movie | 트랙백 | 덧글(8)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intermezzo님: 그러나 곰들이 코카콜라로부터 지원 받은게 아니라니 믿을 수 없었다니까요…
비공개1님: 필요한 정보를 보내드렸습니다^^
비공개 2님: ^^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 DAEMON은.. 기린 혹은 돌고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