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IF
요즘 사공님들께서 밥줄의 지속성에 위기를 부쩍 느끼고 계신지 시장개척에 한창이신지라 팀, 카스트의 맨 바닥 불가촉천민의 하인인 저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바탕 그림은 같지만 무엇인가 조금씩 다 다른 제안서 팩키지를 만들고 있답니다. 금요일이 아니면 조금 늦게 퇴근해도 되니까 느긋하게 일할텐데 금요일에도 억울하게 야근할 수는 없는 노릇… 해서 오늘도 회사 전 층을 뛰어 오르락내리락하기를 수십 번 반복하고 나서야 한 시간 늦게 일을 마치고 퇴근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시간에 맞춰주는 일을 하는 건 참으로 스트레스에요. 게다가 제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안쪽에서는 쉽게 일이 흘러가는데 그 밖에서 어이없게 시간이 허비된다거나 진척이 잘 안되면 그 타는 속은 정말… 오늘은 예전에 했던 프로젝트를 추려 열 몇 쪽짜리 책자를 만들었는데, 제가 그 책자를 포토삽질로 만드는 시간보다 필요한 파일들을 대체 어디에다 감췄는지 물어보러 다니는데 시간을 더 많이 들여야했거든요. 몇 백기가도 넘는 서버에서 내키는대로 체계없이 만든 폴더들 어딘가에 감춰진 파일-그것도 제가 만들지 않은-을 찾는 건, 정말 아마존 투어에 짐꾼으로 따라갔다가 덤태기 써서 여행객 콘택트렌즈 찾아주려고 온 정글을 뒤지는 꼬라지나 다름 없거든요. 거기에다가 출력마저 속을 썩여서…미국은 Letter와 Tabloid라는 말도 안되는 크기의 종이를 쓰는데 저는 미국 아닌 다른 나라들의 프로젝트을 위한 팀에서 일하니까 나가는 책이나 자료들은 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A/B 크기를 쓴답니다. 해서 출력할때만 되면 종이를 찾아서 온 사무실을 오르락내리락해야되고, 수동급지를 해야 되니까 프린터 뒷 꽁무니에서 종이를 붙들고 한참 서 있어야만 하죠. 게다가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PDF 파일이 500메가다… 그러면 참 삶이 우울해지는거죠(열과 성의를 다해 줄였지만 450메가로 줄었을땐 정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어요T_T;;;).
말이 길어지는데, 어쨌거나 마무리는 잘 되었고 담담주에 서울 가는 것 때문에 필요한 것들 사고 먹거리 장까지 봤더니 집에 오니까 열 한시더라구요. 결국 운동도 못하고… 그래도 참으로 TGIF가 아닐 수 없네요. 휴…
# by bluexmas | 2007/12/01 14:17 | Life | 트랙백 | 덧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