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2007)-마냥 좋아, 비틀즈니까.

뭐 그런 일이 살아 숨쉬는 동안에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누가 저더러 음악없는 세상에 살래, 음식없는 세상에 살래…라는 말도 안되는 선택을 하도록 강요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음식없는 세상을 선택할 것입니다. 뭐 그럼 밥도 못 먹고 물도 못 마시고 음악만 듣다가 슬슬 말라죽겠죠. 그렇다면 마지막 곡으로는 뭘 들어야 될까요…? 이왕이면 행복한 노래가 좋을 것 같은데 머리 속에 금방 떠오르는 곡이 없네요. 컴퓨터 바로 뒤에 놓인 CD장을 보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게 빌리 코건이 펌킨스를 깬 후 만들었다가 바로 망한 Zwan의 앨범이 눈에 띄는데 Lyric정도면 되겠군요. 여담이지만 새로 나온 펌킨스는 정말 못 듣겠더라구요. 사실 애초부터 단 한 번도 펌킨스 팬은 아니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앨범이 다 있습니다-_-;;;)… 전 오히려 Zwan을 참 좋아했는데 펌킨스 팬들은 다들 죽도록 싫어하더군요. 생각난 김에 비디오나 올려보죠… 빌리 코건은 체질적으로 행복한 노래는 못 부르는지 참 요즘 나온 펌킨스도 그렇고…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서 제가 펌킨스보다 Zwan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조차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여간, 저는 이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비틀즈의 좋은 노래들을 녹여서 만든 영화라면 아무리 구리다해도 보아줄 용의가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영화는 저의 기대보다는 훨씬 덜 구렸습니다. 뭐 줄거리는 비틀즈가 활동하던 1960년대 말-70년대 초, 영국 리버풀(비틀즈의 고향이죠)의 선박 노동자인 20대 초반 Jude(사실은 Jullian이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원래 이 노래는 존 레논이 아들 줄리앙에게 바치는 노래였는데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서 내지는 너무 여자 이름 같아서 바꿨다고 하던데…)가 생부도 찾을 겸 다른 세상도 맛볼 겸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사람들을 알게 되고 또 그 사람들 가운데 하나인 Lucy(Lucy in the Sky with Diamond)와 사랑에도 빠지는, 솔직히 말해서 별로 특징 없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시대에 한창이었던 명분 없는 베트남전과 또 대립각을 이루던 반전운동이 영화 줄거리의 뼈대를 이루는 것도 같지만, 솔직히 줄거리는 그저 노래를 영화로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로 존재할 뿐이고 영화는 비틀즈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시각적인 환상들로 줄줄 넘쳐 흐릅니다. 사실 눈으로 본 시각적인 매체의 느낌을 글로 옮기려니 조금 버겁게 느껴지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그 넘쳐나는 시각적인 이미지들의 분위기는 저의 느낌에 다소 후기 비틀즈, 그러니까 약도 적당히 드시고 인도 물도 적당히 드신 후 술술 흘러나오던 그 싸이키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뭐 어떤 이는 비틀즈가 너무 과대평가되었다고도 하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얼핏 그런 얘기를 했는데, Across the Universe에서 보컬의 뒤로 들리는 묘한 떨림이나 Strawberry Fields Forever(제가 가장 좋아하는 비틀즈의 곡, 언젠가 MBC에서 했던 다큐멘타리를 보셨다면 알겠지만, Strawberry Fields는 고아원 이름이라고…)에 들릴락 말락 깔리는 기타 아르페지오(라고 하기엔 너무 솔로같지만)를 듣고 있노라면 등에 소름이 좍 돋는걸 느끼는데, 이런 느낌은 정말이지 다른 많은 노래들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를 좋아할 수록 감정에 휩싸여 두서있는 글을 쓰기가 힘들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좋은 것에는 좋다는 말 외에는 그다지 길고 많은 말이 필요가 없기 마련입니다. 어쨌거나 저에게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by bluexmas | 2007/11/10 13:40 | Movi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폭주무면허 at 2007/11/10 17:10 

저도 zwan 아주 좋아합니다.

호박시디도 한 40장 있는듯… 호박얘기들으니 반갑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1/12 12:08 

그러시군요…저는 펌킨스의 팬은 아니에요. 이번 앨범은 정말 별론것 같구요.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7/11/14 15:29 

뉴욕타임즈에서도 비틀즈는 pop이 아닌 classical에 넣어서 분류한다더라구요 ㅎ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1/16 12:46 

intermezzo 님도 비틀즈 좋아하세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비틀즈 노래 클래식으로 편곡한 것도 너무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