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일하는 날?

일하는 일요일이라니, 일요일에 회사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일하는 일요일이라는 말은 두운이 너무 잘 맞아서 두운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쉬어선 안 될 것 같은 기분마저도 들더라구요. 하여간 그 머나먼 길을 꾸역꾸역 차 몰고 가서 일할 생각을 하니 영화 식욕도 뚝 떨어져서 오늘은 영화도 안 보고 늦잠이나 자다가 집 가까운 데 어딘가에 있다는 Wholefood를 찾아가 온갖 식품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복도와 복도사이를 쏘다니며 온갖 종류의 감자들과 가격표를 붙여놓지 않았더라면 잡초로 착각했을 법하게 생겨먹은 허브들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부위의 쇠고기와 꼭 사려고 했으나 비싸서 망설이다가 50% 세일하는 것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며 데려온 아이스크림 스쿱, 그리고 금주 기간이 끝나면 마시면서 음식 만들때 쓸 세일하는 진판델 등등을 평소보다 바가지를 썼다는 느낌의 가격을 치르고 사왔습니다(아, 진판델은 병당 $1 이상 쌌어요. 그래서 두 병^^). 일반 수퍼마켓에는 있지도 않은 열 다섯가지의 썩은 우유(=요거트)들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칼로리와 지방, 그리고 단백질의 함유량을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대로는 아주 재미있는 주말의 소일거리가 되겠죠, 내일 일하러 가지만 않는다면-_-;;;

아무 것도 하기 싫었지만 내일도 언제 일이 끝날지 모르고 월요일에는 밤샘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용할 양식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만들기 가장 손 쉬운 반찬들을 어기적거리면서 만들고 또 야근할때마다 마시는 당근주스를 냉장고에 챙겨 넣으니 또 며칠 30대 중반의 지친 영혼을 불태울 준비는 다 끝난 것 같네요. 아, 단 한 가지 빨래 개는 것만은 아직 못 했네요. 빨래 개는 건 정말 세상에서 가장 싫은 일들 가운데 하나니까, 죽어서 빨래 개는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세상 사람들에게 좀 베풀면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착하게 살아야죠.

 by bluexmas | 2007/10/28 14:27 | Life | 트랙백 | 덧글(7)

 Commented by Eiren at 2007/10/28 15:40 

아아, 썩은 우유라니요…적어도 발효된 우유라던가, 상한 우유라던가-_-[아, 이건 치즈죠;]라고 해주세요. ;;어떤 쇠고기 부위를 사려 하셨나요^^? 텐더로인[!!]이라던가, 혹은 브리스켓이라던가, 궁금해집니다.

 Commented at 2007/10/28 16: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j at 2007/10/28 19:00  

빙고! 주말에 못쉬는 사람 여기도 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0/29 14:54 

Eiren님: 제 표현이 너무 과격해서 앞으로 요거트를 못 드시면 어쩌죠? -_-;;; 는 매일 요거트 먹는데, 이제는 기계 사서 만드려구요. $13이면 사던데요?

비공개님: 빨래 개기와 설겆이는 정말… 싫어요, 흑흑 T_T

j님: 네? 주말에 빙고게임하러 가신다구요?

 Commented by conpanna at 2007/10/29 15:00 

아,,일기예보같은 업무예고제도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월요일부터 예상치 않았던 일거리 오만개 폭격을 맞았더니, 연속 삼주 일요일 출근한 것같은 상황을 맞은양 정신이 놓아지네요.

일단, 준비는 완료하셨다니 부디 건승하시길!

 Commented by blackout at 2007/10/30 09:22 

저도 빨래 개는게 너무 싫어요…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0/31 09:20 

conpanna님: 건승보다는 건패를 한 것 같아요. 저도 그 업무예고제도와 비슷한 불평을 선배한테 한 적 있는데 욕만 먹었어요. 이상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은 현실사회에서는 욕만 먹어도 배터져서 밥도 잘 안 먹는다데요.

blackout님: 빨래 개주는 세탁기 나오면 빚 내서라도 살꺼에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