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oste Essential-사고 나니 어째 계절과 좀 안 맞는 듯한 #2

작년 봄이었나, 잡지 광고에 나온 이 향수의 냄새를 맡는 순간, 참 오랜만에 신선한 느낌을 주는 향수를 만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로 이 녀석은 죽 제 두 번째 향수의 자리를 차지해왔죠.

뭐 그렇다고 해서 향수를 열 두서너가지 가지고 있어서 뭐가 뭔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은 아니구요. 어찌하다보면 꼭 네 다섯개 정도는 가지고 있게 되고, 그걸 뭐 겹치지 않게 돌아가면서 쓰는 정도일 뿐이죠. 어차피 너무 많아봐야 잘 쓰지도 않게 되고 게다가 남자 향수는 향들이 비슷비슷한게 너무 많아서 겹치지 않게 사는 것도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언제나 1, 2번 정도는 붙박이로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작은 병들로 가지고 쓰다가, 다 쓰게 되면 다른 걸 사서 쓰는 뭐 그런 방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여자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남자 향수를 고르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일단 뭔가 잘 나간다 싶으면 다들 비슷비슷한 향을 만들어 내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시중에 파는 것들의 적어도 절반 이상은 참 너무 사내다워서 그런 향을 싫어하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애초에 간택을 받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아예 무슨 연예인 이름 붙은 향수들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아요. 그런 것들은 애초에 다들 느끼해서…

어쨌든, 뭐 냄새를 맡으면 대강 이러저러하구나 감은 잡아도 그게 뭐라고 묘사할 능력은 없는지라 향수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살짝 빌려오면 이 향수의 향 구성은 다음과 같다고 하네요.

Top Note: Fresh, Aquatic Citrus, Tangerine, Bergamot, Tomato Leaves, Cassis

Heart Note: Spicy Floral, Black Pepper, Rose

Base Note: Wood, Patchouli, Sandalwood, Wood Accord

뭐 팩키지와 저 향의 구성을 생각해보면 대충 어떤 냄새가 날지 짐작이 가시겠죠? 무슨 Time Release Technology를 써서 향이 오래간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아무래도 정장보다는 중간정도의 캐주얼(자켓에 깔끔한 구두, 청바지…)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저는 뭐 개념이 없어서 정장입고 출근할때도 뿌리고 다닙니다. 언제나 생기 있는 느낌-뭐 시트러스쪽이 다 그렇겠지만…-인데다가 그렇게 쉽게 질리지 않는 향이어서 꽤 오랜동안 쓸 것 같은 향수더라구요. 어째 사고 나니 이 계절과 조금 안 맞는 느낌이지만 어차피 봄은 곧 다시 돌아올테니까요. 사진은 100ml향수에 애프터 쉐이브와 디오도런트가 딸려 나오는 선물 셋트(이지만 제가 샀습니다T_T)고 가격은 $45로 오히려 저렴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애프터 쉐이브는 돈 주고 사서 쓸 만한 정도는 아닌 것 같구요. 

 by bluexmas | 2007/10/19 13:36 | Style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Eiren at 2007/10/19 14:25 

카시스와 탠저린이라면 상큼하고 맛있는[흠흠;;] 향이 나겠군요. 미들 노트에 후추가!! 하고 조금 놀랐지만 재미있는 조합이에요. 그런데 느끼한 향 싫어하시는군요^^ 향이 약하게 나면 가끔은 괜찮던데요;; 후후후

 Commented at 2007/10/19 14: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ackout at 2007/10/20 03:59 

시트러스 좋아라 합니다. 캘빈 원이랑 b좋아하거든요. 불가리도 좋쿠. 제가 꽃향을 안좋아해서 여자향수라곤, 르 오빠 겐조 정도였던거 같네요. 근데 사실은 향수 안뿌려서 방향제로 쓴다든가, 바디로션에 섞어 바른다든가, 그런다는.

 Commented at 2007/10/20 12:3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0/20 13:23 

Eiren님: 요즘 잘 못 뵌 것 같은데, 잘 지내세요? 저는 어째 그런 계통의 향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Musk도 싫어하지는 않지만 진짜 진한 것들보다 JPG나 Armani Code같은 게 더 좋은게…

비공개 1님: 다들 너무 남자다워서 탈인거죠; 저도 Fahrenheit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게 아저씨 냄새였던가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비공개님의 취향이 혹시 노숙한 쪽은 아닌건지…^^;;;

blackout님: 겐죠는 저도 좋아해서 몇 번 써 봤어요. 다시 사 본 적은 아직 없는데, 여자쪽도 좋아하구요. 방향제로 쓰긴 좀 비싼 것 같은데…

비공개 2님: So did I.

 Commented at 2007/10/20 22: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0/21 13:34 

향수는 보통 체취와 반응한다고 하니까요. 다음에는 비싼 것도 한 번 써 보세요^^

 Commented by motr at 2007/10/21 17:30 

선물세트이지만 제가 샀습니다에서 급공감;; 해버렸습니다. 하하 (웃을 일이 아닌데;;)

 Commented by basic at 2007/10/22 03:31 

저는 언제나 제가 뿌린 향수보다 다른 사람이 뿌린 향수 냄새를 맡는 게 좋더군요. 예전에는 남자향수로 불가리를 제일 좋아했는데. 요즘은 아르마니 향이 더 좋아집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0/22 13:35 

motr님: ^^;;; T_T

basic님: 알마니와 폴로 향수는 사실 로레알에서 개발되어서 상표만 붙여 나가는걸거에요.

 Commented by blackout at 2007/10/22 13:41 

하하…향수 제 돈주고 산적이 없다는…-_-;; 여기저기서 슬쩍한 향수들이 아직도 메디슨 캐비넷을 차지하고 있어서.. (적어도 5-6년은 된 녀석들) 그래서 방향제라든가, 로션에 섞어쓰는 용도로 쓴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0/24 13:31 

남는 거 있으면 저도 좀 주세요. 방향제로 쓰기는 좀 아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