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뭐 잡다한 얘기들
.어제 세 시 넘어서 잠들어서는 일어나니까 열 시, 어차피 늦는 거 밥이라도 여유만만하게 먹고 갈까, 해서 밤새 밥을 안쳐놓고 잤는데 팔자 좋은 생각을 했었던 거죠. 밥은 커녕 우유 한 컵 간신히 마시고 집을 떠나 열 한 시에 출근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늦게 일어나기도 했지만 아침을 건너 뛰는 건 저에게 정말 십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한 드문 일이에요. 어릴때부터 아침은 무조건 먹으라고 배웠고 덕분에 눈 뜨자마자 입에 뭔가 쑤셔 넣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죠. 곧 점심 도시락을 먹기는 했지만 대체 무슨 맛이었는지…
…그렇게 막 점심을 먹으려는데, 최근에 시카고 지점에서 옮겨 오신 80년대 학번의 나이 많으신 분이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도시락 싸왔으면 밥이나 같이 먹자고… 저에게 점심시간은 혼자 조용히 스트레스를 삭히는 시간인지라 보통 살금살금 도시락 먹고 주변 산책 내지는 수퍼마켓 방문으로 때우는 편이거든요. 어차피 어제까지 먹던 항생제가 안 받아서 다른 약을 가지러 약국에 가야 되기 때문에 다음에 같이 먹자고 말씀드렸더니, 저랑 카풀을 하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분 사시는 동네가 저희 동네 조금 밑이거든요. 저는 월,수,금 요일은 퇴근 후 학교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여덟시 반 전에는 집에 안 가고, 나머지 날들은 일을 더 하기 때문에 정시퇴근이란 거의 없다시피 하죠. 그러니까 카풀은 환상과 같은 얘기인데다가, 저는 솔직히 혼자 차를 몰아서 환경에 부담을 주는 것을 뺀다면 카풀하고 싶은 생각이 이 다음다음 생에도 없거든요. 그냥 그 분이 제가 어떻게 사는지 모르시고 카풀 얘기를 하시는 것 같아서 약간 난감하더라구요. 새벽 두 시까지 일하는데 카풀하면? 으음…
…보스께서 회사를 그만두신다네요. 이사급이 회사를 옮기는 건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죠. 따라서 많고 많은 해석의 여지를 던져주는데 여기에 주절주절 늘어놓을 얘기는 아닌 것 같으니 넘어가겠지만, 솔직히 약간은 아버지 잃은 아이와 같은 기분이에요. 솔직히 뭐 그렇게 챙겨주지도 않기는 했지만. 어쨌든, 연쇄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오늘 머리를 잘랐는데, 몇 번을 보고 또 보면서 맞춰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짝짝이인 것 같더라구요. 이것도 상당한 스트레스에요. 정말 찾아갈 데가 없어서 미장원을 바꿀 수 없다는게 어이없을 뿐이죠. 아틀란타의 한인 infrastructure는 정말 너무 열악해요. 식품점들은 괜찮지만, 식당이며 빵집들따위는 그저 만들기만 하면 장사가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장사를 하는지 대부분 맛도 없고 서비스도 엉망이죠. 제가 사는 동네도 한국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해서 무슨 빵집이 생겼는데, 보니까 크라운베이커리 짝퉁이더군요.
…내일은 같이 일하는 선배도 쉰다고 하니, 저도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해서 청소, 빨래 및 집안 일에 정진할까 해요. 먹는 약들 때문에 앞으로 2주는 더 금주해야될 것 같아서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 by bluexmas | 2007/10/19 11:40 | Life | 트랙백 | 덧글(6)
비공개 덧글입니다.
아침만 근무하고 퇴근하시면.. 야.. 너무 좋겠어요.. 어떤 요리를 하실지 제가 다 기대되네요~
쏘리님: 생활흐름을 바꾸라는 것 까지는 아니었고, 그분이 제가 어떻게 사는지 모르셨던 것이죠 뭐.
소냐님: 아침은 꼭 먹어야 하는 것이라는데 동의 하시죠? 단 Pop Tart같은거 말구요. 그거 천 칼로리던데… 오늘 퇴근해서 대대적으로 장보고 뭐 그래서 시간 다 보냈답니다. 장보는 것도 정말 노동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