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Gate of Sedation / 장미정원의 비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임플랜트 하는 날짜를 예정보다 2주쯤 앞당겨서 잡았더니, 주말도 반납해야 될지 모르는 마감을 눈 앞에 둔 위기상황일줄이야… 그것도 일부러 날짜를 토요일에 잡아서 주말에 쉬고 월요일에 출근하려고 한건데, 병원에서 얘기하기로는 이틀은 쉬는게 좋다더군요(뭐 또 어딘가에서 ‘나도 임플랜트 했었는데 하루만 쉬었어’,’나는 아예 담날 출근했어’, 내지는 철인버젼으로 ‘나는 임플랜트하고 바로 반주 곁들여서 밥 먹었어’ 라고 하시는 분들 계시겠죠…네, 저는 나약한 인간이에요). 해서 월요일에도 안 나갈 생각을 하니 화요일 저녁이 마감… 결국 주섬주섬 일할거리를 싸가지고 와서 저녁에 야구중계 보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래도 지금 해야할 일이 Production이 아니라서 천만다행이에요. 그랬다면 집에서 일하기도 뭐하고, 그럼 또 회사에 나가야 되나 고민할테고 나가봐야 마음은 편치않을테고… 하지만 지금은 뭐랄까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되는 상황이라서 오히려 회사보다는 집이 더 일하기 낫겠더라구요. 어쩌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는게 사실 저는 아직도 회사에서 디자인에 관련된 일을 하려면 주변 상황에 신경이 분산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때로 건축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어 놓는다는 건 정말 모두 똑같이 생긴 천 조각짜리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에요. 대체 어디서부터 맞춰 나가야 될지 감을 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여간 회사원이 죽으나 사나 회사에서 끝을 봐야 되는데 언제나 기분은 회사를 다니면 100% 능력을 못 쓰는 것과 같은 답답함이 지배적이어서 저는 역시 문제가 많아요.
이상하게도 내일 전신마취를 하게 될거라는 생각을 오후 내내 하다보니, 무슨 장미정원 앞에 서 있는 듯한 환상에 빠져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어요. 그 왜 유럽 어디엔가 가면 있을법한 그런 전형적인 장미정원(뭐 우리나라 같으면 짤없이 안에 갈비집 있겠죠?)의 장미아치문 앞에 벌쭘하게 서 있는데 정원에 피어있는 장미는 온통 연보라색 같은 말도 안되는 색이고 그 문 앞에는 알프스 소녀나 입을법한 드레스 같은 걸 입은 금발머리 소녀가 무심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정원을 들어서는 손님들에게 바구니에 담긴 연보라색 장미를 한 송이씩 건네주는거죠. 사람들은 얼씨구나 좋다, 장미색이 참 신기하네, 등등의 별 의미없는 말들을 내뱉다가 장미향을 맡고는 바로 쓰러져서 잠든다는… 그럼 이제 뒷마당에 대기하고 있던 마당쇠들이 얼른 쓰러진 사람들을 어딘가로 치우는거죠, 다음 손님들 오기 전에. 그래서 몸값을 요구하는지 아니면 장기밀매시장에 납품을 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뭐 이것도 수술이라면 수술인데 날씨는 스산해지고 지난 주 내내 바빠서 뭐 밥 잘 못 먹을 동안에 먹을 수 있는 것들 준비도 하나 못해놓다보니 기분이 살짝 처량해지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일하다 말고 헛소리나 줄줄 늘어놓고 있는거죠 뭐.
# by bluexmas | 2007/10/13 15:13 | Life | 트랙백 | 덧글(9)
어라, 임플랜트 할때도 전신마취를 하는군요. 후덜덜. 모쪼록 시술 무사히 잘 받으시고, 순조롭게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힘 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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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정원… 제가 이런 것 때문에 블루엑스마스님 글 팬이라니깐요..
수술 잘 받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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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1님: 의도적인 건 절대 아니었는데요?^^
intermezzo님: 결국 쾌차한 것 같아요^^
소냐님: 장미정원 속편은 어떠셨는지… 임플랜트를 모르시다니 치아건강이 장난 아니신가봐요.
비공개 2님: 곧 필요한 정보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 저 두부 정말 좋아해요.
basic님: 깨어나니 기분이 참 장난 아니더라구요…
비공개 3님: 이래저래 회복 아닌 회복에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요.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