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오렌지 통밀쿠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랜만에 베이킹에 도전을 해 봤습니다(너무 오랫동안 밀가루를 쓰지 않아서 밀가루들에 벌레가 생겨 가지고 있는 서너종류의 밀가루 모두를 버려야만 했습니다). 믹서가 멀쩡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멀쩡히 돌아가는 믹서가 막상 반죽에 발을 담그면 동작을 멈추더군요. 반죽이 너무 차가와서 얼어 붙는건지… 하여간 냉장고에 있는 오렌지를 어떻게 이용해볼까 해서 찾은 레시피는 오렌지 통밀쿠키였는데, 지금까지 만들어본 쿠키 레시피들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재료

설탕 1컵

베이킹 파우더 1작은술

베이킹 소다 1/2작은술

소금 1/2작은술

버터 1/2컵(1스틱)

우유 2큰술

간 오렌지 껍질 1큰술

계란 1개

통밀가루 3 1/2컵

오렌지맛 술 1큰술

계피설탕(계피와 설탕을 따로 섞을 경우에는 계피 반 작은술에 설탕 두 큰술)

만드는 법

1. 오븐을 화씨 375도로 예열합니다

2. 미리 상온에 둔 버터, 설탕을 섞어 크림화합니다.

3. 계란을 섞습니다.

4. 간 오렌지 껍질과 오렌지맛 술을 섞습니다.

5. 밀가루를 비롯한 나머지 재료를 섞어 반죽을 만듭니다.

6. 적어도 한 시간 정도 냉장고에서 반죽을 휴지시킨 뒤, 꺼내서 밤알크기만한 덩어리를 만든 후, 계피설탕을 묻혀줍니다.

7. 오븐에서 8-10분 구워줍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통밀가루는 보통의 하얀 밀가루에 비해 부드러운 식감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이 쿠키는 생각보다 부드러웠습니다. 거기에 여기 쓴 밀가루가 보통의 통밀가루도 아닌, 다이제스티브 비스킷을 만드는데 쓰는 Graham 밀가루(밀 내지는 밀껍데기 입자가 씹힙니다)라는 걸 감안하면 맛은 제가 간만에 만든 것치고 훌륭했습니다. 언제나처럼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날도 슬슬 차가와지는데(여기는 아직도 여름날씨지만) 아주 진하지 않은 커피나 홍차에 곁들이면 오렌지도 오렌지지만 살짝 풍기는 계피향이 계절과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만들어서 다섯개 먹고, 내지키는 않지만 나머지는 회사에 가져갑니다. 솔직히 가져가기 싫은데 먹어줄 사람이 없다는 게 이럴때 아쉽군요.

 by bluexmas | 2007/10/08 11:05 | Taste | 트랙백 | 덧글(16)

 Commented by Amelie at 2007/10/08 11:14 

우리나라에서 구입하는 밀가루는 유통기한이 일년이 지나도 멀쩡.. -_-

동글 동글 참 똘똘하게 생긴 쿠키네요. ㅎ

 Commented by 보리 at 2007/10/08 11:16  

정말 다섯개까지가 적정용량인데 말이죠… 학교도 안나가는 요즘은 베이킹 후 처치곤란으로 아예 시도를 못하고 있어요. 계피설탕위에 뒹군 비스켓, 매우 유혹적이에요. ^ㅠ^

 Commented at 2007/10/08 11: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7/10/08 11:27 

우와~ 너무 예쁜 쿠키인걸요 ^^

근데 오렌지맛 술은 뭔가요? ^^;; 전 오렌지 엑기스액(?)을 충동구매했었는데 한번도 안썼어요;;; 이거랑 럼주로 어떻게 대충 조합하면 안될까요? ㅎㅎㅎㅎ (그리고 계피가루랑 고운 설탕을 섞어서 계피설탕을 대신??)

 Commented by 소냐 at 2007/10/08 12:54 

아니.. 먹어줄 사람이 없다니… 아, 왜 아깝고 분한 느낌이 드는 걸까요.. -_-

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오렌지 껍질만 쓰시고 알맹이는 안넣는 건가요?!!

 Commented by 재인 at 2007/10/08 13:01 

모양도 맛있어보여요 ^^ 통밀가루 저 좋아하는데- 맛있을 거 같아요 너무!

 Commented by j at 2007/10/08 17:23  

밀가루에 벌레가 생긴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몇 년째 벌레가 끼지 않는 밀가루는 무섭죠…

시나몬은 좋아하지 않지만 저 쿠키는 왠지 먹어보고 싶어요^^

 Commented by 쏘리 at 2007/10/09 00:28 

와..저는 백밀보다 통밀을 선호하는데…요거 재료생기면 만들어봐야겠어요.ㅎㅎ

마지막에 너무 웃겨요. 내키진 않지만…ㅋㅋㅋ

(왠지 그기분 알듯해서…;;)

 Commented at 2007/10/10 00: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10/10 00: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10/10 08: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7/10/10 09:34 

조금 전에 이 쿠키 만들었어요! +.+

지금 식히고있는 중인데 계피향이 솔솔~ 헤헤

레시피 감사해요 ^^ (더불어 궁금증 해결해주신 것도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0/10 12:49 

Amelie님: 쌀벌레들이 쌀을 버리니까 밀로 옮겨서 장려도 안 했는데 혼분식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었답니다. 쿠키들은 사실 완전히 식기 전에 만져서 조금씩 울퉁불퉁해요.

보리님: 저는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와인 마시고 해롱해롱해지면 스스로를 속이면서 먹기도 해요. ‘나는 지금 칼로리가 없는 우뭇가사리를 먹고 있는거야’ 뭐 이런 식으로요.

비공개 1님: 참 거 보내드릴 수도 없고 제가 다 답답하네요… 저것보다 훨씬 더 잘 만드실테니 사진 올려주세요^^

intermezzo님: 이미 드린 정보를 가지고 구우셨다니 제가 다 뿌듯합니다요. 저보다 더 맛있게 만드셨을거에요^^

소냐님: 보스턴은 좀 가까운데 보내드릴까요? 하루 정도면 괜찮텐데… 오렌지 알맹이는 주스를 짜서 넣어도 좋구요, 성인용이라 술을 넣었답니다.

재인님: 맛있을거라 생각해주신다니 저야 뭐… 통밀 계속 먹어버릇하면 백밀은 안 먹게 되더라구요. 저는 흰쌀도 안 먹거든요.

j님: 그러나 거의 만원 분량의 밀가루를 버려서 눈물이…-_-;;; 밀가루가 너무 하얄경우에는 벌레가 무서워한대요. 계피는 레시피를 따라서 넣은건데 저도 오렌지랑 맞을까 싶긴 했어요. 그러나 의외로 잘 어울리더라구요. 뭐 오렌지차와 계피과자…이런 조합도 괜찮잖아요.

쏘리님: 워낙 쏘리님은 또 농수산물 시장파셔서 좋은 야채도 많이 사다 드시고 하니까…

(회사에 저런거 가져가서 사람들이 혹시 뭐 이런걸로 사람들 환심 사려고 하나, 라고 생각할까봐 사실 싫더라구요)

비공개 2님: 병아리 모양 단팥빵, 이런거 참 먹기 부담스럽죠? 그래서 저는 머리를 한 입에 뚝 잘라 먹어버린답니다.

비공개 3님: 곧 감기 예방주사 맞으려구요. 여기 요즘 여름날씨라서…

비공개 4님: 앗 그렇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합니다요…

 Commented at 2007/10/13 22: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마리 at 2007/10/25 21:05 

제가 잠시 끼어들자면 오렌지맛술은 쿠앵트로라는 술을 쓰시면 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0/26 13:37 

Grand Marnier나 저렴한 Triple Sec도 괜찮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