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Valley of Elah (2007)- 영화보다 배우가 먼저 다가오는
이미 큰 아들을 군에서 잃은 퇴역 헌병 수사관 Hank Deerfield(Tommy Lee Jones 분)은 이라크에서 돌아온 작은 아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소식을 듣고 부인을 놓아둔 채 혼자 아들의 소속 부대로 향하고, 곧 참혹한 죽음의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이미 제가 여러번 언급했었는지 모르지만, 저는 웬만해서 9/11이나 거기에서 파생된 미군을 소재로 한 영화는 가급적 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뭐 사실 원칙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크나큰 의미를 두기 보다는 어떤 매체에도 휘둘리고 싶지 않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봐도 보통의 미국민들처럼 단지 우리나라의 군인들이 외국에 나갔다고 해서 결국 나라를 지키거나 세계를 자유롭게 해준다는 순진한 시각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것이 저같은 비뚤어진 사람이기 때문에, 차라리 눈도 가리고 귀도 막고…
하여간 그런 저를 이 영화로 인도해준 것은 마일리지 축적으로 인한 공짜표와 매체에 넘쳐나는 토미 리 존스의 연기에 대한 극찬이었습니다. 이미 한 달도 넘게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또 보면서 이미 순간순간 엿보이는 존스의 연기에 대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그 넘쳐나는 평단의 찬사에 맞장구 정도 쳐주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살인의 방법이 지나치게 잔혹했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이미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는 이 영화의 줄거리는 사실 그렇게 새로운 것은 되지 못한다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대부분 순진하게 자라났을 미국의 청소년, 그것도 대부분 생활을 꾸려나가는데 평균보다 어려움을 겪을 법한 부류들이 실려가는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이라는 곳에서의 고난은 그들을 정신적으로 황폐하게 만들어 이런 말도 안되는 살인을 저지르도록 하는데 충분할테니까요. 그러므로 눈 한 번만 질끈 감았다 뜨면 그다지 특별하게도 느껴지지 않는 영화속 줄거리보다 존스를 비롯한 배우들의 힘은 공짜표가 아니더라도 영화를 볼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데 충분한 힘을 보태줍니다.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도 물론 훌륭하지만, 존스와 생각보다 비중이 적은 수잔 서랜든의 연기는, 과연 이런 것이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가지는 부모의 모습이구나,라는 것을 생전 부모가 되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저 같은 사람에게도 절절히 느낄 수 있게금 만들어줍니다.
그리하여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남는 감정이라곤 온통 배우에 대한 좋은 느낌 뿐, 이라크 파병에 대한 심각함이나 세계 정세에 대한 고민 따위는 솔직히 잘 꾸며진, 그래서 이미 넌픽션이라는 것을 알고 보는 넌픽션을 보고 난 다음처럼 이미 감정계에서 휘발되어 사라졌음을 느낄 수 있으니 아직까지 이방인인 저에게 솔직히 지금 느끼고 있는 것보다 더 강한 강도의 현재 정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끄집어 낼 수 없었던 영화였다는게 제 느낌입니다.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 수입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배우발을 생각하면 가능할라나…
P.S: 영화 중반에도 언급되는 The Valley of Elah는 성경에서 다윗이 골리앗에게 맞장을 뜬 바로 그 계곡입니다. 토미 리 존스가 샤를리즈 테론의 아들에게 그 우화의 의미를 열심히 설명하지만, 솔직히 영화 전체를 생각해볼 때 이 제목과 그것으로부터의 의미를 차용하는 것은 지나친 의미의 확장이라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by bluexmas | 2007/10/04 12:57 | Movie | 트랙백 | 덧글(9)
특히 전쟁영화는 아예 안본가 싶이 합니다.
역시 전쟁은 어떤 이유든간에 지지해주고 싶지 않거든요 ㅎㅎ
비공개 덧글입니다.
intermezzo님: ‘질렌할’ 이 맞는 발음인 듯 싶구요. 19일에 Rendition이란 영화가 개봉되네요. intermezzo님 영화 한 편 보여드려야 되는데 언제 뉴욕에 갈지…
(참, 저는 누나 질렌할을 좋아한다죠^^;;;)
D-cat님: 그러나 이 영화는 현재 미국의 상황에 비판적인 분위기랍니다. 물론 저도 전쟁은 지지하지 않죠.
핑크님: 그러게요…성조기는 원래 분위기나 색감이 압박용인 것 같아요.
비공개님: 알고보면 그 과목 어려우니까 점수 때문에 너무 민감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동네 극장건물 벽에 곧 개봉하는 영화들 포스터가 걸려있는데 어제 지나가다보니 The Other Boleyn Girl 영화포스터가 coming soon 하고 붙여져있어서…드디어 개봉하는군! 하고 찾아봤더니 2008년 2월 29일 개봉이네요 -_-;; 전 스칼렛 요한슨 무척 좋아하고 나탈리 포트먼도 좋아하고 영국 사극이라면 무조건 넘어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