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오슈를 이용한 1000 칼로리 햄버거와 $8짜리 진판델
거의 매주말마다 올라오던 음식 포스팅이 뜸해서 궁금해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뭔가 안 해먹은 건 아닌데, 매너리즘에 빠진건지 아니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너무 급하게 음식을 만들어서 그런건지 해 먹는 음식마다 별 맛이 없어서 그다지 올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나 할까요… 또 그런 주말에는 금상첨화스럽게도 와인마저 별 맛이 없어서, 사진만 찍어 놓고는 포스팅을 하지 않아왔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듭하면서 돌아보니 요즘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음식을 시간 들여 만들 상황이 아닌데도 계속 뭔가를 하려다보니 별로 재미도 없고 또 즐거운 아이디어조차 떠오는 것 같지 않아서, 당분간, 적어도 찬바람 불 때까지는 만들이 그렇게 버겁지 않은 음식들이나 해먹으리라 마음을 먹고 냉동실에 하나 남아 있던 햄버거 패티를 꺼내 구웠습니다.
여태껏 포스팅하면서 기회 있을때마다 언급했던 사항들인데, 맛있는 햄버거를 만드는 요령은,
1. 간 고기에 적당한 기름기가 있어야 한다: 고기와 지방의 비율이 80:20 정도인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
2. 손으로 너무 오래 주무르지 말아야 한다: 구워졌을때 적당히 두툼하고 맛있을 정도가 되려면 야구공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간 고기를 뭉친 다음 빠르고 가볍게 손가락 끝으로 두들겨 납작하게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이때 손으로 너무 꼭꼭 다져 누르면 고기가 너무 뭉쳐져서 뻑뻑해지기 쉽습니다. 만약 패티가 익었을때 햄버거 빵과 같은 크기가 되기를 원하길 경우에는 익으면서 줄어드는 것을 생각해서 20% 정도 빵보다 넓게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3. 소금을 생각보다 많이 섞어줘야 한다: 여러번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구워 먹어 보면서 느낀건데, 생각보다 소금의 양이 많아야 간 고기에 소금기가 적당하게 섞이면서 전체적인 맛이 잘 우러나는 것 같습니다. 케첩이나 치즈, 피클같은 부재료의 짠맛으로 고기의 싱거움을 상쇄하려 해도 고기 자체가 너무 싱거우면 별 맛이 없더군요.
4. 구울때는 무조건 팬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달궈준다: 어떤 팬을 사용하시던지 연기가 날 정도로 뜨겁게 달궈야 패티를 올렸을때 빠른 속도로 겉이 익으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구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센 화력의 가스 렌지의 최고 온도에서 팬을 달군 다음, 패티를 올려 처음 1분 30초 정도 최고화력을 유지시켜 겉을 일단 바삭하게 익혀주고, 중상정도의 화력으로 낮춰 나머지 시간동안 익혀준 뒤, 뒤집고 난 다음에도 같은 방법으로 고기를 익혀주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만들어 둔 패티는 2cm 정도의 두께였는데 한 면당 7분 정도 익히니까 medium-well 정도로 익었는데, 원래 원했던 것이 medium-rare였으니 조금 덜 익혀도 될 뻔 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치즈를 올리신다면, 두 번째면을 익혀 불에서 내리기 2분 전쯤 얹어 주시면 거의 완벽하게 녹습니다(한 장씩 포장된 얇은 치즈가 기준입니다).
5. 다 익힌 후 최소 5분은 놓아둔다: 불지옥 견학을 마친 패티에게 먹히기 전 약간의 휴식시간을… 불에서 내리자 마자 먹으면 너무 뜨겁고 또 육즙이 그냥 흘러 내릴 확률이 높으므로 최소 5분, 아니면 10분 정도 휴지를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6. 빵은 부드러운 것일 수록 좋다: Boddy Flay가 어느 잡지와의 햄버거 관련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을 때 별로 믿음을 주지 않았었는데, 예전에 만들어 놓은 브리오슈 반죽을 엉터리로 구워 딱딱하게 만들어 패티와 먹으니 잘 구워진 고기의 부드러운 질감이 죽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참, 제일 중요한 건데 햄버거, 혹은 스테이크 종류들 모두 단 한 번만 뒤집으면 됩니다. 여러번 뒤집어 익혀봐야 별 맛이 없기 쉽상이거든요.
어쨌거나 이렇게 특별한 레시피가 필요없는 버거에 감자와 고구마를 얇게 썰어 튀긴 칩을 곁들여 먹었습니다. 밖에서는 칩을 1년에 한 번도 먹을까 말까 한데 그래도 직접 튀기니까 먹을만 했습니다. 감자에는 바다소금을, 고구마에는 계피설탕을 뿌려 먹었습니다.
치즈는 코스트코에서 산 Dubliner 치즈라고, Cheddar의 첫 맛과 Parmigiano Reggiano의 뒷 맛을 가진 녀석이라는데 너무 두껍게 썬 조각을 얹었는지 생각만큼 녹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빵은 완전 실패작이라 반만 먹고 남겼구요.
여기에 곁들인 와인은 Rosenblum Vintners Cuvee Zinfandel 2006($8) 라고, 인터넷에 아무 생각없이 ‘$10, best zinfandel’을 쳐 넣어 얻은 목록을 요즘 자주 가는 와인가게에 들고 가서 찾은 녀석입니다. 마침 점원들도 추천해주더군요. 요즘 몇 주동안 연속으로 Shiraz나 Zinfandel같은 Full-Bodied 레드 와인만 마시고 있는데, 몇 주전에 마셨던 MacMillan이라는 호주산 Shiraz와 더불어 가장 기억에 남는 녀석이었습니다. 첫 모금을 입에 넣으니까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알려지기로 Zinfandel은 피자나 햄버거, 바베큐 등등의 강한 양념을 쓴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린다고들 하니, 우리나라의 떡볶이나 갈비찜 등등의 음식과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사실은 지난주에 갈비찜을 해서 Shiraz와 먹었는데 갈비찜도 실패, 와인도 실패라서 포스팅하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 다 실패하는 경우는 참 드문데 요즘 이렇게 슬럼프였던 것입니다-_-;;;).
# by bluexmas | 2007/09/24 09:49 | Taste | 트랙백 | 덧글(9)
비공개 덧글입니다.
… 역시 고기와 포도주가 삶에 없어서였군요. 이 포스팅을 보고 깨달았어요. 내일 저도 갈은 고기 사다가 기필코 햄버거를!
정말 하는 족족 어찌나도 맛없는 음식들만 나오는지..-_-;;
그래도, 아주 못먹을 것은 안나오니 다행이랄까요;;
아아 진짜 맛있었겠어요… 고구마 칩도.. 아, 왜이리 부럽지??
다른곳에도 의외로 소금은 많이 들어간다는….;ㅁ;
앗! 선반에 보이는 저건 노호혼~
보리님: sirloin과 chuck을 반반씩 섞으면 가장 맛있어요! 와인은 쉬라즈나 진판델로!
카렌님: 제가 맥주를 안 마셔서 그렇지 맥주 안주로 최고일거에요. 짭짤하게 소금 뿌렸거든요.
intermezzo님: 저 패티도 냉동실에서 오래 살았어요. 햄버거 패티 만들어 놓으면 햄버거는 물론이고 미트볼 파스타나 칠리도 만들 수 있어서 편하더라구요.
笑兒님: 저와 똑같은 경험을 하고 계시네요! 저도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답니다-_-;;;
소냐님: 으하 그렇게 늦은 시간에는 절대 드시면 안 되는 음식이에요.. 나눠 드리고 싶어도 너무 멀어서~
쏘리님: 그런데 참 적당하게 소금을 넣는 게 생각보다 참 힘들더라구요.
핑크님: 그래서 빵 먹다가 남기고 나중에는 고기만 먹었어요. 빵이 맛도 없고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