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ot’em Up (2007) – 어이 없는 살육만화의 실사판 같은 영화
“If John Woo had directed a Bugs Bunny cartoon written by the creators of South Park, the result might be something like Shoot `Em Up, but with a crucial difference: Bugs Bunny cartoons were always less than 10 minutes long.”
– Jeffrey Pevere, Tronto Star
클라이브 오웬이 출연해서 그런지, 아니면 그저 열심히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서 그런지, 이 영화의 느낌은 이상하리만치 Sin City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살육은 Sin City의 그것처럼 진지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Sin City의 그 피비린내 나는 장면들이 무엇인가 심오한 철학적인 의미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담고 있었을까요? 뭐 그런 것도 절대 아니니, 한마디로 이 영화는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또 상당히 만화같은 느낌의 화면을 담고 있는 Sin City보다도 더 만화같은 어이없음을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사실은 늦잠을 자서 앞의 5분 정도를 보지 못했지만, 영화를 죽 보고 있노라면 그 놓친 5분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 생각할 필요도 없어지는 살육의 장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분초를 거듭할 수록 영화는 청중으로 하여금 현실감을 잃도록 만들어서, 보다보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정말 영화고, 얘들은 참 나를 웃겨주려고 이렇게 죽여주는 영화를 찍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길지도 않은 얘기마저 길게 느껴져서 한마디로 줄이자면, 이 영화는 무엇인가 굉장히 어이없는 만화의 실사판과 같다는 느낌입니다. 바로 저 위의 영화 평론가가 언급한 것 처럼.
Sideway에서 애처롭게도 깜찍했던 Paul Giamatti는 이상하게도 그 캐릭터가 주는 느낌이 Sideway의 그것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아니면 저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죠). 거기에 반해 Clive Owen은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어이없을 뿐이고, Monica Belluci는 그녀가 아니어도 별 상관이 없었을 것만 같은 존재감으로 다가옵니다.
그저 두 시간 정도쯤은 되셔야 영화라고 일컬어 줄 것 같은 요즘 세상에, Ace of Spade와 같은 마초 락큰롤을 바탕으로 깔고 그저 죽이기만 해주는 87분짜리 이런 영화는 뮤직 비디오라고 해주기는 좀 길고, 영화라고 해주기는 조금 짧으면서 어이없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는데, 그렇게 어이없는만큼 청중에게 많은 이해력을 바라지는 않으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by bluexmas | 2007/09/10 13:57 | Movie | 트랙백 | 덧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