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유를 아직도 정당화 못 시키고 있는 가방
회사에 들고 다닐 가방이 필요해서? 제가 다니는 회사는 정장, 최소한 셔츠에 타이가 기본이라서 저런 가방이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죠. 그렇다면 주말에 들고 다니려고? 주말에는 늘 청바지에 컨버스 찍찍 끌고 영화나 보거나 장이나 볼 정도면 외출 끝입니다. 사람 만날 일도 없는데다가 차를 가지고 다니니까 가방은 사실 별 필요가 없죠. 그렇다면 여행을 곧 갈 계획이라서? 바로 전에 올린 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여행가려고 책정해 놨던 비상 예산도 다 차에 쏟아 부었습니다. 고로 올해 여행 계획 모두 취소T_T
그렇다면 저는 이 가방을 대체 왜 산 것일까요? -_-;;; 공짜로 하루만에 보내주는 배송 덕분에 어제 주문해서 오늘 받은 이 가방을 손에 쥐고 나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이게 바로 그 아무런 동기로 없는 순수한 ‘지름’ 이라는 것이구나… 그렇다면 지름신이여, 오랜만에 당신을 영접하옵나이다, 당신 앞에 오롯이 저를 바치니 받아주십사…이래야 되는 걸까요? -_-;;;
Zappos라고 신발과 가방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보아왔던 저런 디자인의 푸마 가방이 있었는데, 한참동안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지름신 내림을 인정하고 카드를 손에 쥐고 인터넷엘 접속했더니 그새 다 나갔더군요. 뭐 요즘은 어릴때처럼 사고 싶은 것 못 샀다고 아쉬워하는 것도 없어서 인연이 아닌게지, 내지는 돈 굳었네 정도로 생각하고 마는터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컨버스 Jack Purcell이나 사 볼까 해서 쇼핑몰을 찾았더니 저 가방이 있더군요. 뭐 한 두 달인가 생각만 하다가 이번 달에 샀습니다. 가격은 $55로 심하게 비싸다고까지 생각되는 건 아닌데, 딱 그 정도의 가격으로 보이는 가방입니다. 어릴때 월드컵 운동화를 사면 재질로 명기되어 있던 ‘레쟈’ 그러니까 leather, 즉 인조 가죽의 재질이라 특별히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닙니다. 뭐 $55불에 많은 걸 바라면 안되겠죠… 색은 감색 Navy에 빨간 줄무늬로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검정에 더 가까운터라 배색의 느낌이 괜찮습니다. 단점이라면 가방 안에 주머니가 달랑 한 개라서 저 같이 이것저것 넣고 다니는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모든 물건들을 한꺼번에 다 쑤셔 넣고 다녀야만 한다는게 단점입니다. 그리고 어깨끈도 썩 길지 않아서 대각선으로 메면 175의 제 키에 허리선 정도에 올까말까 합니다. 뭐 길게 메봐야 촌스럽기 밖에 더 하겠냐만…
그나저나, 어디 나갈 일이나 있어야 메고 나가볼텐데, 참 갈 곳 없는 내 신세도 처량한데 술이나 한 잔 빨아야 되는 걸까요~
# by bluexmas | 2007/09/06 14:16 | Style | 트랙백 | 덧글(13)
작년 12월 뉴욕에서 샀는데 편하게 들기 좋죠.
유일한 단점은 비맞으면 안에 다 멎어버린다는 흐흐..
운동다니실때 가지고다니시면…??
어디 나갈때도 없는데 괜히 꾸미고 싶을때랄지,
들고 다닐일 (or 입거나 신을 일)도 없으면서 괜히 가지고 있고 싶을때랄지, ^^;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와니님: 님의 블로그에 있는 스쿠터에 붙인 강아지 스티커는 어디에서 사셨는지 궁금하네요.
intermezzo님: 운동할때 쓰는 가방은 저것보다 좀 큰 걸 써요. 운동화도 들고 다녀서 조금 더 큰 게 필요하거든요.
笑兒님: 알고 보면 모두에게 그런 순간이 있죠. 저는 화려한 프린트가 박힌 셔츠 같은 것들 가끔 사는데 대부분 입지 않게 되어서…
콘도야: www.zappos.com 가서 검색해봐. 사이즈가 있으면 나한테 보내면 되니까. 아니면 내 계정으로 들어가서 사도 되고…연락해라.
erasehead님: 운동은…꾸준히 하고 있는데요?^^ 4년째로 접어들고 있지요.
보리님: 굴비를 가방에 넣어서 천장에 달아놨어요.
비공개 1님: 요즘 개인파산 직전이라서요…T_T
비공개 2님: 메일주소를 알려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j님: 그러게요. 가방에 굴비를 넣어서 천장에…-_-;;;
핑크님: 때로 먼지를 먹고 새끼를 치는 물건들도 있어서 나중에 처치가 곤란하다죠^^
intermezzo님: 사실 그거 저였답니다. 주말에 뉴욕 여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