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Morning Biscuit, Part 2
간단한 것 같지만 의외로 멀고 험난한 비스켓의 길… 금요일 아침 다섯시 반에 일어나 오븐을 425도로 예열하고 그 동안 반죽을 만들었습니다. 몇 번의 시도에서 얻은 결론은, 오랫동안 반죽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도, 적어도 반죽이 뭉쳐질때까지는 반죽을 해야 된다는 것…언제나 개인을 위해서는 비싼 재료, 단체를 위해서는 싼 재료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버터 대신 Crisco라는 쇼트닝을 사용했는데, 이 회사에서 나온 레시피는 밀가루 두 컵에 쇼트닝 3 큰술…이면 제가 알고 있는 레피시에서 버터의 3/8 밖에 안 되는지라 이렇게 만들어도 과연 뭔가 먹을만한게 나오기나 할지 궁금했습니다.
사실 비스켓이라는 건 둥글게 잘라야 되는데, 반죽을 만들어 놓고 더 손대기 싫어서 피자 자르는 칼을 써서 사각형으로 잘랐습니다. 아침이라 잠이 덜 깼는지 등분이 안 되었군요.
쇼트닝회사의 레시피대로 425도로 구웠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속은 너무 물렁물렁하고 밀도가 높아서, 다음에는 450도로 구워야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뭐 생긴건 나름 비스켓처럼 생겼고 맛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제가 원하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비스켓을 구운 다음 주말 동안 책(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있는 Jeffrey Staingarten의 It must be something I ate)을 읽었는데, 거기 이탈리아의 밀가루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미국 남부의 비스켓도 단백질 함량이 낮은 밀가루로 굽는 것이 그 특유의 부드러움을 살릴 수 있다고 나오더군요. 그래서 Baking Illustrated의 레시피가 제시하는 것처럼 일반 밀가루와 케잌용 밀가루를 반반씩 섞는 것이 좋다고… 수퍼마켓에 가면 White Lily라는 밀가루가 있는데 그게 제격이라니 다음에는 그걸로 재도전을 할 생각입니다.
오늘의 보너스샷은 이렇게 준비해서 간 회사 아침상입니다. 사실 제가 일하는 층 사람들이 너무 아침을 성의 없이 준비해오는 편이라서, 다들 모여서 아침을 안 먹기 때문에 아침을 같이 먹기로 한 본래의 취지가 흐려지는 편인데, 그래도 제가 해가면 다들 모여서 먹고 얘기도 하고…그래서 뭐 보람까지는 아니어도 기분은 좋습니다. 그게 바로 음식을 준비하면서 바라는 것이 아닐까요… 뭐 엄청난 대가보다 잠깐의 즐거움과 같은 것들.
# by bluexmas | 2007/09/04 13:26 | Taste | 트랙백 | 덧글(11)
어쨌거나 맛이 있으니 다들 모여서 즐거운 시간 보내는 게 가능한 것이겠죠?!
그런데 저 순대처럼 생긴게 뭔가요…??
(사실 제 모니터가 맛이 가서… 얼른 모니터 사러 가야할 듯..T^T)
커피만 빠졌네요. : )
(모니터 사야겠네요? 요즘은 뭐가 좋나…회사에 24인치 LCD 보니까 널찍하니 좋던데요?)
쏘리님: 위의 덧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반만 준비했어요.
basic님: 네, 아무래도 집착인 것 같아요. 사실 예전에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둔 것도 좀 남았는데, 걔들은 그래도 잘 부풀어 올라요.
j님: 그러게, 비슷한 이름이네요. 비스켓이 좀 거칠죠?
blackout님: 스물 다섯개…정도 깎았나봐요. 감자는 썰면 꼭 칼에 달라 붙어서 싫더라구요.
도연님: 보리님 블로그에서 뵌 것 같아요. 반갑습니다^^ 커피는 회사 부엌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