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아침 당번
지난번 차례가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드디어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사실은 다음주, 그러니까 사무실이 이사하는 주에 걸려서 그 때 ‘저영양 고칼로리’ 의 해로운 음식 콤보로 회의 탁자 다리가 부러지도록 아침을 차려 줄 생각이었는데, 저의 명성을 익히 들은 누군가가 이번 주에 자기랑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오더군요. 그래서 못 이기는 척…
사실은 차례가 당겨지기도 했지만, 다음 주에 하면 아마 인도애랑 하게 될텐데, 대부분 인도애들이 이런 때마다 전통 음식을 준비해오곤 해서 저는 별로 내켜하지 않는 편입니다. 제 입맛에는 안 맞더라구요. 어차피 저는 누구랑 해도 음식은 제가 만들테니까 그냥 마실 것과 과일만 가져오라고 하는데 또 인도 애들은 죽어도 전통 음식 가져온다고 우기거든요.
하여간 내일 아침의 메뉴는 정통(그리고 저질이고 영양가 없고 또한 칼로리만 무지하게 높은) 남부식으로 비스켓 소시지 샌드위치를 만들어 갑니다. 거기에 Potato Hash를 곁들이구요. 원래의 계획은 간 소고기를 사서 패티도 만들어 주마! 뭐 이런 것이었는데 막상 고기 값을 보니 그 생각이 싹 가시더군요. 그래서 초 저질 소시지로… 대체 어느 부위를 갈아서 만들었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바로 소시지의 매력인 것,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예전, 군 복무 시절에 나오는 햄버거는 언제나 닭대가리를 갈아서 만들기 때문에 그렇게 구수하고 맛있다는 소문이 가신 적이 없었죠. 사실 이런 경우에 먹는 소시지, 그러니까 껍데기가 없는 녀석들은 한 20% 이상이 돼지 껍데기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여간 팬에 구우면 그 엄청난 끓는 지방의 샘이 가나안 아닌 동맥경화랜드(뭐 강원도 어디의 도박촌이나 스키장 분위기가 나는데요? -_-;;;)의 젖줄처럼 흐르기 시작하는데, 눈 딱 감고 마셔주면 바로 혈관이 좁아지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고들 합니다.
최근에 비스킷을 너무 많이 실패해서, 이번엔 심기일전, 그리고 배수의 진을 치는 자세로다가 쇼트닝 회사의 레시피를 가져왔는데, 대체 내일 아침에 어떤 비스킷이 나올지, 벌써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에 잠이 다 안 오려고 하네요. 제가 주말에 사진을 올리면 성공한 것이고, 아니면 아마도 내일 아침에 뜨거운 오븐을 부둥켜 안고 실패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입니다. 비스킷을 잘 굽는 길은 정말로 멀고도 험난한 것이었네요.
# by bluexmas | 2007/08/31 14:09 | Life | 트랙백 | 덧글(14)
보기엔 괜찮은데 말이죠…^^;;
비공개 덧글입니다.
만일 실패하신다 해도 뜨거운 오븐을 부둥켜 안고 계시면 안되지요.
핫핫핫.
후기도 올려주삼.. ^^
blacktout님: 네, 정말 무운이 필요하더라구요^^ 킥킥
비공개님: 아이구, 곧 필요하신 정보를 드릴께요. 감사합니다.
핑크님: 저 케이스도 1년 6개월이 된 지금은 많이 헐거워졌어요. 어느날 쑥 빠져서 박살날지도 몰라요. 오늘 아침에 오븐과 렌지가 너무 뜨거워서 정말 힘들었어요. 오븐과 렌지 네 개를 한 번에 다 돌렸더니 부엌이 완전 불지옥이더라구요.
소냐님: 그 ‘-삼’으로 끝나는 건 어떻게 대답해야 되는 건가요? 알겠삼? 알았삼? 후기도 곧 올릴거삼? 적응 무지하게 안 되는데요? -_-;; 소냐님은 그래도 신세대신가봐요. 저는 이제 완전 아저씨라서…T_T
의외로 김밥도 (불고기 든) 좋아들 하더군요
스시랑은 차원이 다르다고들.
그리고 매운고추살짝 든 부침개도
ㅋㅋㅋ
나름 정보랍니다.
역시 저런부분은 우리 입맛이랑 많이 다르군요.ㅋㅋㅋㅋ
후배들이 쓰길래 저도 한번 따라해봤죠..
아, 대답은 ‘알았삼’ 정도면 되는 듯해요. ^^ 억양의 차이로 구분하는거죠. ㅋㅋ
쏘리님: 그저 지방과 단맛이면 모든게 해결되는게 이 동네 풍토라서요…히히.
SvaraDeva님: 하하 아니에요. 그저 나이에 비해 오래 붙잡고 있어서 그럴 뿐이죠…
소냐님: 실제로 들어보지는 못해서 어떤 억양이 여기에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삼~
(제가 쓰면 어쩐지 어색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