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는 찬 바람 불때나 시도하시라고 권하고픈 브리오슈

사실 시도해본 건 근 한 달 전이었는데, 결과물이 신통치 않아서 올릴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제가 워낙 ‘미친듯이’ 라는 말을 그야말로 미친듯이 많이 쓰는 사람이므로 늘 그 말을 쓸 때마다 미친듯이 망설이기는 하지만, ‘미친듯이’를 안 쓸 수가 없을 정도로 미친듯이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브리오슈는 사실 제가 즐겨 먹지도, 또 먹어서도 안 되는 종류의 빵입니다. 게다가 버터가 녹지 않은 상태에서 반죽을 만들고 발효시키고 또 구워야만 하기 때문에 그렇게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왠지 꼭 한 번은 시도해보고 싶어서 7월의 어느 더운 토요일 오후에 미친척하고 한 번 시도해보았습니다.

재료

3 1/4 – 3 3/4 cups unbleached all-purpose flour

1 tablespoon instant yeast

3 tablespoons sugar

1 teaspoon salt

3 large eggs + 1 egg for egg wash

1/2 cup ice water + 1 tablespoon water at room temperature for the egg wash

16 tablespoons(2 sticks) usalted butter, cut into 16 pieces, softens but still cool

김영모씨의 책에는 브리오슈를 손으로 반죽하는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는데, 저의 주 참고서적 Baking Illustrated와 그에 바탕한 경험으로 볼 때, 아마추어가 브리오슈를 손으로 반죽하는 건 취미제빵경력의 자살행위와 마찬가지라고 결론 내릴 수 밖에 없는 바, 반드시 믹서를 사용하시고,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믹서의 그릇을 냉동실에 넣어서 차게 식히실 것을 권합니다. 이건 책에 나와 있는 팁인데, 그릇의 온도를 내려줌으로써 믹서로 반죽하는 동안 버터가 녹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고 발버둥치게 됩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버터가 녹으면 안되기 때문에 상온에서의 발효는 불가능하고, 냉장고에 넣어서 하룻밤 내지는 24시간 발효를 시키기 때문에 필요한 날의 전날 밤에는 반죽을 준비해야 됩니다. 벌써 준비과정부터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참, 이 레시피에서 권하는 재료의 양으로는 미국에서 파는 표준 빵 팬(치수 기억이 잘…-_-;;;)에 꽉 차는 빵 한 덩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드는 법

1. 밀가루와 이스트를 그릇에 담아 섞어서 준비해 둔 후, 미리 냉장고에 넣어 차게 해 둔 믹서의 그릇에 설탕, 소금, 계란, 그리고 얼음물을 넣어 섞어줍니다. 거기에 밀가루를 넣고 중간 정도 빠르기에서 3분, 덩어리가 생길 정도로 반죽해줍니다. 다시 빠르기를 중간과 아주 빠르기의 중간에 놓고 8분 정도 반죽해서 탄력이 생길 정도의 덩어리로 만듭니다.

2.열 여섯 조각으로 나눈 버터를 15초 간격으로 한 조각씩 반죽에 넣어줍니다. 믹서를 계속해서 돌려주는데, 이 과정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15분 정도 이짓거리를 하다보면 버터가 결국 반죽에 골고루 섞여 미끈거리는 지방덩어리로 탈바꿈하는데, 이상적으로라면 버터가 섞여도 아주 완전히 녹지는 않아야만 합니다.

3. 그릇에 담고 랩에 덮어 냉장고에서 10-24시간 발효시킵니다. 이스트의 양도, 온도도 발효에 최적의 조건은 아니므로 그렇게 많이 부풀어 오르지 않습니다.

4. 냉장고에서 꺼내 적당한 크기로 등분해준 다음 상온에서 2.5-3시간 정도 발효시켜줍니다. 이 때 저는 한여름 오후의 에어콘 안 틀어져 있는 공간에서 발효시켰다가 녹은 버터가 줄줄 반죽에서 흘러 나오는 것을 보고 굴욕감을 느꼈습니다.

5. 책에서는 빵 팬에 넣으라고 되어 있지만, 저는 단팥빵만한 크기로 반죽을 나눴습니다. 미리 화씨 450도에 예열해둔 오븐에 반죽을 넣고, 넣자마자 350도로 온도를 낮춰줍니다. 물론 오븐에 넣기 전에 계란물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책에서는 내부 온도가 190도가 될 때까지 50-60분을 구우라고 나와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제가 구웠던 브리오슈는 뭐 그렇게 식욕이 동해주는 겉보기를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워낙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버터가 들어가서, 사진의 단팥빵만한 덩어리 하나가 적어도 400 칼로리는 될 것입니다.

레시피가 은근히 간단해 보이지만, 브리오슈는 아마추어가 시도하기에 그렇게 재미있는 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잘만 만들어지면 프렌치 토스트나 각종 디저트에서 응용할 수 있지만, 온도에 민감한 빵이라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이 레시피는 좀 간단한 편인데, 인터넷에서 굴러다니는 故 Julia Child(가정에서 만들 수 있는 프랑스 요리의 레시피를 미국에 대중화 시키는데 큰 공헌을 한 요리사입니다)의 레시피는 과정이 41번까진가 나열되어 있으니 그 수자만으로도 시도해보고픈 욕구가 별로 안 생기더군요. 여름엔 시도하지 마시고, 가을 겨울에도 한 두개 정도는 그냥 사 드시는 편이 낫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은근히 악마같은 빵입니다. 저는 주말에 쓸데가 있어 냉장고에 얼려둔 반죽이랑 빵을 찾아 보면서 레시피를 올려봅니다. 사실 올리는 마음도 ‘해보세요’ 가 아닌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 인 것입니다.

 by bluexmas | 2007/08/18 11:46 | Taste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7/08/18 12:10 

헉, 이 빵….맛있는데….이 빵이 이런 재료와 과정을…지나서 만들어지는 거였군요 otz그래도 너무 예쁘게 잘 만드셨는걸요! 실력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

 Commented by Eiren at 2007/08/18 12:11 

무더운 7월에 오븐을 450도로 예열하신 것만으로도 존경스럽습니다.. 올해 여름,저는 모든 오븐 요리를 멀리하고 2주에 한 번이나 씨리얼 만들때만 오븐을 켰지요;;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7/08/18 12:13 

그런데 궁금한게 있는데요, (브리오슈와는 관계없는 질문;;)케익만들때 머랭을 만들기 전에 계란을 실온에 둬야하나요 아니면 차가운 계란을 그대로 쓰나요? 부모님 드리려고 실로 백억만년만에 녹차카스테라를 만들었는데 머랭이 잘 안만들어지더라구요. 한참 걸려서 만들긴 했는데 크게 단단해지진 않았어요.늘 실온에 뒀던 계란을 쓰다가 이번엔 차가운 계란을 써서 그런가 싶어서 머랭만드는 법을 찾아봤더니 어떤 건 차가운 계란과 차가운 볼, 어떤건 실온에 둔 계란을 쓰라고 되어있어서…궁금해요. 만드는 빵의 종류마다 다른 건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8/18 12:32 

앗, 일단 intermezzo님의 질문이 빠른 답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저는 보통 머랭을 차가운 그릇에 차가운 계란을 써서 만들거든요. 책을 찾아보니 김영모씨의 책에는 무려 세 가지의 머랭(찬 머랭, 따뜻한 머랭, 이탈리안 머랭)이 나와 있네요. 그러니까 뜨겁게 하나 차게 하나 머랭은 만들어지는 것이고 용도에 따라 온도가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이 되네요. 다른 책 Baking Illustrated에도 보면 용도에 따라 다른 온도의 머랭을 만드는 것 같구요.제가 가장 좋아하는 푸드네트웍 프로그램 Good Eats에서 Alton Brown이 머랭을 만드는 편을 보면, 온도는 기억나지 않는데, 지방이 흰자와 닿는 것을 경계해야 된다고 하죠. 그래서 깨끗이 씼어 물기 없이 말린 그릇에, 노른자가 약간이라도 섞이지 않은 흰자(흰자만 따로 파는 걸 써도 되죠, 귀찮으시면, 이건 살균도 되어 있구요…)를 넣고 거품을 내는데, 전기 믹서기로 돌리면 거꾸로 들었을때 거품기 끝에 묻은 머랭의 뾰족한 끝이 살짝 휠 정도까지가 제일 좋은 상태라고 해요.그리고 또 한 가지는 수퍼마켓의 spice/herb 코너에서 Cream of Tartar를 사서 섞어보세요. 저도 잘 쓰지는 않는데 뭐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안정시켜줘서 머랭이 더 잘 올라게 한다나요… 이름과는 달리 Cream of Tartar는 유리병에 들은 가루랍니다.

intermezzo님께 도움이 되었을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8/18 12:33 

Eiren님: granola만들어 드세요? 저는 그거 한참 먹을때는 Bear Naked 많이 사서 먹었어요. 유기농은 아니어도 맛있더라구요.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7/08/18 13:13 

옷, 급한 건 아니었는데 ^^:; 괜히 바쁘신 분 신경쓰이게 해드린 것 같아서 죄송해요 ㅜ.ㅠ머랭 만드는 그릇을 꺠끗이, 특히 기름기 없이 깨끗이 하고 물기없이 닦아서 하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다음주에 한번 다시 만들어서 회사에 가져가려고하는데 다음번에는 원래 하던 대로 실온계란을 써봐야겠어요. 이번에도 머랭이 제대로 안올라오면 뭔가 다른 문제가…ㅡ.ㅜ여러가지 정보 감사해요! 헤헤. cream of tartar는 처음 들어봐요. +_+

 Commented by Eiren at 2007/08/18 13:31 

말씀하신 브랜드가 궁금해서 구글신님께 신탁을 부탁해봤습니다. 어떤 맛일까 먹어보고 싶군요^^ 다음에 장 볼때 제가 가는 마트에 있나 찾아볼까봐요~ 저는 Quacker Oats에서 나오는 그라놀라를 사 먹다가 그게 너무 달아서 직접 만들게 됬답니다. 홀푸드에서 여러 종류 파는 걸 사 먹어볼까도 잠깐 고민했는데 가격의 압박에 굴복했지요;;

 Commented by sweetpea at 2007/08/18 14:06 

첫번째 문장 읽으면서 얼마나 ‘미친듯이’ 웃었는지 몰라요. ^^저도 김영모씨 책보고 브리오슈 만들어 본 적이 있었는데… 저도 그때 이후로 단 한번도 다시 만들지 않았어요. 어려운것도 그렇지만 들어가는 버터의 양을 눈으로 보고는 먹고싶은 마음이 뚝 떨어져서요.. ㅡ.ㅡ;;정말 사먹는게 쉽고, 싸고, 좋은, 그런 빵인것 같아요.

 Commented by 쏘리 at 2007/08/18 16:09 

브리오슈…하지 말아야지..ㅎㄷㄷ;;;

 Commented by blackout at 2007/08/20 01:23 

머랭~ 스탠드 믹서를 사고 나서는 머랭이 안올라와서 걱정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졌어요~ (너무 쳐서 푸석푸석해지는 경우는 생겨도~) 이야, 브리오쉬를 만들다니. 파스티스에서 먹은 오렌지 브리오쉬가 참 맛났는데, 동그란 부분이 위에 붙어있는 정통 브리오쉬 틀을 이용한것 같더라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8/20 09:50 

intermezzo님: 아무쪼록 손으로 올리시는 게 아니기만을…Eiren님: 그렇게 싸지는 않은데 코스트코에 가시면 좀 싸요. 홀푸드는 너무 비싸서 저도 참 뭔가 사기 망설이게 되더라구요.sweatpea님: 언제나 스위트피라는 단어를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데… 브리오슈 한 덩어리에 거의 500칼로리쯤 하는 걸로 알고 있으니 차라리 안 먹는게 나은 빵이죠. 한마디로 사악하고 미친 빵이에요. 동맥경화장려센타의 친선대사라죠.

쏘리님: 네, 안 하시는게…

blackout님: 웃기는게 어느 책에 보면, 스탠드 믹서는 바닥까지 골고루 저어주지 않으므로 손에 쥐고 쓰는 믹서로 머랭을 올리라고 나와 있어요. 그러나 쓰시는게 키친에이드의 믹서라면야 뭐(저도 사고 싶은데…T_T). 저도 눈사람처럼 만들어볼까 하다가 다른 용도로 쓸데가 있어서 그냥 저렇게 만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