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나들이-주말의 가장 행복한 시간

주말이 되면 꼭 하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토요일 오전에 조조로 막 개봉한 영화 보는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일요일 오후에 야구중계 끝나고 서점 나들이 가는 것이죠. 언제나 영화보기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으면 서점 나들이는 건너 뛰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보기를 더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영화는 항상 볼 수 있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때에 맞춰 극장에 가는 것일 뿐이죠. 그래서 주말, 아니 뭐 주말, 주중 통틀어 일주일의 시간 가운데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서점 들르는 시간입니다. 사실은 꽤나 오랫동안 가지 못했어요. 저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주말이라면 시간도 있고 마음도 느긋했다는 얘긴데, 요즘은 그 두 가지가 교집합을 이뤄주는 주말이 별로 없었거든요. 하여간 오늘도 그렇게 시간이 많았던 것은 아닌데(게다가 타죽어 가고 있는 불쌍한 잔디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집에만 있자니 답답해서 차를 끌고 잠시 나들이를 했습니다.

뭐 이제는 여러가지 이유로 개인이 운영하는 서점이 거의 없어지다시피한 미국에서 서점체인의 양대 산맥, 내지는 쌍두마차는 Barnes & Noble과 Borders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Borders를 더 좋아하는데, 일단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고, 언제나 Barnes & Noble보다 상대적으로 덜 번화한 곳-적어도 제가 사는 아틀란타에서는-에 자리잡고 있어서 사람이 별로 없고, 또한 늘 Starbucks보다 맛있는 커피를 손님에게 대접한다고 생각하는 Seattle’s Best Coffee가 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인가 미국에 처음 여행을 왔을때, 비행기라고는 처음 타볼 정도로 촌뜨기였던 제가 미국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했던 것은 크지만 사람이 별로 없어서 시간을 보내기 좋았던 대형 서점과 레코드점이었거든요. 그때는 딸려있는 커피가게 진열장의 머핀을 보고는 맛있겠다며 군침을 삼키곤 했지만(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머핀 따위가 그리 대중화되지 않았던 듯…), 요즘이야 뭐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되었죠.

하여간 그래서 집근처의 큰 쇼핑몰 근처에 딸린 Borders에 잠시 들렀습니다. 보통 새 잡지들이 나오는 기간이면 일단 탁자에 온갖 잡지들을 쌓아놓고 읽은 다음에 더 읽을게 없어지면 음식, 스포츠, 만화, 문학의 순으로 책장을 헤집고 다니면서 재미있어 보일만한 책을 꺼내서 넘겨봅니다. 사실 언제나 아주 오랫동안 서점에 머무르면서 한 책을 읽는 건 답답해서도 싫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대강 넘겨보고 책 이름을 적어 온다거나 해서 기록해두었다가 매달 한 번씩 책을 주문할때 참고합니다.

시간이 많으면 잡지의 재미있는 기사도 좀 꼼꼼하게 읽어볼텐데, 오늘은 그럴 여건이 아니라서, 그냥 찍고 돌아오는 정도로 몇 권의 잡지책만 죽 넘겨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와서는 한 시간 동안 잔디에 물주고, 간단히 저녁 만들어 먹자마자 주말의 음식만들기로 더러워진 부엌 청소를 하고, 2주 동안 다리지 못했던 셔츠들을 다림질하고, 마지막으로 간단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끝마치니까 벌써 열한시가 되었군요. 지금 저를 스치고 지나가고 있는 각종 바쁘고 정신 없는 일들을 찬바람이 불 때쯤에는 대강 매듭지어놓고 주말에 영화도 보고 서점에도 갈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by bluexmas | 2007/08/13 12:27 | Life | 트랙백 | 덧글(7)

 Commented by 보리 at 2007/08/13 12:32 

Borders, 저도 같은 이유로 B&N보다 좋아해요. =)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7/08/13 12:36 

저희 동네 Borders에는 딘앤 델루카가 있어요. 반스앤 노블엔 역시나 스타벅스지만…. 그런데 Borders의 딘앤 델루카 커피숍은 좌석이 정말 몇개 안되고 좁아서 거기서 앉아서 커피를 마셔본 기억이 없네요. Borders있는 곳이 무척 붐비는 빌딩(고급쇼핑몰 -.-)이라 그런지 늘 사람도 너무 많고 서점도 작은 편이라 전 집 근처의 반스앤노블에 가서 시간을 보낸답니다. 4층짜리인데 2층부터는 한산하기도 하고 스타벅스가 있는 층에 잡지수백종을 열람용으로 비치해두어서 있어서 잡지 넘겨다보고 오곤 하지요. 그러나 구입하는 책은 역시 borders에 가서 할인쿠폰을 이용해서…ㅎㅎㅎ

 Commented by Eiren at 2007/08/13 14:28 

동네에 따라서 Borders가 붐비냐 반스앤 노블이 붐비냐의 차이가 있군요. 저희 동네는 반스앤 노블이 인테리어를 좀더 잘 꾸며놓아서인지 사람이 적어서인지, 마음 편하게 이것저것 뒤져보기엔 더 낫더라고요. Borders는 도서관 기분이 나긴 나는데 앉을 자리가 별로 없어요. 흑흑.

 Commented by blackout at 2007/08/13 14:56 

저도 오늘 반스앤 노블즈에 가서 라떼랑 초코치즈케익 먹으면서 패션잡지를 뒤적이다 왔습니다. 집에서부터 거리를 따지면 단연 반스앤 노블즈가 가까와서, 보더스가 이길수 없어요…^^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7/08/15 01:02 

사실 전 사람 만날 때마다 거의 서점에서 만나자고 하는 편이예요. 일단 기다리게 된다고 해도 지루하지 않아서 좋으니까요. 저 역시 이런저런 책 살펴보다 아 요건 언젠가 사야지 하고 살짝 메모해두죠. 사실 전 책을 온라인에서만 구입하거든요…-_-; (가격 싸고 게다가 누적되는 포인트, 적립금도 무시 못하겠더라구요ㅎ)

 Commented at 2007/08/15 01: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8/15 13:51 

보리님: 저와 같은 취향을 가지고 계시군요! 저는 미국 처음 와서 온라인 반즈 앤 노블에서 책을 사려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서 그 뒤로 더욱 싫어하게 되었답니다.

intermezzo님: 책방에 딘 앤 델루카라니, 역시 뉴욕답네요. 어느 동네 사시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소니빌딩, 그러니까 옛날 AT&T 빌딩, 그리고 버버리와 루이 비통 매장이 있는 동네(찾아보기 귀찮아서 어딘지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의 보더스는 주거지역이 아니라 그런지 사람이 그래도 별로 없는 편이더라구요. 언제나 잡지를 보는 건 정말 지극한 즐거움이죠.

Eiren님: 보더스가 사람이 더 많은 경우도 있군요. 아틀란타에서는 아직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답니다.

blackout님: 이번달 보그에 나온 위노나 라이더 사진 보셨어요? 참 한때 최고였는데…그래도 이제는 나이 먹은 티가 좀 나더라구요. 그나저나 라떼와 초코치즈케잌이라니, 저에게는 금단의 음식이군요-_-;;;

핑크님: 저는 언제나 영풍문고에서 만나는 편이었어요. 강남 교보는 내부수리 한 후에는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잘 안가게 되죠. 저도 책은 항상 온라인으로 사요. 1년에 백만원 넘게 사던 때도 있었답니다. yes24 초플래티넘 뭐 그런거였어요^^;;;

비공개님: 책은 오프라인에서 안 산다니까요^^;;; 이번달 책 사는 건 건너뛰기로 했어요. 책 살 돈으로 프라이팬 2종 세트 사서요.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