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의 바다를 꿈꾸며
뭐 살다가 때가 되면 기나긴 삶의 여정에 지쳐서, 또한 기억력 감퇴로 인한 자신이라는 존재의 망각으로 죽음이라는 것이 그다지 두려워지지 않으리라는 강한 믿음으로 하루하루 살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죽음의 방문이 내일로 예정되어 있고 그 사실에 두려워하고 있다면, 차디찬 보드카의 바다 속으로 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요. 죽도록 추운 날씨라도 도수가 강한 보드카는 찐득찐득해질뿐, 꽁꽁 얼지는 않을테니, 물가에 신발을 벗어 나란히 두고 한발짝 한발짝 깊은 곳을 향해 가다가, 발이 닿지 않을때쯤 되면 물 위에 뜬다는 기분으로 눕는거죠. 하여간 그렇게 찐득한 보드카의 바다 위에 떠서 흘러 들어오는 물 아닌 보드카를 사양하지 않고 열심히 마시다 보면 곧 자신이 이제 세상을 떠날 차례라는 사실을 잊어버릴지도 몰라요. 말했던 것처럼 차가운 보드카는 찐득찐득하니까 천천히 가라앉게 될거에요.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록 수온은 차가와지겠지만 이미 얼큰하게 보드카에 취했을테니 몸도 마음도 처음 물, 아니 보드카에 발을 담갔을때보다 훨씬 따뜻하지 않을까요. 그것봐요. 세상은 알고보면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었다니까요… 차가운 기억일랑은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놓았을때 함께 벗어두었던 양말 속에 꼭꼭 뭉쳐 두고, 아름답고 따뜻한 기억만 가지고 떠나세요. 그렇게 그렇게 조금씩 가라앉다 보면, 바다에 이르렀을 때쯤엔 이미 편안하게 잠들어 있을거에요.
그럼, 좋은 꿈 꾸세요.
# by bluexmas | 2007/08/08 13:41 | — | 트랙백 | 덧글(5)
비공개 덧글입니다.
seoeun님: 그렇죠? 저도 동의는 하는데 아직도 6월이라니 참… 그나저나 닉네임 하나 지어드려야 되는건 아닌가 몰라요. 빈티지 농담처럼, 아버님 댁에는 보일러, seoeun님에게는 닉네임을(죄송해요 썰렁해서 -_-;;;)~
참..맨 앞의 글이던가요?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은 저만 가진 것이 아니었어요. 휴유~ 한숨을 놓았다고 해야 할까요?
종종 들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