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네모당면
사실 이런 포스팅은 저의 취향이 아니지만, 늦게 퇴근해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허겁지겁 저녁을 차리다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 어이없음이라도 나누면 배가 될…아니 반이 될까 해서 올립니다.
여덟시 반 다 되어서 집에 도착해서, 어제 끓여 놓은 갈비탕의 기름기를 걷어내고 다시 끓이면서 이왕 먹는거 제대로 먹자고, 금요일에 장볼때 산 당면을 꺼냈습니다. 처음 보는 ‘네모 당면’ 이라고 동원에서 나온건데, 꼭 라면처럼 가공이 되어 있어서 편해보이더라구요. 언제나 긴 당면을 끓는 물에 우격다짐으로 넣는 게 짜증나던 참이라 얼씨구나 좋다고 막 끓는 물에 집어 넣으려는 찰나, 포장 어느 면에도 대체 몇 분을 삶아야 하는지 안 나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보통 국수나 당면 같은 것들의 포장에는 항상 시간이 명기되어 있기 마련인데, 아홉살때 처음 라면을 끓여 먹었으니까 근 24년만에 이렇게 싸가지 없는 면류는 처음이라고나 할까요… 당면은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니 만큼 너무 당황해서, 5분에 한 번씩, 한가닥씩 꺼내서 맛보면서 삶아야만 했습니다. 근 15분 가까이 삶아야 먹을 수 있게 되더군요. 다른 당면보다 특별히 맛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다음부터 이렇게 싸가지 없는 당면은 사절입니다. 그나마 국산이니까 용서했지 중국산이었으면 정말…
포장지 옆면의 사진입니다. 이렇게 공간이 넘쳐나는데 그걸 이렇게 쓸데없는 당면급식장려문구로 채우면서 정작 조리시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거기에다가 오늘 먹은 갈비탕은 목요일 메뉴군요. 차라리 오늘이 목요일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쳇.
세상 살 맛 안 나려니 당면까지도 태클을 거는 무더운 여름날입니다.
# by bluexmas | 2007/08/07 11:01 | Taste | 트랙백 | 덧글(11)
그래도 퇴근 10분전 반쯤 감긴 눈으로 중국집에서 누들 주문해서 픽업해 먹은 저를 생각하면서 화 푸세요 ^^;; 맛있는 갈비탕 드셨잖아요~~
…그래도 맛난 갈비탕 드셨잖아요~ ^^
비공개 덧글입니다.
근데 저 마지막에 웃어버렸어요. 그 짜증나는 상황에서도 오늘이 목요일이였으면…이라는 말…캬캬캬~~ 너무 귀여워요~~ㅎㅎㅎ
intermezzo님: 테이크아웃 중국음식이라니 건강한 식생활의 최대 적입니다. 아무래도 바른 식생활 학교에 입교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소냐님: 갈비탕은 그냥 갈비 넣고 끓이면 되는, 아주 쉬운 음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 굉장히 민망하답니다. 사실 정말 당면과 끓는 물을 앞에 놓고 좌절했어요.
笑兒님: 부대찌개는 익숙한데 순두부는 좀 어이없네요. 싸가지 없는 당면이라 이음식 저 음식 낄데 안 낄데 가리지 못하고 끼는놈인가봐요.
blackout님: 사실 뜨거운 물에 불려서 삶지 않고 그냥 국에 넣기도 하죠. 특히나 대량 조리시에는 더더욱… 군대에서 식품 담당 계원이어서 취사병 아가들이 언제나 당면 불리는 것을 지켜보았었죠. 웬만해서는 삶아서 물 버리고 이럴 수 없으니까요.
핑크님: 너무 제 블로그의 성격과 어긋나는 것일까요? -_-;;;;;
비공개님: 서면으로 사죄의 변을 제출했으니 부디 너그러운 용서를…
쏘리님: 맞아요 정말 싸가지 없었다니까욧-!!! (저도 따라서 버럭) 그러니까 어제가 목요일이었으면 오늘은 금요일…잡채밥 먹었어야 되네요-_-;;;
쇠밥그릇님: 그러니까요! 너무 맛없어서 소들도 안 먹던가요?
(덧글 남겨 주셔서 감사하고 자주 들러주세요^^)
jych님: 그나마 라면은 조리시간이 정확하게 나와있습니다요…
seoeun님: 살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라서 가히 역습이라고 할만 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