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egon 산 Pinot Noir & Seared Tuna

미국의 웬만한 식당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Seared Tuna는 가격도 다른 음식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사실 그렇게 만들기 어려운 음식은 아닙니다. 언제나 가는 Costco에서 참치를 판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걸 사서 Pinot Noir를 곁들여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참치를 사도록 동기를 부여해준 Oregon 산 Pinot Noir입니다. 아직도 아는 건 하나도 없으며 와인 매니아가 되겠다는 생각도 전혀 해본적은 없지만, 이왕이면 수퍼마켓에서 언제나 구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산 보다는 좀 덜 알려진 것들을 먹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인터넷을 좀 찾아봤었습니다. 시중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워싱턴주의 양조장 Chateau Ste. Michelle이나 Columbia Crest를 생각해서 워싱턴주에서도 Pinot Noir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더니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그 밑의 오레곤주에서는 꽤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난 주일 내내 점심시간마다 근처 술가게들을 찾아 헤매였는데 캘리포니아산에 비하면 너무 미미하고, 제가 생각하는 가격대($15) 에서는 정말 찾아보기가 함들었습니다.  물론 늘 다른 품종보다 비싼 Pinot Noir를 $20 안쪽으로 찾는 것도 사실 무모한 내지는 무식한 짓이긴 하겠죠… 인터넷에서는 몇몇 종류가 있었지만 이 동네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구요. 뭐 술집에 가서 마시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사실 $30까지도 아주 어이없다고는 생각 안 하지만 혼자 마셔서 가끔 한 병 다 마시기 버거울때도 있으니(물론 배가 불러서…), 아직까지는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여간 그렇게 몇 군데를 뒤진 끝에 동네 술가게에서 찾은 Greatful Red라는 오레곤 산 Pinot Noir입니다. 한국사람들이 운영하는 동네 술가게는 와인이 전문은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종류가 다양하고, 무엇보다 가격이 괜찮아서 자주 가게 되는데, 두 종류의 오레곤 출신 Pinot Noir중 이게 제 예산에 맞는 녀석이었습니다.

맛은… 늘 아는게 없으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언제나 캘리포니의 와인을 마시다가 그 윗동네 것들을 접하게 되면 같은 품종이라도 그 느낌이 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게 언젠가 압구정동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사촌누나가 말하던 ‘땅맛’ 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은 그랬습니다. 그래도 대견스럽게 진짜 코르크였는데, 거기에 적혀 있는 홈페이지를 가보니 제가 마신 와인은 병에 $12, 케이스에 $120이니 미친척하고 한 케이스 사다가 놓고 마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와인 얘기는 여기에서 접고, 본론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Seared Tuna 만드는 법은 사실 너무 간단해서 아주 뜨겁게 달군 팬에 3-4분씩만 구워주면 겉은 익고 속은 안 익은, 식당에서 먹는 것과 ‘거의’ 똑같은 참치를 만들 수 있는데, 문제는 어떤 소스를 곁들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Food Network의 Alton Brown이 간장을 기본으로 한 양념에 참치를 재워서 굽는 것을 본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기본으로 하고 또 다른 간장 기본 소스를 만들어서 맛을 비교해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레시피는 Tyler Florence의 간장과 생강소스이고, 레시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Pan-Seared Tuna with Soy Sauce, Ginger, and Lime

재료

Leaves from 1 bunch fresh cilantro, chopped

1/2 jalapenos, sliced

1 teaspoons grated fresh ginger

1 garlic cloves, grated

2 limes, juiced

2 tablespoons soy sauce

Pinch sugar

Salt and freshly ground black pepper

2 tablespoons extra-virgin olive oil

1 (6 ounce) blocks sushi-quality tuna

만드는 법

1. 그릇에 모든 소스 재료를 담고 잘 섞어줍니다

2. 소스의 반을 접시에 담고 참치를 살짝 담궈줍니다.

3. 아주 뜨겁게 달군 팬에 참치를 올려 한 면당 3분 정도 구워줍니다.

4. 접시에 담아 남은 소스를 뿌려줍니다

5. 먹습니다.

대체 무슨 야채를 곁들일까 고심하다가, 회사의 여 부사장이 취미로 가꾼다는 농장에서 굴러온 호박에 가지를 사서 팬에 구워 깔아보았습니다. 미국 가지는 우리가 먹는 가지(여기에서는 일본가지라고 합니다)보다 껍데기가 질기더군요. 생각보다 소스의 맛이 괜찮아서 참치, 그리고 야채와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물론 실란트로가 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일단 뒷걸음질치실 것 같지만, 생선과 실란트로의 향이 아주 잘 어울린다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소스는 간장이 기본이지만 거기에 실란트로와 생강의 향, 라임주스의 부드러운 신맛, 할레피뇨의 아주 약한 매콤한 맛이 잘 어울리더군요. 앞으로도 써먹을 수 있는 좋은 레시피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작은 토막의 참치를 샀는데도 한끼에 다 먹기에는 너무 양이 많아서, 3/5을 오늘 저녁에 먹고, 나머지를 Alton Brown의 레시피에 나오는 간장 소스에 하루밤 재워서 오늘 저녁에 구워 먹어봤습니다.

재료

1/4 cup soy sauce

1/4 cup honey

1/8 cup dry wasabi powder

1 pound tuna

1/4 cup sesame seed

만드는 법

1. 재료를 모두 섞어서 참치를 한시간에서 하루밤 재웁니다.

2. 굽기 직전에 참깨를 묻힌 다음 위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굽습니다.

3. 먹습니다

어째 저 많은 간장에 하루밤을 재워 놓으면 너무 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꽤 짜서 다시 시도하지는 않을 것 같은 레시피였습니다. 물론 드레싱에 버무린 야채를 곁들여 샐러드로 먹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별 다른 양념 없이 참치를 구운 다음에 소스를 곁들이는 방법이 훨씬 낫지 않을까, 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이렇게 먹을 수 있는 참치는 파운드당 $10을 왔다갔다 하는 가격으로, 고기보다도 비싼편이지만 그래도 집에서 해 먹으면 1인당 $5 정도에 한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데다가, 조리하는 방법도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추천할만한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by bluexmas | 2007/07/23 12:27 | Tast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잔야 at 2007/07/23 13:22 

저도 실란트로를 못 먹는다고 몇 번 포스팅을 했지만, 페루 가서 세비체를 먹으며 날생선과 같이 팍팍 버무려진 실란트로는 아무 거부감 없이 (있는 것도 모르고) 잘 먹었어요 +_+ 레몬소스에 절여져서 못 느꼈던걸까나요…

참치 비린내 안 나나요? 아님 안 나게 하는 비법이 있으려나요? 학교에서 참치 스테이크가 나오면 항상 비린내 작렬 ㅜㅠㅜㅠ 한국에서 먹을때는 그랬던 기억이 없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보리 at 2007/07/23 13:33 

… 두번째 사진을 보고 모니터를 핥으려는 강력한 충동을 느꼈다면 너무한가요? 정말 먹음직스럽게 보여요. 참치도 와인도…

(그런데 컬럼비아 크레스트의 2004년 멀로는? 저는 주말에 맘먹고 사러갔는데 품절이었어요. 결국 엉뚱하게, 병과 라벨이 예쁘다는 이유로, 보도듯도 못한 와이너리의 진판델을 사왔어요. 나중에 저도 시음기 올릴께요.)

 Commented by Eiren at 2007/07/23 16:24 

하룻밤을 재워놓는 건 혹시 냉장고에서 재워놓을 때의 경우가 아닐까요? 실온에서는 한 시간, 냉장고에서는 하룻밤에서 24시간까지 재워놓는 요리들이 있더라고요..그나저나 실란트로라니 존경스럽습니다;;; 뒷걸음질 칠 사람이 일단 여기에 한 명 있습니다.;;; 하지만 참 맛깔스럽게 찍힌 요리 사진이네요^^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7/07/23 21:36 

겉면만 살짝 익히는 게 일식의 타다끼(?)하고 비슷해보이네요. (넘 맛있어보인다는 뜻이예요 ㅠ.ㅠ) 전 코스트코에 갈 수가 없어서(브루클린 어딘가에 있다고는 들었지만 -.-) 천상 동네슈퍼에서 생선을 사야하는데 냉동제품말고는 생선을 사본 적이 없어요 ㅋㅋ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7/24 12:41 

잔야님: 아무래도 실란트로는 생선 비린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저는 보통 베트남 국수집에 가서 더 지독한 실란트로마저 샐러드처럼 우적우적 씹어먹곤 해요. 다른 사람들 것 까지… 그리고 참치는, 가운데가 안 익은 상태로 먹기 때문에 보통은 회로 먹을 수 있는 정도의 것이 필요해요. 그래서 비린내는 거의 안 나죠.

보리님: 만복이의 얼굴은 깨끗이 닦아 놓으셨는지…^^ 둘 다 생각보다 맛있었어요. 자화자찬은 금물이지만… 컬럼비아 크레스트는, 요즘 인기가 많은가봐요. 코스트코사면 쌀때 좀 사다놓을까 해요. 참! 저도 한참동안 찾아 헤매던 진판델을 최근에 샀는데… 아시겠지만 진판델은 강해서, 음식도 양념이 강하게 된 것이 낫다고 하더라구요. 제 생각에 목살 고추장 구이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어떨까요?

Eiren님: 여름이니까 냉장고에 넣어 놓았는데 문제는 간장이 너무 짠 것이겠죠. 저는 워낙 실란트로에 무적이라서 괜찮더라구요. 실란트로가 싫으시면 파슬리로 대체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intermezzo님: 제가 일식은 전혀 모르지만 아무래도 일본의 영향을 받았겠죠? 뉴욕에는 여기보다 작은 생선가게에서 싱싱한 생선을 더 잘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디 사시는지 모르지만 첼시마켓에도 생선가게가 있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