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ipe: Jalapeño Salmon Cake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내일 이를 뽑으러 간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의식하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아마도 다가올 고통에 대한 불안감 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상실감에 예전에 겪었던 일들에 대한 기억이 겹쳐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부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아닐까 싶어요. 어제, 특히 오늘, 계속해서 지난 십 여년간의 치과 방문 기록 필름들을 무한반복하고 있었으니까요. 특히나 최고의 반복 상영회수를 기록한 에피소드는 두 번째로 사랑니를 뽑았을 때의 것… 그때는 이가 너무 안 빠져서 간호사 두 명이 한 쪽씩 제 어깨를 눌렀어야만 했거든요. 그러는 와중에 의사선생님이 땀 뻘뻘 흘려가면서 젖먹던 힘까지… 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던 흐린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난리쳐서 이를 뽑고 연건동에서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먼길을 돌아 집으로 왔었죠. 비가 온 뒤 그나마 남아 있던 나뭇잎마저 다 떨어져서 꽤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는데, 그래도 봄이 오면 저 나뭇잎들은 다시 날텐데, 내 이들은 다시 나지 않겠지만…이라고 멍청한 생각을 했었을거에요.
그래도 그때는 죽 끓여주는 어머니라도 계셨지만, 지금은 그럴 사람도 없고 제 자신도 누구에게 아프다, 걱정된다, 따위의 얘기를 속 편하게 못하는 사람으로 탈바꿈한 것 같네요. 뭐 그래도 처음 이를 뽑아야 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만반의 준비는 다 해놨으니 다행이에요. 생니를 뽑는 것이니까 아프긴 하겠지만, 빨리 정신차려서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고통을 무시하고 살 만큼 강한 사람으로 자라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흐트러진 모습은 죽어도 보여주기 싫은 사람이다보니 내일 하루 회사를 못 가는 한이 있어도 그 다음 날은 멀쩡한 척하고 가야되겠죠. 언제나 진저리치도록 싫어하던 삶의 관성이 제가 무의식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더라도 저의 목덜미를 잡아 끌어 다시 본 궤도로 던져 넣어 주기를 바라는 수 밖에요.
…그나저나 비상 연락 Emergency Contact ‘없음’ 이라고 적어 놨는데, 아무 일도 없겠죠?
# by bluexmas | 2007/07/10 13:26 | Life | 트랙백 | 덧글(7)
다행인지 불행의 시작인지 아직까지는 치과에서 이를 뽑은 적은 없어요.
날카롭던 신경치료의 기억만 있을 뿐 -_-
그래도 대청소 하는 것 처럼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제 슬슬 치과에 한번 가 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이비님의 말씀처럼 무사 귀환하시길 바래요 ^~^
고생하시네요 ;ㅅ; 과일주스 얼려놓으시고 집에 와서 물고 계세요 ;ㅅ;
이비님: 역시 훌륭한 마취제의 은총을 입어… 별 통증 없었답니다.
핑크님: 저는 치과에 정기적으로 가는데도 이렇답니다. 일년에 두 번은 가셔야 될거에요. 저는 점심먹고 언제나 양치질하는데, 회사 친구들이 또 양치질 하냐고 놀리면 늘 ‘I don’t know when I can kiss the girl in the elevator, so I have to keep my teeth clean all the time’ 이라고 대답하곤 하지요-_-;;;
잔야님: 나지도 않은 사랑니를 뽑다니 진짜 힘드셨겠네요. 그게 채 나지도 않은 새싹을 밟는 것과 비슷…할까요?-_-;;;
blackout님: 그거 분명 House 박사님이 즐겨 드시는 Vicodin이었을거에요. 저도 처방전 받아서, 이거 먹고 한 번 뿅 가봐? 하다가 그냥 말았어요. advil먹고 말았죠.
보리님: 미리 주말에 다 준비해놨지요^^ 아픈데 배고프면 더 서러운 법, 절대 저를 그렇게 놔두진 않는답니다. 어제 죽 끓여서 잘 먹었어요. 말씀만 들어도 얼마나 고마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