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업데이트

처음으로 짜장면을 만들어봤습니다. 사실 저는 집에서 볶음 요리 및 다수의 튀김과 볶음 요리를 포함하는 중국 음식을 해먹는데 조금 회의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인즉슨 집에서 쓰는 가스렌지는 대부분 화력이 식당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열을 이용, 아주 빠른 시간에 재료의 맛을 살리면서 볶는 것이 쉽지 않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집에서 쇠고기 야채 볶음같은 음식을 하면 나중에는 음식이 열이 아니라 스팀에 의해 익혀지기 때문에 재료의 물이 빠져서 씹는 맛이 없기 마련입니다. 하여간 그러한 믿음으로 인해 짜장을 볶는 것에 약간의 회의가 있었고, 자주 해먹지도 않을 것, 춘장을 사다 모셔두기 귀찮았기 때문에 가루로 된 오뚜기 짜장을 사다가 시도했습니다. 재료의 양은 오뚜기 짜장 봉지의 뒷면에 있는 것을 훔친 것입니다.

재료

고추가루 1큰술(이른바 ‘고추짜장’을 만드는데 필요합니다)

오뚜기 짜장 1봉지

고기 150g

양파 2개

감자 1개

호박 1개

당근 1/2개

다진 마늘

식용유

만드는 법

1. 일단 국수를 삶기 위한 물을 올려놓고, 팬을 뜨겁게 달궈 기름을 넣고, 고추가루를 섞어 고추기름을 만듭니다. 단 한 번도 실전에 써 먹어본 적 없는 저의 중국음식 참고 서적 ‘여경옥의 중국요리’ 에 보면 고추기름은 고추가루를 뜨겁게 달군 식용유를 태워서 만든다고 하더군요. 하여간 고추기름을 만든 뒤 거기에 마늘을 섞습니다.

2. 재료를 볶습니다. 순서는 돼지고기, 감자, 당근, 호박, 양파의 순입니다. 고기는 삽겹살과 장조림 고기 같은 것들의 중간, 우리나라로 치면 목살 정도가 제일 좋고 미국 수퍼마켓에 파운드당 2불짜리 Pork Steak라고 뼈 붙은 컷을 사면 지방이 적절히 고기와 섞여 있어 잘 어울립니다.

3. 재료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물을 자작자작하게 붓고 약한 불에 재료가 익을때까지 끓여줍니다. 이 사이에 면을 삶는데, 한 번 찬물에 헹궜다가 다시 끓는 물에 살짝 데쳐줘야 하므로, 국수 포장지에 제시되어 있는 시간보다 1분-1분 30초 정도 덜 삶고, 끓는 물에서 건져내어 찬물에 식혀둡니다. 국수를 삶은 물에는 어느 정도의 전분이 함유되어 있으니까, 버리지 말고 재료를 끓일때와 짜장을 물에 갤때 쓰면 찬물을 쓰는 것보다 낫습니다.

4. 재료가 익었을때 짜장가루를 물에 개어 재료에 섞어줍니다. 3분 정도 더 끓여줍니다. 짜장을 마지막으로 끓이면서 찬물에 헹군 면을 다시 국수 삶은 뜨거운 물에 담궈 짜장과 온도를 어느 정도 맞춰줍니다. 물론 그릇에 담기 전에 물기는 최대한 빼줘야 짜장이 싱거워지지 않습니다.

5. 짜장과 면을 담고, 채썬 오이를 고명으로 얹습니다.

6. 먹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진짜 짜장은 저런 방식이 아니고, 춘장을 기름에 볶음으로서 만듭니다. 따라서 이런 방식의 짜장은 일단 기름기가 적어서 중국집에서 먹는 풍기를 느끼기 어렵고, 재료를 물에 끓임으로써 우리가 중국집에서 느낄 수 있는 재료의 아삭함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춘장의 맛은… 이제는 다들 춘장에 카라멜같은 감미료를 섞는다 하니 대체 어떤 맛이 진짜 짜장맛인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짜장은 어이없게도 짜파게티의 럭셔리 버젼 같은 맛이 나더군요.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만족할 맛은 아니었습니다. 집에서 갓 만들었다는 메리트를 뺀다면요.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는 역시 면을 잘 골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퍼마켓에 각종 짜장면용 면이 있었지만, 웬지 쓰기 싫어서 산 좋고 물 맑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만들었다는 유기농 일본 우동면을 썼는데, 이 면의 질감은 굉장히 딱딱해서 짜장과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전체적으로는 B정도의 맛인데 과식을 하게 만들었으므로 B-였습니다. 아직도 배가 불러 신음중입니다-_-;;;

 by bluexmas | 2007/07/07 12:29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8)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3/03/11 11:02

… 조리 정보보다 살짝 덜 삶아 물기를 빼 그릇에 담아두었다가 짜장을 끓일때 토렴 대신 전자레인지에 돌려 온도를 올린다. 먼 옛날 그냥 볶기만해서 짜장을 몇 번 만들었는데 그것보다는 맛이 좀 낫다. 청정원 짜장을 썼는데 전혀 달지 않아서 대부분의 중국집에서 먹는 짜장의 그 단맛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해졌다. … more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7/07/07 12:54 

말씀은 B-라고 하셔도 너무 맛있어보이는걸요!! +.+ 집에 누가 주고간 춘장이 아주 약간 있는데 왠지 짜장면은 어려워보여서 그냥 냉장고에 처박아두고 있는 중이예요. 근데 요즘 짜장면이 땡겨서 언제 한번 만들어볼까, 아니면 곧 부모님 오시면 좀 만들어달라고 졸라볼까(^^;;) 하고 있었는데…불을 지르시는군요 ㅋㅋ 엊그제 만든 카레를 다 먹으면 한번 도전해봐야겠어요! (그런데 카레 다 먹으면 휴가가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7/07 13:19 

별로 어렵지 않으니까 한 번 도전해보세요! 저도 카레 만들어 놓은 걸 점심에 막 다 먹고 저녁에 짜장을 만들어 먹었는데-_-;;; 그런데 휴가는 어디로 가시는지… 부모님도 오시나본데 즐거운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말랑 at 2007/07/07 14:32 

아니 저렇게 훌륭한 음식을 만드시고는 B- 라니 이건 제 교수님보다도 더

가혹하게 짠 점수인걸요 ㅇ<-< 전 짜빠게티가 다 퉁퉁 불게 끓여놓고도

이정도면 훌륭해! 하고 만족하는터라(…) 확실히 화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맛이 안 살아난다고 해도 몽글몽글한 재료들도 전혀 나쁘지 않은걸요 🙂

맛있어 보이는 사진에 크게 뽐뿌질 받고 갑니다.

 Commented by 笑兒 at 2007/07/07 15:19 

춘장 볶을때, 기름이랑 거진 1:1 비율로 들어가지요…..

한동안 짜장면의 “ㅉ”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려던 적이 있었답니다..;;

맛이 B일 지언정, 정성 점수 까지 하면, A도 충분한걸요! 😀

 Commented by Eiren at 2007/07/07 15:44 

춘장 볶을 때 넣는 기름은 다 볶고 나서 많이 닦아낼 수 있습니다…[그러니까 처음에 1:1로 넣어도 덜 부담이 되지요;] 다음은 춘장을 볶아서 만들어보심은^^

 Commented by 샤인 at 2007/07/07 20:02 

아 맛있겠네요. ㅠ_ㅠ

여기 중국집들도 짜장면을 팔면 좋으련만.

 Commented at 2007/07/07 23: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7/09 13:53 

말랑님: 저는 원래 제 음식에 점수가 짠 편이랍니다. 라면을 끊어서 짜파게티는 먹지 않은지 오래구요. 하루에 세 끼 밖에 안 먹는데 라면으로 한 끼 때우는 건 너무 억울하거든요. 그리고 재료는 일부러 큼직큼직하게 썰었어요. 그래야 맛나 보인다고 생각하거든요.

笑兒님: 그렇…지요. 중국음식 무서워서 못 먹겠어요. 정성점수는…사실 굉장히 후다닥 만들어서 어떨까 모르겠네요^^

Eiren님: 저 혼자 먹지 않을때 시도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기름을 쓰는 것보다 춘장이 대부분 좀… 기름이야 올리브유를 쓰면 되니까요.

샤인님: 캐롤라이나에서는 짜장면 먹기가 힘든가봐요. 예전에 친구가 Winston-Salem에 살아서 놀러갔었는데, 짜장면 먹기 힘들다고 그랬거든요. 아틀란타는 언제라도 먹을 수 있답니다^^

비공개님: 사랑받는 남편이라…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