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이 실망스러웠던 간만의 외식-Taka, Atlanta
정말 피곤했나봐요.
아침에, 정말 더 자고 싶었는데, 쓰레기 차 소리에 깼거든요. 그냥 다시 자면 될텐데 생각해보니 쓰레기를 안 내놨지 뭐에요. 보니까 이미 재활용 쓰레기차는 지나간 것 같고… 그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음식물 쓰레기를 이주일씩 묵혀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그냥 털고 일어나서 세상에서 제일 추레한 모습으로 터덜터덜 바퀴 달린 쓰레기 컨테이너를 끌고 건너편 길가에 올려 놓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던거요. 보니까 저희 위, 아래 옆집 모두 쓰레기 내 놓는 걸 까먹었는지 다들 반대편 길가에 모여서 추레한 모습으로 허탈한 웃음을 나누면서 하루를 상큼하게… 뭐 노는날인데 아침에 좀 추레한 것도 용서가 되겠죠?
그리고는 고국에 전화… 부모님이 중국 여행을 다녀 오셨거든요. 그래서 가볍게 확인 전화를 하고 영화를 보러 갈 때 까지 다시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오더라구요. 그래서 포기하고 어슬렁거리다가 오랜만에 동네 커피샵에서 에스프레소를 더블샷으로 마셔주고 영화관으로 직행… Live Free or Die Hard를 재미있게 보고, 집에 와서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책을 읽다가 긴긴 잠에 빠져들었죠. 생각으로는 한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뭔가 할 생각이었는데, 정말 피곤했나봐요. 저녁때까지 내쳐 잤으니까.
하여간, 이번에도 빠짐없이 꿈을 꿨는데, 우스꽝스럽게도 꿈 안 꾸고 잠을 자는 꿈을 꿨더라구요. 좀 더 자세히 얘기를 하자면, 또 오랜만에 수면장려센터를 방문했는데 거기 제 담당 직원 왈, 이제 맨날 똑같은 컨텐츠 공급하는 거 자기도 너무 지겹고, 그렇다고 다른 컨텐츠를 주자니 그건 또 너무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서, 당분간 새로운 결정을 내릴때까지는 아마 아무 꿈도 안 나갈거라고 그랬다는 거죠. 그래서 전 기쁜 마음에 없는 지갑을 털어 박카스를 사주려다가 건강을 생각해서 유기농 당근쥬스를 사다주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시험삼아 낮잠을 잤구요. 그리고는 깨어나서, 정말 아무 꿈도 꾸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아, 이걸 오늘은 꼭 포스팅해야지, 라고 마음을 먹으면서 꿈에서 깨어났지요. 이제 또 자러 갈 시간인데, 꿈이 맞는지 확인 좀 해봐야겠어요. 정말 군사정권의 영향아래 학교를 다니면서, 꿈을 가져야 된다는 주입식 교육을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지, 습관적으로 꿈을 꾸면서 사는 것도 이제는 지겹더라구요. 지금 저한테 필요한 건 그냥 백지 상태의 잠이거든요. 나도 없고 k도, k’도 모두모두 없는, 그 수많았던 양들도 울타리를 뛰어넘다가 지쳐 잠자러 가서 없는 그런 잠… 사실 저는, 양들한테 미안한게 너무너무 많은 사람이에요. 어릴때부터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도 잠이 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곤 했거든요. 형이랑 같이 방을 쓰던 그 어린 시절에도 저는 형이 코고는 소리에 장단을 맞춰 양을 세곤 했으니까요. 그래서 서른 몇 해를 살 때 까지 세어 왔던 양들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 전에 수면장려센터 부설 양 목장에서 편지가 왔잖아요. 한국에 할당된 양을 이미 초과해서 쓰고 여기 왔는데, 그 6년 동안에 남들 60년치 양을 다 써서, 이제 저한테는 더 빌려줄 수 없으니까 키워서 쓰든 어떻게 하든 알아서 해결하라구요… 양들이 다른 사람들한테 빌려줬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울타리를 넘어서 부상률도 높고, 이미 양들 사이에서 소문이 쫙 퍼져서 저한테 나간다고 그러면 다들 못나가겠다고 버팅기다가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거에요. 저는 언제나 양을 좋아하는 양띠 몇 명을 좀 심하게 미워하긴 했지만, 양을 미워한 적은 없고 양고기도 냄새가 너무 심해서 거의 먹지 않는데, 이런 이유로 양들에게 미움까지 사고 나니 요즘은 사실 더 잠들기가 힘들었어요. 사람들이 주는 미움으로도 밤에 잠을 이루기 힘들때가 많은데 양들한테까지라면, 저는 이 세상을 이제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참, 사진은 역시 글의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제가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일들 가운데 하나인 억지를 부려서 없는 상관관계를 만들어보자면, 고르고 고르다가 구름들이 좀 양 같이 보여서… 말도 안되죠? 하여간 2003년 여름, 암스테르담인데, 반 고호 미술관 바로 옆이었을거에요. 그해 여름, 유럽의 이상고온 현상으로 하늘이 다 저렇게 바짝 말라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 by bluexmas | 2007/07/05 15:29 | — | 트랙백 | 덧글(7)
지금은 여름이니 장르는 공포로 정하고…
양들의 반항 내지는 양들의 복수로 인해 주인공은 점점 더 불면증에 빠지고…
판타스틱 호러 어드벤처… 하아 또 남의 블로그에서 헛소리를…T^T;
핑크님: 최근에 양을 주제로 한 공포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되었는데 혹시…
보리님: 염소는 워낙 싫어해서요… 어쨌거나 수면장려센터에서 더 이상의 동물 대여는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양이든 염소든 하마든…
(맞아요, 저도 핑크님의 아이디어 재미있다고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