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lled Flatbread + Pinot Noir 시음기
언제나처럼, 저의 책임이 아닌 일을 ‘또’ 떠맡아서 지난 일주일동안 무척 행복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오늘은 Summer Friday를 챙겨 먹을 수 있었습니다. Summer Friday는 뭐 별 건 아니고 여름 동안 금요일에 일이 급하게 끝나야 하는 일이 없을 때 일찍 퇴근하고 나머지 시간을 다음 주에 메꾸는 것인데, 2년 동안 회사 다니면서 제대로 써 먹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뭐 워낙 그런거 즐겨하는 체질의 인간이 아니었거든요. 또 밴댕이보다 더 소심한 덕에 집에 가겠다고 잘 얘기하지 못하는 겸손의 미덕을 너무 발휘해서 그런 탓일 수도 있고, 거기에다가 토, 일요일에 일하는 아랍권을 상대로 일하는 덕에 더더욱… 하여간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어제그제 좀 부지런을 떨어서 오늘 오전중에 해야 될 일을 매듭짓고 정말 처음으로 열두시 땡 치자마자 퇴근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집에 와서는, 점심을 챙겨 먹고 졸려서 낮잠이나 자볼까,라는 마음가짐으로 침대에 누웠는데, 차소리가 시끄러워 작은 틈만 남겨놓고 닫아 놓은 창문을 통해 정말 시원한 바람이 솔솔 새어 들어와 발을 간지럽히는 불상사가… 그리하여 바람도 이렇게 시원하게 부는데 낮잠이라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대청소를 했습니다…^^;;; 요즘 게을러서 대청소는 안 한지 정말 오래 되었는데, 이런 시간에 청소를 하면 주말 이틀을 제가 원하는대로 마음껏 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청소기 열심히 돌리고 화장실 및 세면대, 샤워부스와 욕조까지 청소하고 나니까 어느덧 저녁… 밥을 안쳐놓고 그동안 운동을 한 뒤 저녁을 먹고 소파에 동면자세로 누워 텔레비젼을 열심히 시청했습니다. 그리하여 월급쟁이 생활 2년여만에 처음으로 써 보는 full summer friday에 낮잠을 안 자고 아주 알차게 시간을 썼다는 미담이 기록되고 있군요. 창문틈으로 들어온 금요일 오후의 바람 덕분에.
이번 주말에는 청소할 필요가 없으니까 잔디에 물이나 주고 지난 주에 손님 치르느라 즐기지 못했던 음식이나 만들어볼까, 생각중입니다. 지난주에 왔던 선배 가운데 한 분이 고맙게도 들고 와 주신 Kendall Jackson Vintner’s Reserve Pinot Noir가 있어서, 뭐 잘 맞는다는 Brie Cheese와 버섯을 이용한 뭔가를 해 먹어볼 생각입니다. 내일 저녁에도 또 포도주 마시고 혼자서 실실 웃다가 소파에 쓰러져 잠들겠죠. 아이스크림 먹던 숟가락 입에 물고.
# by bluexmas | 2007/06/23 14:19 | Life | 트랙백 | 덧글(4)
무언가 치즈/버섯/와인/아이스크림, 이렇게 보니까 칼로리랑 체력보강이 될 듯한 식단이예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