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 : A Gastropub in Atlanta 방문기

좌절과 자기 반성 모드의 칩셋을 쉴새없이 번갈아 가며 갈아 끼우는 동안에도 미싱은 정말 잘도 돌아가서 정말 어처구니 없게 영양가 없는 일들로만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회사 스케치북에서 스캔한 다이어그램을 보시면 대체 제가 뭔 일을 하는지 아실 듯… 하여간 너무 오랫동안 회사에 늦게 출근했었던 제가 너무 미워져서 요즘은 알람시계를 두 개씩 맞춰 놓고 아침마다 이를 벅벅 갈면서 제 시간에 일어나고 있는데, 일단 목표는 이번 주 내내 제일 먼저 출근하는 것입니다. 여태까지는 잘 되었으니 이틀만 더 하면 되겠군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매일매일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는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일정 주기 같은 것이 있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 주기는 언제나 웃는 모습을 보이고 좋은 마음으로 대하고 싸우지 않으려는 시도가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순간에 바뀝니다. 그래서 차가 주차장을 들어서면 그때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 걸고 입을 틀어 막습니다. 아무래도 저같은 이상주의자 내지는 근본적인 성선설 신봉론자(사실 이건 빛 좋은 개살구식 표현이고, 실제 저는 개싸가지 없는 인간이랍니다-_-;;;)는 이 험난한 사회 및 조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운명을 짊어지고 살아야 될 것 같지만, 굶어 죽어도 더 이상 저를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일곱시 좀 넘어서 출근, 아침 여덟시 반에 회사에 도착해서 저녁 여덟시에 퇴근, 체육관으로 뻣뻣한 몸(냉방 때문에…)을 끌고 가 운동을 마치면 아홉시 반, 집에 돌아오면 열 시… 계속 이렇게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근육은 생길 기미를 전혀 내비치지 않고, 개처럼 혀를 쑥 빼물고 다녀도 다섯발짝 이상 맨 정신으로 걸어다니기 힘든 아틀란타의 여름은 시한폭탄처럼 목덜미 뒤에 터질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지치지 않았습니다. 너무 억울해서 지치기도 싫습니다.

 by bluexmas | 2007/06/21 12:50 | Lif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카렌 at 2007/06/21 13:15 

흠 항상 글씨 넘 이뻐요. 공부 잘하고 야무진 여고생 글씨 같아요 -ㅅ-;;

힘내세요!

 Commented by basic at 2007/06/21 17:45 

지치시면 안 돼요- 그런데. 어째서 12시간씩 일하시는 거죠?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시면 어느 날 갑자기 전원이 나갈 수도 있다구요.;;

 Commented by 보리 at 2007/06/22 00:19  

밥은 좋고 맛있는 걸루 꼭꼭 챙겨드시길… 무엇이건 밥심이 가장 중요해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22 13:21 

카렌님: 야무진 여고생-_-;;; 그런 여고생 있으면 소개좀 시켜줘요. 힘은 늘 내고 있답니다(글은 구라일 확률이 높다니까요~)

basic님: 으하, 일은 그냥 있으면 하는거지 저는 일중독자가 아니랍니다. 그리고 살면서 한 번도 전원 나간 적이 없으니 걱정 마세요^^

보리님: 이번주 식생활은 주말까지는 그리 건전하지 못할 것 같아요. 지난주에 남들 먹이느라 막상 저 먹을건 안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