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사실 ‘유랑’ 이라는 단어가 문법적으로 행선지와 함께 쓰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치의학적 건강을 추구하여 그에 동반하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도 동반 추구하고자 지난 일주일동안 세 군데의 치과를 떠돌아 다녔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혹시라도 제 치의학적 안녕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초간단 업데이트 겸 방문기.

첫 번째 간 곳은 그야말로 General Dentist의 사무실이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올린 그 멋진 엑스레이를 찍어준 곳이죠. 보철 및 치아 미백 등등을 주로 하던데 주로 미용에 관련된 치과 의술을 해서 그런지 의사 선생님마저 약간 스타일리스트 내지는 코디네이터 분위기의 말투로 설명을 해주더군요. 사실 말투가 게이같아서 치위생사로 같이 일하는 사모님이 없었다면 분명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을 듯. 여기에서 내린 일차 진단은 어찌 되었거나 이를 뽑아야 할 것 같으니 신경치료 전문의나 임플랜트 전문의에게 가보라는 소견을 피력… 그리하여 Endodontist의 사무실을 두 번째로 찾아갔습니다. 뭐 라틴어에서 나왔을 접두사 exo/endo의 의미를 생각하면 Endodontist가 뭘 하는 양반인지 추측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죠… 이 양반은 주로 보험이 안 되는 걸 하는데다가 시술이 가느다란 철 수세미 같은걸로 이를 쑤시는 게 대부분이라 그런지 아주 냉철한 이미지를 자랑하시더라구요. 그러나 벽에 걸린 졸업장을 보니 학부에서는 미술을 전공하셨음이 밝혀져서 왠지 안 맞아 들어가는 이미지에 당황을… 여기에서도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이에 금이 간 것 같은데 정확하게 잇몸의 문제인지 이의 문제인지 밝혀야 되겠다면서 잇몸 전문의 Periodontist에게 갈 것을 권유하시더군요. 알고보니 그 잇몸 전문의가 임플랜트 전문의여서 어제 드디어 세 번째의 치과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이에 금이 갔으니 짤없이 뽑고 임플랜트를 해야 되는데 치료 기간은 총 8개월, 소요 비용은 근 6천불…$_$ 얘기를 들어보니 이게 간단한 시술이 아니라서, 윗니의 경우에는 뼈를 강화하는 시술(Lateral Sinus Graft라는 명칭도 무시무시한…)도 같이 해야 한다는군요. 여태껏 치과에서 겪은 걸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이런 걸 죽 끓여줄 사람도 없는 이 슬픈 와중에 또 겪어야 한다니 서글펐지만 그래도 나머지 이들와 잇몸이 건강하다는 얘기에 위안을 삼으며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7월 10일에 일단 이를 뽑기로 약속을 잡았는데, 뭐랄까, 지난 10년 동안 여러 어려움을 겪어 가면서 나름 치아 건강을 유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뽑아야 한다니 굉장히 허무합니다. 그나저나 이 어금니를 뽑으면 거기에 씌워 놓은 금은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겠군요. 이제는 7월 10일까지 저를 떠날 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유치 이후 지난 이십여년간 함께 해왔던 나날들을 추억하면서 둘만의 시간을 가질까 해요. 그 많던 두꺼비들도 이제는 저의 연못을 떠나서 더 이상은 새 이를 줄 수가 없다고 하네요. 훌쩍.

 by bluexmas | 2007/06/20 12:13 | Lif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보리 at 2007/06/20 12:36 

모라고 드릴 말씀이… 저도 7월20일경으로 일단 시술날짜를 잡았습니다만… 글 읽으면서 저도 같이 버들버들 떨었습니다. 그 전까지 맛있는거 많이 드시고 어금니한테 잘해주세요… (입속의 금으로 전 반지를 하나 만들 예정입니다.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20 12:39 

앗, 보리님 블로그 보고 있었는데 저랑 같은 시간에 각자의 집을 방문한 셈이군요^^ 저는 사실 육체적 고통은 초월했고, 단지 이를 보내는게 마음이 아플 따름이랍니다. 주인을 잘못 만나서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Commented by basic at 2007/06/20 15:23  

임플란트. 덜덜덜; 행운을 빌어요. 저도 최근에 아랫쪽 어금니 중의 하나가 헤이즐넛 초컬릿을 먹다가 헤이즐넛과 박치기를 하는 바람에. 일부분이 쬐끔 떨어져나갔는데. 그 때 이후로는 상당히 걱정되는 바입니다. 하지만 이가 어찌되든 다시 초컬릿을 먹는 버릇이 도지고 말았네요.;;;

 Commented by makondoh at 2007/06/21 00:11  

내 이는 치과 한 번 안가고 관리도 안하는데 아직은 멀쩡…

이러다 울 아버지처럼 한 방에 왕창 뽑는 사태가 벌어질 지도 몰라 불안하긴 해…

아…그나저나 여긴 무지 더운데 난 또 무지 바빠서 죽을 지경…흐흑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21 12:52 

basic님: 치과에 가보셔야 되겠네요. 초콜렛도 그렇지만 이가 깨졌으면 또 저처럼…덜덜덜.

콘도야: 당장 스케일링부터 좀 하지 그러냐? 우리 아직 적어도 산만큼은 더 살아야 하지 않겠냐? 여기도 많이 더워졌고 나도 좀 바빠졌는데… 너 그래서 요즘 집에 전화해도 안 받는 모양이구나.

 Commented at 2007/06/21 16: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22 13:22 

비공개님: Merci beaucoup^^

 Commented at 2007/06/23 08:53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