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Fuzz (2007) – 대영제국의 능청스러움이 넘쳐나는 액션코미디스릴러

그렇지 않아도 이번주에는 기필코 회사를 일찍 가고야 말겠어! 라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었는데, 그런 저의 각오가 좌절의 향기를 남기며 거품처럼 사그러들지 않도록 도와준 것은 어이없게도 악몽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는데 여섯시를 좀 넘겼더군요. 딱 30분만 더 자면 회사에 정시에 도착할 수 있을텐데, 이미 깬 걸 30분 더 잔들 무슨 소용이… 다시 누워서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슬금슬금 기어들어오는 집 앞 도로의 차소리를 다소곳이 감상하다가 그냥 일어났죠. 그리고 아침을 먹고 차를 열심히 몰아 회사로… 덕분에 제일 멀리(회사와 집은 50km 떨어져 있습니다. 안 막히면 130으로 밟아서 35분, 막히면 최소 1시간…) 살면서 제일 일찍 오는 기염을 토했지만, 하필 악몽 덕분이라니, 기분이 그렇게 개운치는 않았죠. 결국 누군가 선사한 눈먼 에스프레소 더블샷(그러나 물을 너무 많이 부어서 싱거운 트리플샷)을 박카스마냥 들이키고서야 뇌 주름 사이사이에 자욱하게 낀 안개같은 찌뿌등함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본의 아니게 또 한 편의 비극적 코미디(코미디이지만 결말은 언제나 unhappy ending인)를 완성하는데 지극한 공헌을 한 사람이 있었죠. 편의상 k’라고 할까요? ‘을 붙이는 이유는, 이미 지나간 본편에 등장했던 등장인물도 k이기 때문이죠. 하여간, 그 k’께서 평화로와야 할 꿈동산에 재림하심으로써 푸른초원마저 홀딱 까뒤집혀 완전 뻘밭이 되어버리고 전 뭐 거기에서 열심히 뒹굴다가 소리를 질렀는지 어쨌는지 아침에는 목이 다 아프더라구요. 언제나 디테일은 커텐 뒤에 보란듯이 숨겨놓는 나쁜 버릇이 있기 때문에 k’의 극중 역할에 대한 언급은 이 곳에서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그가 아직도 재림할 꿈동산이 있다는게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라서 내일은 수면장려센터 고객 상담실에 전화라도 해서 불평을 좀 늘어놓아야 되겠어요. 아직도 같은 등장인물이라니 너무도 고객만족에 신경을 안 써준다구요.

 by bluexmas | 2007/06/13 13:05 |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at 2007/06/14 09: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6/15 10: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15 10:35 

비공개 1님: 알아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비공개 2님: 사실 저는 잠에 별로 미련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워낙 학교 다니면서 밤도 많이 샜고 원래 아주 깊이 잠드는 스타일도 아니라서요. 사실은 어떤게 정말 잘 자는건지 기억이 잘 안나긴 하네요. 어쨌거나 저의 의식은 행복하니 무의식이 어떤지는 약간 무심해져도 될 것 같아요.

 Commented at 2007/06/15 20:07 

비공개 덧글입니다.